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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선교

30

2009-Jun

예레미야 34장의 자유와 토지

작성자: 박창수 IP ADRESS: *.123.189.21 조회 수: 2504

 

예레미야 34장의 자유와 토지


박창수


주: 글자가 깨진 히브리어는 첨부한 원문 파일 참조


Ⅰ. 서론


본 소고(小考)는 예레미야 34장을 ‘노비 해방 계약 파기 사건’을 중심으로 ‘자유와 토지’라는 주제에 초점에 맞춘 주해이다. 예레미야 34장은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구분할 수 있다.


■ 1-7절: 시드기야 왕에게 선포된 심판 선언

■ 8-22절: 계약을 파기한 시드기야 왕과 예루살렘 백성에게 선포된 심판 선언


본 소고에서는 이 두 부분 각각에 대해 먼저 역사적 상황과 본문의 요지를 간단히 기술한 다음, 후반부 본문에 집중하여, ‘제7년 히브리 노비 해방법’과 ‘희년법’, 그리고 ‘대토지 소유제’를 본문의 배경으로 하여 ‘자유와 토지’라는 주제를 서술하고자 한다.


Ⅱ. 본론


  1. 1-7절


    1) 역사적 상황과 본문의 요지


“바벨론의 느부갓네살 왕과 그의 모든 군대와 그의 통치하에 있는 땅의 모든 나라와 모든 백성이 예루살렘과 그 모든 성읍을 칠 때에 말씀이 여호와께로부터 예레미야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너는 가서 유다의 시드기야 왕에게 아뢰어 이르기를 여호와의 말씀에 보라 내가 이 성을 바벨론 왕의 손에 넘기리니 그가 이 성을 불사를 것이라 네가 그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반드시 사로잡혀 그의 손에 넘겨져서 네 눈은 바벨론 왕의 눈을 볼 것이며 그의 입은 네 입을 마주 대하여 말할 것이요 너는 바벨론으로 가리라 그러나 유다의 시드기야 왕이여 여호와의 말씀을 들으라 여호와께서 네게 대하여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네가 칼에 죽지 아니하고 평안히 죽을 것이며 사람이 너보다 먼저 있은 네 조상들 곧 선왕들에게 분향하던 것 같이 네게 분향하며 너를 위하여 애통하기를 슬프다 주여 하리니 이는 내가 말하였음이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하시니라 선지자 예레미야가 이 모든 말씀을 예루살렘에서 유다의 시드기야 왕에게 아뢰니라 그 때에 바벨론의 왕의 군대가 예루살렘과 유다의 남은 모든 성읍들을 쳤으니 곧 라기스와 아세가라 유다의 견고한 성읍 중에 이것들만 남았음이더라”


이 단락은 유다의 시드기야 왕에게 선포된 심판 선언이다. 1절은 새로운 단락이 시작됨을 나타내는 새 글 여는 공식인 “말씀이 여호와께로부터 예레미야에게 임하여”(hw"hy> taeme Why"m.r>yI-la, hy"h'-rv,a] rb'D"h;")로 시작하고 있고, 이어서 배경 정보가 함께 등장하는 전형적인 산문체 내러티브의 스토리 기술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장성길, 284쪽). 사건 연대를 알 수 있는 정보는 “그 때에 바벨론의 왕의 군대가 예루살렘과 유다의 남은 모든 성읍들을 쳤으니 곧 라기스와 아세가라 유다의 견고한 성읍 중에 이것들만 남았음이더라”(7절)에 담겨 있는데, 대략 주전 588년(혹은 이른 587년)으로 추정된다(장성길, 284쪽).


이 단락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예루살렘을 비롯한 유다의 성들이 바벨론 군대의 공격을 당하고 있을 때, 예루살렘은 함락되고 시드기야 왕은 바벨론으로 잡혀가서 그 곳에서 평안히 죽을 것이라는 하나님의 심판 신탁이 예레미야를 통해 시드기야 왕에게 선포된다. 이 단락은 그 다음에 이어지는 본론인 8-22절의 서론적 배경을 이루는 기능을 하고 있다.


  2. 8-22절


    1) 역사적 상황과 본문의 요지


“시드기야 왕이 예루살렘에 있는 모든 백성과 한 가지로 하나님 앞에서 계약을 맺고 자유를 선포한 후에 여호와께로부터 말씀이 예레미야에게 임하니라 그 계약은 사람마다 각기 히브리 남녀 노비를 놓아 자유롭게 하고 그의 동족 유다인을 종으로 삼지 못하게 한 것이라 이 계약에 가담한 고관들과 모든 백성이 각기 노비를 자유롭게 하고 다시는 종을 삼지 말라 함을 듣고 순복하여 놓았더니 후에 그들의 뜻이 변하여 자유를 주었던 노비를 끌어다가 복종시켜 다시 노비로 삼았더라 그러므로 여호와의 말씀이 여호와께로부터 예레미야에게 임하니라 이르시되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내가 너희 선조를 애굽 땅 종의 집에서 인도하여 낼 때에 그들과 언약을 맺으며 이르기를 너희 형제 히브리 사람이 네게 팔려 왔거든 너희는 칠 년 되는 해에 그를 놓아 줄 것이니라 그가 육 년 동안 너를 섬겼은즉 그를 놓아 자유롭게 할지니라 하였으나 너희 선조가 내게 순종하지 아니하며 귀를 기울이지도 아니하였느니라 그러나 너희는 이제 돌이켜 내 눈 앞에 바른 일을 행하여 각기 이웃에게 자유를 선포하되 내 이름으로 일컬음을 받는 집에서 내 앞에서 계약을 맺었거늘 너희가 돌이켜 내 이름을 더럽히고 각기 놓아 그들의 마음대로 자유롭게 하였던 노비를 끌어다가 다시 너희에게 복종시켜 너희의 노비로 삼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너희가 나에게 순종하지 아니하고 각기 형제와 이웃에게 자유를 선포한 것을 실행하지 아니하였은즉 내가 너희를 대적하여 칼과 전염병과 기근에게 자유를 주리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내가 너희를 세계 여러 나라 가운데에 흩어지게 할 것이며 송아지를 둘로 쪼개고 그 두 조각 사이로 지나매 내 앞에 언약을 맺었으나 그 말을 실행하지 아니하여 내 계약을 어긴 그들을 곧 송아지 두 조각 사이로 지난 유다 고관들과 예루살렘 고관들과 내시들과 제사장들과 이 땅 모든 백성을 내가 그들의 원수의 손과 그들의 생명을 찾는 자의 손에 넘기리니 그들의 시체가 공중의 새와 땅의 짐승의 먹이가 될 것이며 또 내가 유다의 시드기야 왕과 그의 고관들을 그의 원수의 손과 그의 생명을 찾는 자의 손과 너희에게서 떠나간 바벨론 왕의 군대의 손에 넘기리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보라 내가 그들에게 명령하여 이 성읍에 다시 오게 하리니 그들이 이 성을 쳐서 빼앗아 불사를 것이라 내가 유다의 성읍들을 주민이 없어 처참한 황무지가 되게 하리라”


이 단락은 계약을 파기한 시드기야 왕과 예루살렘 백성에게 선포된 심판 선언이다. 8절은 새 글 여는 공식 “여호와께로부터 말씀이 예레미야에게 임하니라”(yrEx]a; hw"hy> taeme Why"m.r>yI-la, hy"h'-rv,a] rb'D"h;)로 시작하고 있고, “시드기야 왕이 예루살렘에 있는 모든 백성과 한 가지로 하나님 앞에서 계약을 맺고 자유를 선포한 후에”라는 시간 정보를 담고 있다(장성길, 286쪽). 또 하나의 중요한 시간 정보는 ‘너희에게서 떠나간 바벨론 왕의 군대’(21절)에 담겨 있는데, 이전 어느 시점에 바벨론 군대가 철수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시간 정보를 종합하여 정리한 이 단락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바벨론 군대가 예루살렘과 유다의 남은 두 성읍을 공격하고 있을 때, 하나님의 심판 선언이 예레미야를 통해 시드기야 왕에게 선포된 후에: 1-7절) 시드기야 왕은 예루살렘 백성들과 함께, 히브리 남녀 노비를 해방하기로 하나님 앞에서 계약을 맺고, 실제로 히브리 노비들을 해방한다. 그런데 바벨론 군대가 떠나가자, 그들은 자유를 주었던 히브리 노비들을 끌어다가 다시 노비를 삼음으로써 계약을 파기한다. 그러자 하나님의 심판이 예레미야를 통해 그들에게 선포된다.


여기에서 본문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비 해방 계약의 양 주체가 누구인지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 8절을 해석하면서, 노비를 자유롭게 해 주는 계약은 시드기야 왕과 예루살렘의 백성들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라는 다음과 같은 견해가 있다.  


“따라서 11절은 유다 백성들의 이중적인 행동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본문이다. 신명기 15장에 의하면 노예를 영구히 소유하는 것은 신명기 율법을 위반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법을 시행하기로 시드기야와 맺은 약속까지 어기는 결과임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하나님은 시드기야와 약조한 도덕적 신의를 저버린 유다 백성들을 심판하기로 작정하신 것이다.”(장성길, 287-288).

 

그러나 하나님께서 ‘내 계약’(ytirIB.., 18절)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하나님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되신다. 곧 계약은 시드기야 왕과 예루살렘 백성들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한 편에) 하나님과 (다른 편에) 시드기야 왕 및 예루살렘 백성들 사이에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또 이렇게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유는, 심판받는 대상에 시드기야 왕이 그의 고관들과 더불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21절). 만약 시드기야 왕은 계약을 지키고 예루살렘 백성들이 계약을 지키지 않았다면, 시드기야 왕은 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시드기야 왕이 예루살렘 백성들과 함께 심판받는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은, 예루살렘 백성들과 더불어 시드기야 왕도 하나님을 상대로 계약을 맺었고, 또한 노비를 풀어준 후에 다시 끌어다가 노비로 삼음으로써 하나님과의 계약을 파기했음을 의미한다.


    2) 히브리 노비 해방 계약의 신학적 배경: 제7년 히브리 노비 해방법과 희년법


6년 동안 섬긴 히브리 노비를 제7년에 자유롭게 하라는 이 명령과 관련되는 율법은 출애굽기 21:2-11, 신명기 15:12-18인데, 그 주요 부분은 다음과 같다.


“네가 히브리 종을 사면 그는 여섯 해 동안 섬길 것이요 일곱째 해에는 몸값을 물지 않고 나가 자유인이 될 것이며”(출애굽기 21:2).


“네 동족 히브리 남자나 히브리 여자가 네게 팔렸다 하자 만일 여섯 해 동안 너를 섬겼거든 일곱째 해에 너는 그를 놓아 자유롭게 할 것이요 그를 놓아 자유하게 할 때에는 빈 손으로 가게 하지 말고 네 양 무리 중에서와 타작 마당에서와 포도주 틀에서 그에게 후히 줄지니 곧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복을 주신 대로 그에게 줄지니라 … 그가 여섯 해 동안에 품꾼의 삯의 배나 받을 만큼 너를 섬겼은즉 너는 그를 놓아 자유하게 하기를 어렵게 여기지 말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 범사에 네게 복을 주시리라”(신명기 15:12-18).


그런데 이 명령에 대해, “너희 선조가 내게 순종하지 아니하며 귀를 기울이지도 아니하였느니라 그러나 너희는 이제 돌이켜 내 눈 앞에 바른 일을 행하여 각기 이웃에게 자유를 선포하되”(14-15절)라는 말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예레미야 34장 본문의 배경은 히브리 사람을 이미 6년을 초과하여 노비로 부리는 악습이 선조 대로부터 예레미야 당대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히브리 노비의 입장에서 보면, 멀리는 자기 선조 대로부터 대를 이어 노비가 되는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이 말은 곧, 이 세습 히브리 노비들이 50년 희년 주기도 이미 초과하여 자자손손 노비가 되어 왔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러므로 노비를 자유롭게 하라는 이 명령과 관련되는 율법은, 전술한 출애굽기와 신명기의 제7년 히브리 노비 해방법이기도 하지만, 또한 동시에 레위기 25:8-55의 희년법이기도 한 것이다. 이 명령이 희년법과 관련된다는 점에 대한 또 다른 근거는, ‘자유를 선포하라’(rArd> aroq., 예레미야 34:15, 17)는 명령이 희년법의 동일한 명령(rArD> ~t,ar"q., 레위기 25:10)을 연상시킨다는 점이다. 여기서 특히 ‘자유(로운)’에 대해, 예레미야 34장 본문이, 제7년 히브리 노비 해방법의 직접적 근거 본문인 출애굽기와 신명기에서 사용된 단어(yvip.x', 출애굽기 21:2, 신명기 15:12-18)를 사용하지 않고, 레위기 희년법에서 사용된 단어(rArD, 레위기 25:10)를 사용했다는 것은, 예레미야 본문이 레위기 희년법과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점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 히브리 노비 해방 계약 파기의 경제적 배경: 대토지 소유제


희년법에 의하면, 자유를 선포하면서 동시에 기업 토지를 회복시켜 주어야 한다.


“너희는 오십 년째 해를 거룩하게 하여 그 땅에 있는 모든 주민을 위하여 자유를 공포하라 이 해는 너희에게 희년이니 너희는 각각 자기의 소유지로 돌아가며 각각 자기의 가족에게로 돌아갈지며”(레위기 25:10).


그러므로 6년을 초과하여 섬긴 히브리 노비에게는 즉각적으로 자유를 선포해야 하며, 그 때 빈손으로 가게 하지 말고, 양과 곡식과 포도주 등을 후히 주어야 할뿐만 아니라(신명기 15:12-18), 50년 희년 주기를 초과하여 대를 이어 노비로 살아 온 히브리 사람에게는 기업 토지를 회복시켜 주어야 하는 것이다(레위기 25:10). 그런데 예레미야 34장에는 이렇게 했다는 명시적 기록이 없다. 아마도 히브리 노비들에게 자유만 선포하고, 양과 곡식과 포도주 등은 주지 않았을 것이며, 그 노비들의 가문의 기업 토지도 회복시켜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히브리 노비들은 비록 정치적으로는 자유롭게 되었지만, 경제적으로는 결코 자유롭게 되지 못해서, 생계유지에 큰 곤란을 겪었을 것이며, 자기 방어에도 취약해져서, 얼마 후에 자신들을 해방해 준 자들이 다시 자신들을 끌어다가 노비로 삼으려고 할 때 그것에 저항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 시드기야 왕을 비롯하여 예루살렘 백성들이 노비를 자유롭게 해 준 후에 다시 그들을 끌어다가 노비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본문에는 그 이유가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유추해 볼 수는 있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였을 것이다. 시드기야 왕이 최대의 지주였고, 고관들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 역시 대지주들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이유는 바로 그들이 노비를 자유롭게 해 준 후에 다시 끌어다가 노비로 삼은 이유는 ‘노비 노동에 의해서만 운영될 수 있는 대토지 소유제’ 때문이었을 것이다. 원래 율법의 희년 토지법에 의하면 대토지 소유제가 불가능했으나, 유다의 지도층들은 율법에 어긋나는 불의한 법령을 만들어서(이사야 10:1) 대토지 소유를 합법화하고 “전토에 전토를 더하여 빈 틈이 없도록 하고 이 땅 가운데에서 홀로 거주하려 하는 자들”(이사야 5:8)이 되었을 것이다.


시드기야 왕과 고관들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들은 대지주로서 이미 희년 토지법을 어긴 자들이었고, 히브리 노비들에게 자유를 선포할 때에도 빈손으로 내보내면서 그 노비들의 가문의 기업 토지를 돌려주지 않음으로써 재차 희년 토지법을 어겼다. 그뿐만 아니라 시드기야 왕과 고관들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들은 계약을 파기하고 해방한 히브리 노비를 다시 끌어다가 노비로 삼았는데, 그 중요한 이유는 자신들이 희년 토지법을 어긴 채 불법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대토지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예레미야 34장을 이어 35장에서는 레갑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희년 토지법을 어기고 하나님과 맺은 노비 해방 계약을 파기하기까지 대토지 소유제를 유지하면서 토지에 대한 탐욕에 물든 시드기야 왕과 고관들을 비롯한 유다 사회 지도층들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사람들이 바로 레갑 사람들이었다. 레갑 사람들은 자신들의 선조 요나답의 명령을 지켜서, 포도원이나 밭을 아예 갖지 않았던 것이다(예레미야 35:6-10).

 

“그들이 이르되 우리는 포도주를 마시지 아니하겠노라 레갑의 아들 우리 선조 요나답이 우리에게 명령하여 이르기를 너희와 너희 자손은 영원히 포도주를 마시지 말며 너희가 집도 짓지 말며 파종도 하지 말며 포도원을 소유하지도 말고 너희는 평생 동안 장막에 살아라 그리하면 너희가 머물러 사는 땅에서 너희 생명이 길리라 하였으므로 우리가 레갑의 아들 우리 선조 요나답이 우리에게 명령한 모든 말을 순종하여 우리와 우리 아내와 자녀가 평생 동안 포도주를 마시지 아니하며 살 집도 짓지 아니하며 포도원이나 밭이나 종자도 가지지 아니하고 장막에 살면서 우리 선조 요나답이 우리에게 명령한 대로 다 지켜 행하였노라”


하나님은 예레미야를 통해 이 레갑 사람들에게 하나님 앞에 설 사람이 영원히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복을 내리셨다(예레미야 35:19). 그렇다면 레갑 사람들이 준수함으로써 하나님으로부터 복을 받게 되는, 요나답의 명령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요나답이 어떤 사람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레갑 사람들의 선조인 요나답은 예후와 함께 바알숭배를 근절하기 위해 힘썼던 사람이다(열왕기하 10:15-27). 바알 숭배를 근절하기 위해 예후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했던 요나답은, 하나님이 남겨두신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아니하고 바알에게 입맞추지 아니한 자’(열왕기상 19:18) 7천 명의 후예였다. 그러므로 요나답이 그 자손들에게 내린 명령은 바알 숭배 근절의 차원에서 그 의미를 조명할 수 있다. 바알 숭배는 희년 토지법을 거부하고 대토지 소유제를 합법화하는 바알 토지법을 확산시켰다. 그 상징적인 사건이 바로 나봇의 포도원 사건이다(열왕기상 21장). 이스라엘 왕 아합과 그 왕비 이세벨이 의인 나봇을 죽이고 포도원을 강탈하였고, 이에 대해 하나님의 심판이 선지자 엘리야를 통해 아합과 이세벨에게 선포되었다. 요나답은 아합과 이세벨 다음 세대로서, 이스라엘에 바알 토지법이 이미 만연해진 시대에 살았을 것이다. 바알 토지법에 의해 대토지 소유제가 초래하는 참상을 보았던 요나답은, 토지에 대한 탐욕이 바알 토지법의 근저에 있다는 것을 통찰하고, 그 자손들에게 아예 토지를 갖지 말라고 명령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요나답이 그 자손들에게 내린 명령은, 반(反)바알토지법, 반(反)대토지소유제의 정신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레갑 사람들은 그 선조 요나답의 명령을 준수하여 토지를 아예 갖지 않음으로써 토지에 대한 탐욕에 물들어 대지주가 된 유다 사회 지도층과 뚜렷이 구분되는 ‘대조 사회’(Contrast Society) 혹은 ‘대조 공동체’(Contrast Community)였다고 볼 수 있다.


Ⅲ. 결론


이상에서 예레미야 34장 본문에 대해 ‘히브리 노비 해방 계약 파기 사건’을 중심으로, 본문의 신학적·경제적 배경이 되는 ‘제7년 히브리 노비 해방법’과 ‘희년법’, 그리고 ‘대토지 소유제’를 본문과 연결시켜서 ‘자유와 토지’라는 주제를 기술하였는데, 이 본문에 대한 주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1-7절은, 예루살렘을 비롯한 유다의 성들이 바벨론 군대의 공격을 당하고 있을 때, 예루살렘은 함락되고 시드기야 왕은 바벨론으로 잡혀가서 그 곳에서 평안히 죽을 것이라는 하나님의 심판 신탁이 예레미야를 통해 시드기야 왕에게 선포된다는 내용인데, 이 단락은 그 다음에 이어지는 본론인 8-22절의 서론적 기능을 하고 있다. 다음으로 8-22절은, 시드기야 왕이 예루살렘 백성들과 함께, 히브리 남녀 노비를 해방하기로 하나님 앞에서 계약을 맺고, 실제로 히브리 노비들을 해방하지만, 바벨론 군대가 떠나가자, 그들은 자유를 주었던 히브리 노비들을 끌어다가 다시 노비를 삼음으로써 계약을 파기하고, 이에 대해 하나님의 심판이 예레미야를 통해 그들에게 선포된다는 내용이다.


예레미야 34장의 히브리 노비 해방 계약은 율법, 곧 출애굽기와 신명기의 제7년 히브리 노비 해방법 및 레위기의 희년법과 연관된다. 6년을 초과하여 섬긴 히브리 노비에게는 즉각적으로 자유를 선포해야 하며, 그 때 빈손으로 가게 하지 말고, 양과 곡식과 포도주 등을 후히 주어야 할뿐만 아니라, 50년 희년 주기를 초과하여 대를 이어 노비로 살아 온 히브리 사람에게는 기업 토지를 회복시켜 주어야 하는데 예레미야 34장에는 이렇게 했다는 명시적 기록이 없다. 아마도 히브리 노비들에게 자유만 선포하고, 양과 곡식과 포도주 등은 주지 않았을 것이며, 그 노비들의 가문의 기업 토지도 회복시켜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해방된 히브리 노비들은 생계유지에 큰 곤란을 겪었을 것이며, 자기 방어에도 취약해져서, 얼마 후에 자신들을 해방해 준 자들이 다시 자신들을 끌어다가 노비로 삼으려고 할 때 그것에 저항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시드기야 왕을 비롯하여 예루살렘 백성들이 히브리 노비를 자유롭게 해 준 후에 다시 그들을 끌어다가 노비로 삼은 이유를 생각할 때, 그 경제적 배경에는 대토지 소유제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시드기야 왕과 고관들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들은 대지주로서 이미 희년 토지법을 어긴 자들이었고, 히브리 노비들에게 자유를 선포할 때에도 빈손으로 내보내면서 그 노비들의 가문의 기업 토지를 돌려주지 않음으로써 재차 희년 토지법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과 맺은 계약을 파기하고 해방한 히브리 노비를 다시 끌어다가 노비로 삼았는데, 그 중요한 이유는 자신들이 희년 토지법을 어긴 채 불법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대토지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토지에 대한 탐욕에 물들어 희년 토지법을 어기고 또한 하나님과 맺은 히브리 노비 해방 계약도 파기한 유다 사회 지도층의 행태는 예레미야 35장에 등장하는 레갑 사람들과 극명하게 대비되는데, 레갑 사람들은 반(反)바알토지법, 반(反)대토지소유제의 정신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자신들의 선조 요나답의 명령을 지켜서, 포도원이나 밭을 아예 갖지 않았던 것이다.


참고문헌


장성길, 『이스라엘의 구원과 회복의 드라마』, 도서출판 이레서원,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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