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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선교

27

2008-Feb

희년의 노동법과 이랜드의 반(反)희년적 노동착취

작성자: 박창수 IP ADRESS: *.179.33.210 조회 수: 3585

 

이랜드의 반(反)성서적 노동착취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


2007년 말,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종로 5가에 있는 기독교회관 7층 NCC 총무실을 평화적으로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그 며칠 전에 구속 수배 중인 이랜드 노조의 두 명의 노동자가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명동성당으로 가서 천막 농성에 들어가려 했지만 성당 측은 불허했다. 노동자들이 눈물로 호소했지만 성당 측은 완력으로 노동자들의 천막을 허물어 버렸다. 천막이 허물어지는 광경을 보며 대부분이 여성인 이랜드 노동자들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래서 여성 노동자들은 명동성당에서 쫓겨나 기독교회관을 찾은 것이다.


농성 다음날 기독교회관 앞에서 그리스도교 단체들이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개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리고 며칠 후 기독교회관 앞에서 필자가 소속된 단체인 ‘통일시대평화누리’가 이랜드 노동자들과 함께 드리는 저녁 기도회에 참석했다. 마치고 나서 7층 농성장으로 올라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모두 20·30대에서 50·60대 사이의 여성이었다. 이 여성 노동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월 80만원씩 받았었다.” “이랜드 사측은 우리에게 손해배상 가압류를 1건에 1억 원씩 부과하였다.” 노동자들에게 참으로 두려운 것이 바로 손해배상 가압류이다. “이랜드 사측은 현재 교섭에 전혀 임하지 않고 있다.” “다섯 달이 넘게 장기화 되면서 가정 파탄의 위험까지 있다.” “우리는 한국의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신해서 투쟁하고 있다.” 이 여성 노동자들 가운데에는 그리스도교인도 있었다. “구속 수배 중인 노동자 두 사람은 명동성당 야외 성모상 앞에서 천막 없이 추위와 싸워가며 열흘 가까이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실내에서 농성하고 있어서 그들에게 미안하다.” “이랜드 사측은 매장을 매각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어기고 뉴코아 매장 1곳과 홈에버 매장 3곳을 매각했다. 그래서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나중에 돌아갈 곳이 없어질 수도 있다.”


2008년 초, 사랑의 교회 앞에서 천막 농성 중인 이랜드 노동자들을 방문하여 함께 기도를 드렸다. 필자를 포함해 방문자 두 사람과 농성 중인 이랜드 여성 노동자 두 사람, 이렇게 네 사람이 작은 기도회를 진행한 것이다. 여성 노동자 중 한 아주머니는 과거에 교회에 나갔지만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서 지금은 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기도회 중에 그 아주머니가 눈물을 흘렸다. 기도 제목을 나누고 함께 간절히 기도하면서 한 맺힌 마음과 북받치는 감정을 어찌할 수 없었던 것이다.


희년의 노동법과 이랜드의 노동착취


구약 성서 레위기 25장에 나오는 희년의 노동법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노예 노동 금지’이다. 동족 히브리인은 노예로 부릴 수 없다(레위25:39,42).


둘째, ‘적극 고용’이다. 극빈자를 맞아들여 일자리를 주어야 한다(레위25:35). 이 성구에서 극빈자를 맞아들여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단순히 극빈자가 살 집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무위도식하게 하지 않고 품꾼처럼 일감을 주어 일을 하게하고 그 정당한 품삯을 주어, 극빈자가 그 품삯을 저축하여 언젠가는 자기 기업 토지를 되찾아 독립하여 자영노동자가 될 수 있게 한다는 넓은 의미이다. 현대적 의미로는 실업자를 적극적으로 맞아들여 고용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이랜드가 비정규직보호법의 원 취지와 정신에 따라 2년간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집단 해고한 것은, 실업자를 적극 고용하라는 성서의 노동법과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셋째, ‘가혹 노동 금지’이다. 노동자를 가혹하게 부려서는 안 된다(레위25:43,53). 그런데 이랜드 홈에버 월드컵경기장 매장의 계산대에서 일하고 있는 계산원(캐쉬어)들은, "이 매장이 입지가 좋아서 항상 손님이 많은데도 직원을 더 뽑지 않는다, 밀린 손님들 계산을 하느라고 화장실도 못 가고 물도 마실 수 없다."고 증언했다. 이 매장의 계산대는 1층과 2층 모두 합쳐 총 36개로서, 밀려드는 고객을 무리 없이 소화하려면 130명 정도의 직원이 필요하지만 80명 정도의 계산원을 두고 중노동을 요구한 것이다. 계산원들은 쉴 새 없이 오랫동안 서서 일하기 때문에 건강이 나빠져, 발에 감각이 없거나, 어깨를 90도 이상 못 올리거나, 하지정맥류나 방광염, 갑상선 질환을 앓았다(출처: “"엄마는 잘렸단다, 비정규직이라서", <오마이뉴스>). 이와 같은 이랜드의 중노동 강요는 성서의 노동법이 규정한 가혹노동 금지를 어긴 것이다.


넷째, ‘정당 임금 지급’이다. 토지를 다음 희년까지 한시적으로 사고 팔 때, 억울하게 하지[KJV: oppress(압제하지)] 말아야 한다(레위25:14,17). 누가 누구를 억울하게 하기 쉬울까? 상식적으로 강자가 약자를 억울하게 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토지를 팔아야 하는 가난한 사람이 약자로서 제 값을 받지 못하고 토지를 헐값에 넘김으로써 억울해 지기 쉽기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정당한 값을 지불하라고 강자에게 명하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레위기 25장 전체 문맥에서 토지뿐만 아니라 노동(품)을 다음 희년까지 한시적으로 사고 팔 때에도 적용되는 보편적 거래 원칙이다. 곧 노동(품)의 거래 시에 강자인 고용주가 약자인 품꾼을 억울하게 하지 말고 정당한 품삯을 주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다(레위25:50). 당시 품꾼 고용 계약에서 품꾼이 일시불 선불로 받는 품삯의 수준은, 고용 계약 기간 동안 품꾼이 행할 총 노동의 대가로 품꾼이 받아야 할 정당한 수준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성경은 품꾼 고용 계약이 끝날 때 고용주가 품꾼에게 후히 줄 것을 명령했다(신명15:13,14,18). 그래서 품삯을 주지 않는 행위는 성서에서 악으로 정죄된다(욥31:38~40, 야고5:1,4). 그런데 이랜드 홈에버 월드컵경기장 매장의 고객만족센터에서 일하던 한 여성노동자는 그 매장에서 근무한지 4년이지만 월급은 85만원밖에 안 된다고 증언했다. "까르푸 때는 야간근무까지 해서 110만원을 받아 그래도 40만원씩 저축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똑같이 일해도 월급을 더 받지는 못한다. 통장 잔고가 없어서 카드를 사용하면서 겨우 맞춰가며 산다.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여기에 있다."(출처: “"엄마는 잘렸단다, 비정규직이라서", <오마이뉴스>). 이와 같은 이랜드의 저임금 정책은 성서의 노동법이 규정한 정당임금 지급을 어긴 것이다.


다섯째, ‘자영 노동 촉진’이다. 동족 히브리인은 노예가 아닌, 오직 품꾼으로만 고용할 수 있다(레위25:39,40). 그리고 품꾼 고용계약 기간은 최장 6년이다(신명15:12). 만약 6년 내에 희년이 있으면 희년까지만 고용계약을 맺는다(레위25:40,50). 그래서 희년이 오면 고용 계약이 만료되어 ‘자유’를 회복하게 된다(레위25:10,40,41,54). 그리고 6년이 차기 전에, 희년이 오기 전에 언제든지 근족(近族)에 의해 속량이 가능하다(레위25:47~52). 그런데 여기에서 근족에 의한 속량이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토지 무르기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자유만 회복하고 토지를 회복하지 못하면, 생계를 위해 다시 품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희년이 오면, 자유의 회복은 토지의 회복과 동시에 이루어진다(레위25:10). 이와 같은 토지와 자유의 동시 회복은 희년의 노동법이 자영 노동을 지향한다는 것을 잘 나타낸다. 자영 노동이란 기업 토지에서 자신의 자본으로 부를 생산하는 노동을 말한다. 구약 성서가 이상으로 삼는 희년 사회는 한마디로 자영 노동 사회이다. 인간의 자유를 실제화하는 최선의 노동 형태는 자영 노동이다. 자영 노동 사회에 대한 구약성서의 아름다운 문학적 표현이 바로 “각기 포도나무 아래와 무화과나무 아래”(미카4:4, 1열왕4:25, 즈카3:10) 앉아 자신을 두렵게 하는 자들 없이 평안히 살면서 서로 이웃을 초대하는 사회이다. 이 표현에서 자영 노동은 각 가족이 기업 토지에서 자기 자본(포도나무, 무화과나무)으로 부(포도열매, 무화과 열매)를 생산하는 노동이다. 생산자 가족은 민족공동체의 공공 경비로 사용된 십일조와 기타 헌물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빼앗기거나 착취당하지 않고 노동의 열매를 모두 누릴 수 있다. 생산의 3요소가 토지, 노동, 자본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구약 시대에 무일푼의 가난한 사람도 토지(희년경제법의 토지 회복), 노동(가족 내 윤리와 지식과 기술에 대한 평생학습), 자본(희년경제법의 무이자 대부) 세 측면의 요소를 모두 구비할 수 있게 해 주는 정의롭고 자비로운 율법 하에서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자영 노동을 할 수 있었다. 이 점은 우리 시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영 노동을 할 수 있게 유도하기는커녕, 오히려 저임금 노동착취를 지속적으로 당하도록 옭죄고 있는 불의하고 잔인한 법제 현실과 정반대이다.


여섯째, ‘노동자 생존권 최우선’이다. 성서에는 빈자생활수단전집금지법이 있다. “맷돌은커녕 맷돌 위짝도 저당 잡힐 수 없다. 그것은 남의 목숨을 저당 잡는 일이다.”(신명24:6). 이 성구에는 율법의 위대한 경제 사상이 담겨 있다. 채주(債主)가 빚을 지게 된 가난한 사람에게서 맷돌을 저당 잡아서 가져가 버리면, 그 가난한 사람의 가족은 맷돌을 사용해야만 가능한 요리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자칫하면 굶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상태가 장기화되면 그 가족이 죽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에게서 맷돌을 저당 잡는 것이 곧 그 가족의 생명을 저당 잡는 것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율법의 정신은 비단 맷돌에만 국한되지 않고, 의식주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겉옷과 땅과 집 등과 같이 가난한 사람의 일반적인 필수적 생활 수단에도 확대 적용된다. 요컨대 율법에 의하면, 가난한 사람에게서 생활 수단을 빼앗는 것은 곧 그 생명을 빼앗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은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도 등장한다. “네가 내 생활 수단을 빼앗는 것은 내 생명을 빼앗는 것이다.”(4막 1장). 그리고 이 율법에 의하면, 생존권이 소유권보다 우선한다. 채주가 빚을 진 사람에게서 전당을 잡을 수 있는 권리는 바로 꾸어 준 빚에 대한 채주의 소유권으로부터 파생된다. 채주가 맷돌을 전당 잡으면 안 된다는 이 율법은, 채주의 전당권을 파생시킨 소유권보다 빚을 진 가난한 사람의 생존권이 우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유권은 생존권까지 위협해도 무방한 절대적인 권리가 결코 아닌 것이다. 이와 같은 성서의 정신은 우리 시대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노동 관행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한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고용은 사주(社主)의 경영권의 발동인데, 이 경영권은 사주의 소유권으로부터 파생된다. 사주는 소유권에 근거한 경영권의 일환으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고용을 정당화하지만, 해고된 사람은 일자리가 없어서,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고용 불안과 열악한 임금 때문에 생존을 위협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점에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노동은 생존권이 소유권보다 우선한다는 성서의 정신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노동 악습인 것이다. 이랜드가 고용노동 방식을 비정규직 노동으로 채택하고, 그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할 시점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집단 해고한 것은 성서의 빈자생활수단전집금지법에 담긴 ‘빈자 생존권 최우선 원칙’과 위배되는 것이다.


성서의 구원의 뜻은 한마디로 ‘문제 해결’이다. 절박한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구원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구속 수배와 손해배상 가압류가 철회되고, 정규직 일자리를 얻어서, 파탄 위기에 몰린 가정이 회복되는 것일 것이다. 예수님은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구원자이신가? 과연 그렇다면 교회는 예수님의 구원을 이 노동자들에게 나타내야 할 사명이 있다. 더 이상 방관하면 안 된다. 한국 교회가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도 박성수 회장에게 성서를 가르친 옥한흠 목사가 나서야 한다. 회사 일이니까 관여 안한다는 식으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그것은 교회와 목회자의 중대한 직무 유기에 해당한다. 옥한흠 목사는 먼저 농성 천막으로 이 여성 노동자들을 만나러 찾아와야 한다. 그리고 이들의 탄식어린 사연을 듣고 그 상한 마음을 위로하고 그 아픔을 따뜻하게 품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박성수 회장에게 진리의 말씀으로 하느님의 뜻을 권면해야 한다. 절박한 상황 가운데 있는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교회가 이웃이 되어 주어야 할 사람들이며, 그 가운데에는 그리스도교인 성도들도 있다. 예수님은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시고 구원을 베푸는 분이시다.




박창수 

한미FTA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이며,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이고, '희년 사회'를 꿈꾸는 사람이다.



[가톨릭인터넷언론 지금여기 http://cafe.daum.net/cchereandnow 박창수 2008-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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