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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선교

[국회 1인 시위 소감문]

성급한 한미FTA 추진은 제2의 숭례문 사태 자초


임왕성(jesusrevolution@hanmail.net)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

복음적사회선교를위한새벽이슬 간사


국보 1호 숭례문 화재 사건으로 인해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조선 전기에 지어져 그간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의 숱한 위기 속에서도 굳건히 버텨온 국가의 보물이 하룻밤 사이 ‘신나’ 한통과 ‘일회용 라이타’ 하나에 무참히 사라져 버렸으니 그것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오죽하랴! 사건의 책임소재를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불을 지른 당사자야 그 뒷 배경에 이런저런 억울한 상황이 있다 할지라도 1차적인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원인제공의 측면에서 본다면 현실성 없는 현(現) ‘토지보상제’와 성급한 ‘문화재 출입개방 정책’ 또한 그 책임소재를 비껴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되고 있는 위의 두 가지 제도에는 한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결국 두 제도 모두 제도의 시행에 따라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보완대책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추진되었다는 것이다. 재개발 지역의 토지보상의 부당한 실태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니 다시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주택공급 정책에 따른 재개발 정책은 아파트 한 채 분양받기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토지보상액으로 인해 오히려 서민들의 집을 빼앗아 무주택자로 만드는 웃지못할 상황을 연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문제가 되고 있는 일반인의 문화재 출입 허가 또한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대비책 없이 무리하게 시행되었다가 이번과 같은 결과를 자초하게 되었다. 야간관리에 대한 대책뿐만 아니라 목조건물에 대한 소방대책 또한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니 아니함만 못한 결과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결국 신중한 검토와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시행된 제도는 600여년의 역사를 하룻밤 사이에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무너진 숭례문과 함께 지난 과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잃어 버렸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동일한 어리석음으로 이제 미래의 한 페이지를 저당 잡히고 있다. 결국 지난 13일 5개월간 끌어온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이 국회에 상정되었다. 정부와 국회는 ‘경쟁력 강화를 통한 생산과 효율성 강화’라고 하는 한미 FTA의 장밋빛 미래에 취한 채, 제도의 시행에 따라 피할 수 없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한-아세안 자유무역 협정과 한-칠레 자유무역 협정에서 여실히 드러난 바와 같이 농민들은 이러한 문제에 있어서 늘 1차적인 희생을 감수해야만 한다.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될 때마다 정부의 쌀 수매량은 줄어가고, 농산물 산지가격은 폭락해 갔다. 이에 대해 아무리 하소연해도 들어주지 않는 정부에 대해 농민들은 자신들의 배를 칼로 긋고, 자신들의 몸에 불을 질러야만 했다. 또한 농민뿐만 아니라 경쟁력이 약한 산업에서도 생산이 감소하여 결국 그에 따른 실업문제를 피할 수 없을 뿐더러 비숙련 단순노동의 수요가 감소되어 이에 대한 적절한 대비책이 없는 한, 계층간 소득격차는 더욱더 커져만 갈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뭐가 그리 급한 지, 참여정부는 이것을 자신들의 마지막 작품으로, 17대 국회는 비준안의 회기 내 처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이는 600년의 숭례문을 태워버렸던 지난 어리석음을 또다시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의 주장처럼 이러한 국가 간 FTA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한다면, 정부는 그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국가차원의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뿐만 아니라 피해 당사자들이 앞으로 다가올 사태에 대비하도록 그 실상을 정확히 알려주어야만 한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정부는 이 중 어느 것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과 같이 정부가 한미 FTA로 인한 효과와 성장만을 강조하고, 일방적으로 장밋빛 미래만을 국민들에게 알려가는 것은 소위 말해, ‘안 되는 것은 버리고 가겠다’는 심사로 밖에는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정부의 잘못된 판단은 심각한 소득 양극화와 그로 인한 사회불안을 조성하여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러오고 말 것이다.


성경은 늘 가난하고 병들고 연약한 자에게 일차적인 관심을 둔다. 그렇기에 ‘천지와 바다와 그 중의 만물을 지으신’ 하나님은, ‘주린 자에게 식물을 주시는 자’이시며, ‘갇힌 자를 해방하시는 자’ 이시며, ‘소경의 눈을 여시는 자’ 이시며, ‘비굴한 자를 일으키시는 자’이시며, ‘객을 보호하시며 고아와 과부를 붙드시는 자’ 이시다.(시편 146장) 왜냐하면 개인적 상황뿐만 아니라 사회적 요인들로 인해 생의 밑바닥에 처한 그들은 하나님의 특별한 보호가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하나님은 매 3년 십일조, 매 7년 안식년, 희년제도 등을 사용하셨다. 그리고 그러한 하나님의 보호는 결과적으로 사회안전망으로 작용하여, 부하고 힘 있는 자들의 평안까지도 지켜주는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하나님의 가난한 자에 대한 편애는 보편적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인 것이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한미 FTA가 진정 모든 국민을 위하고 국가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데,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위의 하나님과 같은 역할이다. 즉 한미 FTA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소득양극화를 해소하고 그로 인한 부와 성장의 혜택이 진정 모든 국민들에게 적절히 배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이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게 마련되어 어느 한 분야나 어느 한 계층의 ‘일방적인’ 희생의 요구가 사라지게 될 때 정부는 비로소 온 국민의 환영과 기대를 등에 업고 보다 힘 있게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가 진정 한미 FTA를 빠른 시일 안에 처리하고자 한다면, 지금 그들의 손과 발이 어디를 향해야 하고 그들의 눈과 귀가 누구를 향해 열려 있어야 할 것인지는 너무나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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