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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선교

30

2009-Jun

출애굽기의 자유관

작성자: 박창수 IP ADRESS: *.123.189.21 조회 수: 1943

 

출애굽기의 자유관


박창수


1. 들어가는 글


본 소고(小考)는 출애굽기의 자유관(自由觀)에 대한 것이다.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신자유주의, 한미자유무역협정 등 ‘자유’라는 단어를 포함한 이념과 주장들이 우리 사회와 교회에 유포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이념과 주장들에 담긴 ‘자유’는 정글 자본주의 하에서 소위 ‘호랑이만의 자유’일 뿐, 사회적 약자의 자유는 결코 아니다. 과연 이런 자유가 진정한 자유가 될 수 있을까? 기독교인이 이 문제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삶의 기준이 되는 성서로 돌아가야 한다. 자유에 대한 성서의 관점은 무엇인가? 본 소고(小考)는 구약성서 가운데 자유에 대한 대표적인 책인 출애굽기를 택하여, 출애굽기의 자유에 대한 관점을 논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출애굽기 전체 본문을 상고하면서 항목을 크게 (1) 자유의 역사적 배경, (2) 자유의 신본(神本)적 목적, (3) 자유의 획득 방식, (4) 자유의 경제적 조건, (5) 자유인의 의무로 나누어 차례대로 논할 것이다. 여기에서 사용된 우리말 번역본은 개역개정 한글성경이다.


2. 몸 글


  1) 자유의 역사적 배경: 해방사와 구속사의 만남


이스라엘 백성이 자유를 얻게 되는 역사적 배경은 한마디로 해방사(解放史)와 구속사(救贖史)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잘 드러난 본문은 대표적으로 다음 두 개를 들 수 있다. 먼저 2장 본문이다.


2:23-25

“여러 해 후에 애굽 왕은 죽었고 이스라엘 자손은 고된 노동으로 말미암아 탄식하며 부르짖으니 그 고된 노동으로 말미암아 부르짖는 소리가 하나님께 상달된지라 하나님이 그들의 고통 소리를 들으시고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세운 그의 언약을 기억하사 하나님이 이스라엘 자손을 돌보셨고 하나님이 그들을 기억하셨더라”


이 본문에 의하면,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자유를 주시기 위해서 행동에 나서시게 되는 역사적 배경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고된 노동으로 말미암아 탄식하며 부르짖는 이스라엘 백성의 고통 소리였고, 또 하나는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세운 하나님의 언약이었다. 전자는 해방사의 배경이며, 후자는 구속사의 배경이다. 그리고 이 둘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이 본문에서는 전자가 후자의 계기로 작용했다. 하나님께서 고통 소리를 들으시고 언약을 기억하신 것이다. 그럼 다음으로 6장 본문을 살펴보자.


6:2-8

“하나님이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나는 여호와이니라 내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전능의 하나님으로 나타났으나 나의 이름을 여호와로는 그들에게 알리지 아니하였고 가나안 땅 곧 그들이 거류하는 땅을 그들에게 주기로 그들과 언약하였더니 이제 애굽 사람이 종으로 삼은 이스라엘 자손의 신음 소리를 내가 듣고 나의 언약을 기억하노라 그러므로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기를 나는 여호와라 내가 애굽 사람의 무거운 짐 밑에서 너희를 빼내며 그들의 노역에서 너희를 건지며 편 팔과 여러 큰 심판들로써 너희를 속량하여 너희를 내 백성으로 삼고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리니 나는 애굽 사람의 무거운 짐 밑에서 너희를 빼낸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인 줄 너희가 알지라 내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주기로 맹세한 땅으로 너희를 인도하고 그 땅을 너희에게 주어 기업을 삼게 하리라 나는 여호와라 하셨다 하라” 


이 본문에 의하면, 하나님께서는 먼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가나안 땅을 주시기로 언약하셨고, 그 다음에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자손의 신음 소리를 들으셨으며, 그것을 계기로 언약을 기억하셨다. 이 6장 본문은 언약이 신음 소리보다 더 먼저 존재했음을 명백하게 드러내고 있다. 또한 이 6장 본문은 신음 소리가 하나님이 언약을 기억하게 되시는 계기로 작용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된 언약과 신음 소리를 역사적 배경으로 하여,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 사람의 무거운 짐과 노역에서 자유롭게 하시며, 그 뿐만 아니라 그들을 하나님의 백성으로 삼으시고, 그들에게 가나안 땅을 주시겠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2) 자유의 신본적 목적: 하나님의 영광, 하나님을 섬김, 하나님과 동거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자유를 주시려고 하신 신본적 목적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을 섬기도록 하기 위해서, 그리고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거하기 위해서였다. 각각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하나님의 영광


나는 여호와인 줄 알리라”는 반복되는 하나님의 말씀은, 이스라엘 백성이 자유를 얻게 되는 출애굽의 목적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것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대표적인 본문은 다음과 같다.

 

7:3-5

“내가 바로의 마음을 완악하게 하고 내 표징과 내 이적을 애굽 땅에서 많이 행할 것이나 바로가 너희의 말을 듣지 아니할 터인즉 내가 내 손을 애굽에 뻗쳐 여러 큰 심판을 내리고 내 군대,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을 그 땅에서 인도하여 낼지라 내가 내 손을 애굽 위에 펴서 이스라엘 자손을 그 땅에서 인도하여 낼 때에야 애굽 사람이 나를 여호와인 줄 알리라 하시매”


그런데 “나는 여호와인 줄 알리라”는 표현은, 하나님의 영광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하나님의 영광’과 ‘나는 여호와인 줄 알리라’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잘 드러내는 대표적인 본문은 다음과 같다.


14:4

“내가 바로의 마음을 완악하게 한즉 바로가 그들의 뒤를 따르리니 내가 그와 그의 온 군대로 말미암아 영광을 얻어 애굽 사람들이 나를 여호와인 줄 알게 하리라 하시매 무리가 그대로 행하니라”


14:18

“내가 바로와 그의 병거와 마병으로 말미암아 영광을 얻을 때에야 애굽 사람들이 나를 여호와인 줄 알리라 하시더니”


그리고 ‘나는 여호와인 줄 알리라’는, 바로를 비롯한 애굽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에게도 적용되는 것이었다. ‘이스라엘 백성이 나는 여호와인 줄 알리라’는 대표적인 본문은 다음과 같다.


6:7

“너희를 내 백성으로 삼고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리니 나는 애굽 사람의 무거운 짐 밑에서 너희를 빼낸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인 줄 너희가 알지라


    (2) 하나님을 섬김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의 목적은 ‘바로를 섬김’에서 ‘하나님을 섬김’으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자유를 주시려고 하신 것은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을 섬기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것은 “내 백성을 보내라 그들이 나를 섬길 것이니라”는 반복되는 하나님의 말씀에 잘 드러나 있다. 그 대표적인 본문은 다음과 같다.


7: 14-16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바로의 마음이 완강하여 백성 보내기를 거절하는도다 아침에 너는 바로에게로 가라 보라 그가 물 있는 곳으로 나오리니 너는 나일 강 가에 서서 그를 맞으며 그 뱀 되었던 지팡이를 손에 잡고 그에게 이르기를 히브리 사람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나를 왕에게 보내어 이르시되 내 백성을 보내라 그러면 그들이 광야에서 나를 섬길 것이니라 하였으나 이제까지 네가 듣지 아니하도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한 후에 하나님을 섬기게 될 것은, 하나님이 모세를 이스라엘 백성에게 보낸 증거이기도 했다. 다음 본문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3:12

“하나님이 이르시되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있으리라 네가 그 백성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낸 후에 너희가 이 산에서 하나님을 섬기리니 이것이 내가 너를 보낸 증거니라”


    (3) 하나님과 동거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자유를 주시려고 하신 것은,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거하기 위해서였다. 이것은 다음 본문에 잘 나타나 있다.


29:46

“그들은 내가 그들의 하나님 여호와로서 그들 중에 거하려고 그들을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줄을 알리라 나는 그들의 하나님 여호와니라”


  3) 자유의 획득 방식: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와 용서, 모세의 순종과 기도


이스라엘 백성이 자유(근본적으로 생명)을 얻게 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서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와 용서 및 모세의 순종과 기도를 통해서였다. 각각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와 용서


이스라엘 백성의 자유와 생명은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와 용서에 의해 주어진 것이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 언약을 맺으셨고, 애굽 사람의 압제로 고통당하는 이스라엘 백성의 부르짖는 소리를 들으시고 그 언약을 기억하사 모세를 부르시고 보내셔서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애굽에서 나오게 하시며, 시내산에서 이스라엘 백성과 언약을 맺으셨다. 출애굽이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에 의한 것임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본문은 다음과 같다.


3:8

“내가 내려가서 그들을 애굽인의 손에서 건져내고 그들을 그 땅에서 인도하여 아름답고 광대한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곧 가나안 족속, 헷 족속, 아모리 족속, 브리스 족속, 히위 족속, 여부스 족속의 지방에 데려가려 하노라”


또한 하나님은 황금 송아지 숭배를 자행하여 하나님과 맺은 언약을 파기하고 반역한 이스라엘 백성을 멸절시키시려고 하였지만, 모세의 기도를 받아들여 이스라엘 백성을 용서하시고, 이스라엘 백성과 다시 언약을 맺으셨다. 그리고 하나님은 성막을 만들게 하시고 하나님의 영광을 성막에 충만히 임하게 하시며, 구름과 불로 이스라엘 백성을 광야에서 인도하셨는데, 이것은 이스라엘 백성의 황금 송아지 숭배에 대한 용서를 확증해 주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을 기술하고 있는 출애굽기 마지막 본문은 다음과 같다.


40:34-38

“구름이 회막에 덮이고 여호와의 영광이 성막에 충만하매 모세가 회막에 들어갈 수 없었으니 이는 구름이 회막 위에 덮이고 여호와의 영광이 성막에 충만함이었으며 구름이 성막 위에서 떠오를 때에는 이스라엘 자손이 그 모든 행진하는 길에 앞으로 나아갔고 구름이 떠오르지 않을 때에는 떠오르는 날까지 나아가지 아니하였으며 낮에는 여호와의 구름이 성막 위에 있고 밤에는 불이 그 구름 가운데에 있음을 이스라엘의 온 족속이 그 모든 행진하는 길에서 그들의 눈으로 보았더라”


요컨대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와 용서 덕분에 이스라엘 백성은 자유와 생명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2) 모세의 순종과 기도


이스라엘 백성의 자유와 생명은 또한 모세의 순종과 기도에 의해 주어진 것이었다. 모세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애굽으로 돌아가서 바로에 맞서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했다. 그리고 모세는 하나님의 말씀에 온전히 순종하여 결국 바로의 압제로부터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애굽을 나왔다.


또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이 황금 송아지 숭배로 멸절의 위기에 처했을 때, 하나님께 여러 번에 걸쳐 지혜롭고도 집요한 기도를 드렸는데, 하나님은 모세의 기도를 받아들여 이스라엘 백성을 용서하시고 다시 이스라엘 백성과 언약을 맺으시고 그들을 광야에서 인도하셨다. 이스라엘 백성의 황금 송아지 숭배 사건과 관련하여 하나님께 드린 모세의 기도들 가운데 첫 번째는 이스라엘 백성을 멸절시키지 말아 주시기를 탄원하는 것이었는데, 이 첫 번째 기도에는 이스라엘 백성의 죄를 용서해달라는 요청은 아직 등장하지 않는다.


32:11-13

“모세가 그의 하나님 여호와께 구하여 이르되 여호와여 어찌하여 그 큰 권능과 강한 손으로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내신 주의 백성에게 진노하시나이까 어찌하여 애굽 사람들이 이르기를 여호와가 자기의 백성을 산에서 죽이고 지면에서 진멸하려는 악한 의도로 인도해 내었다고 말하게 하시려 하나이까 주의 맹렬한 노를 그치시고 뜻을 돌이키사 주의 백성에게 이 화를 내리지 마옵소서 주의 종 아브라함과 이삭과 이스라엘을 기억하소서 주께서 그들을 위하여 주를 가리켜 맹세하여 이르시기를 내가 너희의 자손을 하늘의 별처럼 많게 하고 내가 허락한 이 온 땅을 너희의 자손에게 주어 영원한 기업이 되게 하리라 하셨나이다”


이 기도를 들으시고 “여호와께서 뜻을 돌이키사 말씀하신 화를 그 백성에게 내리지 아니하시니라”(32:14). 그러나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의 죄를 용서하신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모세는 두 번째 기도를 드려 이스라엘 백성의 죄를 용서해 주시기를 간구했다.


32:31-32

“모세가 여호와께로 다시 나아가 여짜오되 슬프도소이다 이 백성이 자기들을 위하여 금 신을 만들었사오니 큰 죄를 범하였나이다 그러나 이제 그들의 죄를 사하시옵소서 그렇지 아니하시오면 원하건대 주께서 기록하신 책에서 내 이름을 지워 버려 주옵소서”


이 기도에 대해, 하나님은 “이제 가서 내가 네게 말한 곳으로 백성을 인도하라 내 사자가 네 앞서 가리라”(32:34)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바로 이어서 하나님은 “내가 보응할 날에는 그들의 죄를 보응하리라”(32:34)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하나님은 “나는 너희와 함께 올라가지 아니하리니 너희는 목이 곧은 백성인즉 내가 길에서 너희를 진멸할까 염려함이니라”(33:3)고 말씀하셨다. 하나님이 보응할 날에 이스라엘 백성의 죄를 보응하시고 또한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올라가지 않겠다고 선언하신 것이었다. 그래서 모세는 세 번째 기도를 드렸다. 이 세 번째 기도에서 모세는 하나님께 세 가지를 연거푸 탄원했다.


33:12-13

“모세가 여호와께 아뢰되 보시옵소서 주께서 내게 이 백성을 인도하여 올라가라 하시면서 나와 함께 보낼 자를 내게 지시하지 아니하시나이다 주께서 전에 말씀하시기를 나는 이름으로도 너를 알고 너도 내 앞에 은총을 입었다 하셨사온즉 내가 참으로 주의 목전에 은총을 입었사오면 원하건대 주의 길을 내게 보이사 내게 주를 알리시고 나로 주의 목전에 은총을 입게 하시며 이 족속을 주의 백성으로 여기소서”


33:15-16

“모세가 여호와께 아뢰되 주께서 친히 가지 아니하시려거든 우리를 이 곳에서 올려 보내지 마옵소서 나와 주의 백성이 주의 목전에 은총 입은 줄을 무엇으로 알리이까 주께서 우리와 함께 행하심으로 나와 주의 백성을 천하 만민 중에 구별하심이 아니니이까”


33:18

“모세가 이르되 원하건대 주의 영광을 내게 보이소서”


이 기도 가운데 주의 영광을 보여 달라는 기도는 시내산에서 하나님께서 그 영광을 보이시면서 이스라엘 백성과 언약을 체결하셨던 것을 염두에 둔 간구로 볼 수 있다. 곧 모세는 황금 송아지 사건으로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에 깨졌던 언약을 다시 세워달라는 함의를 담아 하나님께 간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세 번째 기도에 대해 하나님은 “내가 친히 가리라 내가 너를 쉬게 하리라”(33:14)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하나님은 “내가 내 모든 선한 것을 네 앞으로 지나가게 하고 여호와의 이름을 네 앞에 선포하리라 나는 은혜 베풀 자에게 은혜를 베풀고 긍휼히 여길 자에게 긍휼을 베푸느니라”고 말씀하셨다. 또한 하나님은 “너는 돌판 둘을 처음 것과 같이 다듬어 만들라 네가 깨뜨린 처음 판에 있던 말을 내가 그 판에 쓰리니”(34:1)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하나님은 구름 가운데 강림하시어 모세와 함께 서서 하나님의 이름을 선포하시며, 모세 앞으로 지나시면서 “여호와라 여호와라 자비롭고 은혜롭고 노하기를 더디하고 인자와 진실이 많은 하나님이라 인자를 천대까지 베풀며 악과 과실과 죄를 용서하리라 그러나 벌을 면제하지는 아니하고 아버지의 악행을 자손 삼사 대까지 보응하리라”(34:6-7)고 선포하셨다. 그러자 모세는 급히 땅에 엎드려 경배하며 네 번째 마지막 기도를 드렸다. 이 기도에서 모세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과 동행해 주시고 이스라엘 백성의 죄악을 용서해 주시며 이스라엘 백성을 하나님의 기업으로 삼아달라고 간구하였다.


34:9

“이르되 주여 내가 주께 은총을 입었거든 원하건대 주는 우리와 동행하옵소서 이는 목이 뻣뻣한 백성이니이다 우리의 악과 죄를 사하시고 우리를 주의 기업으로 삼으소서”


이 마지막 기도에 대해 하나님은 “보라 내가 언약을 세우나니”(34:10)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하나님은 여러 가지 계명들을 주시고 나서 “너는 이 말들을 기록하라 내가 이 말들의 뜻대로 너와 이스라엘과 언약을 세웠음이니라”고 말씀하시고(34:27),  언약의 말씀 곧 십계명을 그 돌판들에 기록하셨다(34:28). 하나님께서 모세의 기도를 들으시고, 황금 송아지 사건으로 이스라엘 백성들과 깨졌던 언약을 다시 세우신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의 하나님이 되시고,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백성이 된다는 의미였다. 이로써 이스라엘 백성은 멸절의 위기에서 벗어나 생명을 얻게 되었다. 요컨대 모세의 순종과 기도 덕분에 이스라엘 백성은 자유와 생명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4) 자유의 경제적 조건: 토지와 임금


진정한 자유를 위해서는 경제적 조건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한다. 경제적 조건을 도외시한 채, 노예상태에서 해방되는 정치적 조건만 충족시키고 끝나버린다면, 그것은 결코 진정한 자유가 될 수 없다. 출애굽기는 이스라엘 백성의 진정한 자유를 위해, 단지 바로의 압제로부터 해방되는 정치적 자유를 얻는 것으로 이스라엘 백성의 자유를 위한 장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지 않는다.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 후에 약속의 땅을 향해 가는 이야기가 바로 진정한 자유를 위한 경제적 조건이 반드시 필요하며 또 그것이 무엇인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만약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 후에 땅을 얻지 못한 채 광야에서 영원히 유랑해야 한다면, 이스라엘 백성은 결코 진정한 자유를 얻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곧 토지가 없으면 자유도 없다! No Land, No Liberty! 토지가 없는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을 떠날 때 애굽 사람들로부터 취한 물품은, 강제 노역에 대해 받지 못한 임금의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경제적 조건이라는 함의를 갖고 있다. 이와 같은 자유의 경제적 조건에 대한 출애굽기 본문을 토지와 임금으로 나누어 자세히 살펴보자.


    (1) 토지


약속의 땅에 대한 이야기는 출애굽기 전체에 걸쳐 아주 많다. 그 가운데 두 개만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3:17

“내가 말하였거니와 내가 너희를 애굽의 고난 중에서 인도하여 내어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곧 가나안 족속, 헷 족속, 아모리 족속, 브리스 족속, 히위 족속, 여부스 족속의 땅으로 올라가게 하리라 하셨다 하면”


이 본문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 이후 시간표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올라가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히셨다. 곧 ‘땅을 향한 출애굽’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땅은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조상인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 사이에 맺어진 언약의 핵심이었다.


6:4

“가나안 땅 곧 그들이 거류하는 땅을 그들에게 주기로 그들과 언약하였더니”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땅을 주시겠다고 하신 언약을 기억하시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땅을 주시기 위해 출애굽의 대역사를 시작하신 것이다. 곧 ‘땅을 주시기 위한 출애굽’이었던 것이다.


    (2) 임금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을 떠날 때 애굽 사람들로부터 은과 금과 의복 등 물품을 취할 것이라고 미리 말씀하셨다.


3:21-22

“내가 애굽 사람으로 이 백성에게 은혜를 입히게 할지라 너희가 나갈 때에 빈손으로 가지 아니하리니 여인들은 모두 그 이웃 사람과 및 자기 집에 거류하는 여인에게 은 패물과 금 패물과 의복을 구하여 너희의 자녀를 꾸미라 너희는 애굽 사람들의 물품을 취하리라”


그리고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애굽 사람들로부터 은금 패물을 요구하라고 명하셨다.


11:2

“백성에게 말하여 사람들에게 각기 이웃들에게 은금 패물을 구하게 하라 하시더니”


그리고 결국 하나님이 예언하시고 명령하신 이 말씀은 출애굽의 역사적 과정에서 실제로 이루어졌다.


12:35-36

“이스라엘 자손이 모세의 말대로 하여 애굽 사람에게 은금 패물과 의복을 구하매 여호와께서 애굽 사람들에게 이스라엘 백성에게 은혜를 입히게 하사 그들이 구하는 대로 주게 하시므로 그들이 애굽 사람의 물품을 취하였더라”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을 떠날 때 애굽 사람들로부터 은과 금과 의복 등 물품을 취할 것을 하나님께서 미리 작정하시고, 또 그렇게 하라고 명령하신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 물품을 추후 성막을 만들 재료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추론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중에 한 가지 중요한 관점은, 그 물품을 임금으로 보는 것이다. 그것은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 사람들로부터 취한 그 물품은 종살이의 대가였다는 것이다. 애굽 사람들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매우 고된 강제 노역을 시키면서도 그 대가를 제대로 혹은 전혀 지불하지 않았다. 이것은 명백하게 경제적으로 불의한 정책이었다. 그래서 공의로우신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받지 못한 임금을 애굽을 떠날 때 모두 받을 수 있도록 하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5) 자유인의 의무: 가난한 사람들의 자유 보호


자유를 얻은 이스라엘 백성은 이제 약속의 땅에서 자유인의 의무를 지켜야 했다. 그 자유인의 의무 가운데 중요한 것은, 종이 된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힘쓰고 또 가난한 사람들이 종으로 팔리지 않도록 막는 것이었다. 그 정신이 잘 드러난 것이 바로 제7년 히브리 종 해방과 안식일과 빈민 무이자 대부에 대한 법규들이다. 먼저 제7년 히브리 종 해방 법규이다.


21:2

“네가 히브리 종을 사면 그는 여섯 해 동안 섬길 것이요 일곱째 해에는 몸값을 물지 않고 나가 자유인이 될 것이며”


종으로 팔린 히브리 사람이 죽을 때까지 종이 되지 않도록, 그리고 그 자손들이 대를 이어 종이 되지 않도록, 하나님께서는 히브리 종의 기간을 최대 6년으로 제한하셨다.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에서 자유인으로서 힘써야 할 자유인의 의무는 바로, 종으로 팔려 자유를 잃어버린 가난한 히브리 사람과 그 자손의 자유를 위해 힘쓰는 것이었다. 다음으로 종에 대한 배려는 매주 준수되어야 하는 안식일 법규에서도 잘 드러난다.


20:10

“일곱째 날은 네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네 남종이나 네 여종이나 네 가축이나 네 문안에 머무는 객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말라”


안식일 준수 명령은 출애굽기 전체에 걸쳐 등장하는데, 그 중 한 본문은 “너는 엿새 동안에 네 일을 하고 일곱째 날에는 쉬라 ··· 네 여종의 자식과 나그네가 숨을 돌리리라”(23:12)고 기술하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에서 자유인으로서 힘써야 할 자유인의 의무는, 안식일 법규를 준수하여 히브리인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종으로 있는 사람이 숨을 돌릴 수 있도록 아무 일도 하지 않게 하는 배려하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가난한 사람이 종으로 팔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무이자 대부가 법규로 제시되었다.


22:25

“네가 만일 너와 함께 한 내 백성 중에서 가난한 자에게 돈을 꾸어 주면 너는 그에게 채권자 같이 하지 말며 이자를 받지 말 것이며”


구약 시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모든 시대 모든 지역에서, 가난한 사람이 노예화되는 계기가 되는 중요한 사회 문제는 바로 고리대였다. 그런데 구약 성서에서는 가난한 사람에게 고리대뿐만 아니라 아예 이자 자체를 받지 말고 꾸어주라고 명령하고 있다. 이 빈민 무이자 대부 법규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바로 가난한 사람과 그 가족이 종으로 팔리게 되는 상황을 예방하고자 한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에서 자유인으로서 힘써야 할 자유인의 의무는, 빈민 무이자 대부 법규를 준수하여 가난한 사람과 그 가족이 자유를 잃고 노예화되지 않도록 힘쓰는 것이었다.


3. 나오는 글


이상에서 출애굽기의 자유관(自由觀)에 대해, (1) 자유의 역사적 배경, (2) 자유의 신본(神本)적 목적, (3) 자유의 획득 방식, (4) 자유의 경제적 조건, (5) 자유인의 의무를 상고하였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자유를 주시기 위해서 행동에 나서시게 되는 역사적 배경은, 해방사의 관점에서 고된 노동으로 말미암아 탄식하며 부르짖는 이스라엘 백성의 고통 소리였고, 구속사의 관점에서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세운 하나님의 언약이었다. 둘째,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자유를 주시려고 하신 신본적 목적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을 섬기도록 하기 위해서, 그리고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거하기 위해서였다. 셋째, 이스라엘 백성이 자유와 생명을 얻게 되는 방식은,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와 용서 및 모세의 순종과 기도를 통해서였다. 넷째, 자유를 위해 충족되어야 할 경제적 조건은 바로 토지와 임금으로서, 토지가 없는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될 수 없기 때문에 토지는 자유의 경제적 핵심 조건이 되고, 또한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을 떠날 때 애굽 사람들로부터 취한 은과 금과 의복 등 물품은 이스라엘 백성이 받지 못한 임금이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임금 역시 자유의 경제적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다섯째, 자유를 얻은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에서 지켜야 할 자유인의 의무는 종이 된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힘쓰고 또 가난한 사람들이 종으로 팔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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