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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선교

28

2008-Feb

문화는 생명, 그 뿌리는 정신이다(권병길)

작성자: 박창수 IP ADRESS: *.179.33.210 조회 수: 3629

 

문화는 생명, 그 뿌리는 정신이다.


권병길(연극배우, 영화배우)

<공공의 적> 등 다수 영화 출연


우리의 긴 역사는 강대국들의 수없는 침략과 식민지 하에서도 문화를 잃지 않고 살아 온 역사이다. 문화는 곧 생명, 그 뿌리는 정신, 곧 우리의 정체성이다. 어느 민족 국가에도 문화만 지켜지면 강대국의 식민지하에서 다시 독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사에서 엿볼 수 있다. 오늘날 신자유주의를 표방한 세계화 아래 새로운 자본의 침략이 소리 없이 한반도를 덮고 있다. 그 자본의 힘은 지켜야 할 우리의 가치를 흡수하기 때문에 새로운 형식의 식민지화에 경각심을 갖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도사리고 있는 독소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숭례문, 조선왕조 초기에 건축된 600여년의 자존심, 그 생명이 불에 홀딱 타 버렸다. 불을 지른 사람은 이 사회가 만든 인격체이며, 억울하다 분풀이를 무책임 무관리의 틈을 타 숭례문을 선택한 비열한 사람이다. “다시 복원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 바로 그 말은 어쩌면 이 사회의 자화상 아닌가? 문화재 생명은 끝난 것 같다. 아무리 돈을 발라 첨단 재목과 공법을 쓴다 해도 조상의 땀과 얼, 지나온 역사는 재로 변했음을 똑똑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기초가 안 된 사회, 막 내린 정부에서 생긴 일이니 막 오른 정부는 다행이라고 미소 짓는 사람들...... 이 책임은 분명 정부와 서울시, 그리고 구청, 문화재청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반(反)문화의 소산에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청계천 복원도 좋고, 운하도 좋고, 새만금 막아도 좋고, 골프장 넓히는 것도 좋다고 하면서, 아파트 건축을 올리고 또 올리는 반문화 의식. 그러나 서민과 농민들 허리가 휘는 것은 끝없이 계속되어 왔다. 자동차 시대에 농촌을 뒤엎고 산을 뚫어 길을 낸 도로를 달려가다 보면 아름다운 자연은 무수히 파괴되고 천박한 인간의 욕심과 욕망은 여기저기에 꿈틀대고, 먹고 마시고 놀고 잠자면서 돈만 있으면 나라님 행세할 수 있는 것은 졸부 문화의 현주소다. 이뿐인가? 문화의 전당이란 이름 붙인 문예회관은 지방자치의 숙원 사업으로 타 지역보다 더 크게 경쟁하듯 수백억을 들여 전시용 건축을 하고 내용도 없이 농촌의 삶과 부조화를 이루니, 괴물 같기까지 하다.


이러한 문화 의식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그것은 35년의 식민지하에서 지금까지 우리의 주인의식이 말살되고 문화 정체성이 목 조여져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의 신자유주의 시대에 우리 문화의 위기를 알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영화를 필두로 방송·서비스 분야, 예술·문학 저작권 등이 위기를 맞고 있고 미국의 짝퉁 문화에 끼어 변질된 모습이 되고 있다. 한미FTA 이전에도 미국과 우리나라 사이에는 불가능한 관계가 없었다. 한미 군사 협력, 무역, 교류, 여행, 이민, 유학 등 어느 하나 빠짐없는 수교국인데 한미FTA를 해야 더 잘 살 수 있다는 논리이다. 잘 사는 것도 좋지만 무엇을 어떻게 누구를 위해 잘사는 것이냐? 경제적 이득만 있으면 우리의 정체성은 잃어도 되는 것인가?


이미 지난 해, 스크린쿼터, 소고기, 자동차, 의약품은 한미FTA 선결 조건으로 양보하여 본격적인 쌍무 협정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우리 영화 의무상영일 수를 145일에서 73일로 축소, 헐리우드 영화의 영역을 넓혔다. 우리 영화계는 적자 속에 허덕이고 있다. 1/4분기 우리 영화 점유율은 61.6%에서 48.9% 하락한 반면, 미국 영화는 26.4% 상승하였다. 그 과정에서 우리 영화계에서는 제작여건 위축, 투자회피, 제작편수 축소, 영화의 질적 저하, 인력 실직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왜 미국은 스크린쿼터 축소를 주요 의제로 강제했던가? 그것은 전 세계의 80% 이상을 미국 영화가 장악하고 있고, 그 영화 산업은 미국 주요 산업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 것은 점점 없어지고 미국 문화로 대체해도 된다는 논리인 것이다. 우리는 우리 얘기를 보고 듣기를 원한다. 그것은 우리의 언어, 정서, 혼으로 우리의 문제를 우리가 안고 풀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가 남북화해 정책의 중심에 한미FTA 타결을 두었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 두 가지가 어떻게 연관되는지 설명되어야 한다. 그리고 취임한 이명박 정부가 우리 전통과 문화의 중요성을 힘주어 강조하는 것이 자유무역협정 찬성 논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되어야 한다. 문화는 이념의 차이를 극복하고 정치적 힘을 인간회복을 위해 사용할 수 있게 하며, 평화와 사랑을 실천하는 안내자인 것이다. 그 증거로 평양에서 뉴-욕 필하모닉 교향악단의 연주가 전 세계가 주시하는 가운데 진행된 것을 들 수 있다. 긴장되고 있는 북미관계에 새로운 햇빛이 비쳐지리라 기대해 본다.


이제 한미FTA 비준 통과 절차는 국회로 넘어 갔다. 미국 역시 의회 인준을 남겨 놓고 있다. 우리 국회는 FTA 협정을 처리하기 전에 지금까지 열거한 각 민족과 국가의 문화 다양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유네스코의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위한 협약’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 협약은 경제적 잣대로 보는 강대국의 패권에 맞서 민족과 자국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 만든 국제 협약이다. 문화를 지키기 위해 이 협약에는 이미 70여 개국이 그 뜻에 찬성, 가입했으며, 우리 정부 역시 그 협약의 중요성을 알고 찬성, 가입했다. 이 협약에 반대하는 나라는 미국과 이스라엘 두 나라 뿐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여기에는 미국이 자본의 독점을 통해 문화를 독점하겠다는 야만의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우리 국회 역시 유네스코의 문화 다양성 협약의 국회 비준을 미루는 이유가 분명치 않다. 국회 이전에 FTA를 주도한 외교통상부가 국회에 이 협약에 대한 비준 동의 요청을 하지 않은 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미 FTA 시작이 스크린쿼터 축소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미국에 조공으로 바친 스크린쿼터 축소의 문제점을 은폐하고 미국 영화 산업에 일조하여 그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독창적인 우리의 창작 권리를 근본부터 흔드는 FTA 협정은, 반민족, 반민주, 반문화의 협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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