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공동체에서 공동체를 위한 나로

by bona posted Nov 2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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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는 구성원 대다수가 '나를 위한 공동체'에서 '공동체를 위한 나'로 전이될 때,
그리고 각자가 예외 없이 다른 사람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 때 최상의 공동체가 된다.
이는 곧 이기심에서 사랑으로, 죽음에서 부활로 넘어가는 운동이다.
이는 곧 주님의 빠스카요, 부활의 축제이다.
이는 종살이하던 땅에서 약속된 땅, 내적 자유의 땅으로 건너감이다.

공동체란 사람들이 같은 지붕 밑에서 사는 어떤 장소가 아니다.
그런 곳이라면 여인숙이나 호텔도 있다.
공동체은 노동 단체가 아니며 악당들의 소굴은 더 더욱 아니다.
공동체란 모든 사람이, 아니 좀더 현실적으로 보아 대다수가 자기 중심이라는 그늘에서
빠져나와 참된 사랑의 빛 속으로 들어가는 장소이다.

"무슨 일이든지 경쟁심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시오. 각자 자기 일만을 돌보지 말고
서로 남의 일도 돌보아 주시오."(빌립보서 2:3-4)

사랑은 감상적인 것도 아니고 스쳐 지나가는 무슨 감정 같은 것도 아니다.
사랑은 점차 투신으로 화하는 타인과의 친화력이요 계약, 즉 서로가 서로에게
귀속되어 있음을 승인하는 인준이다.
사랑은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며, 그들의 감정을 함께 느낀다.
사랑은 그들의 요구와 가장 절실한 필요에 응답하는 것이다.
사랑은 그들과 함께 느끼고 괴로워하는 것이다.
즉 그들이 울 때 함께 울고, 그들이 즐거워 할 때 즐거워하는 것이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가 그곳에 있을 때 행복을 느끼고 거기에 없을 때 슬픔을 느끼는 것이다.
사랑은 서로의 내심에서 살아 있으면서 서로에게 안식처를 구하는 것이다.

데니스 아레오파고스는 "사랑이란 일치의 힘"이라고 말한다. 사랑이 서로에게 끌리는 것이라 한다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우선 같은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며, 동일한 일을 바라고 희망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랑은 동일한 안목과 동일한 이상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따라서 사랑은 다른 사람이 하나님의 계획에 입각하여 타인에게 봉사하는 가운데 스스로 완성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다시 말하면 그들이 스스로 받은 부르심에 충실하고, 또 그들의 모든 측면에서
자유로이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공동체를 떠받치는 두개의 기둥, 그것은 서로에 대한 소속감과 우리 각자가 부여 받은 선물을
토대로 하나님과 타인에게 더 가까이 접근하려는 의요, 즉 우리 내부에서 빛이 더욱 밝아지고
진리와 평화가 더욱 굳건해지기를 바라는 욕구이다.

"사랑은 너그럽습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아니하고
허세를 부리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으며 자기 이익을 찾지 않습니다.
사랑은 분통을 터뜨리지 않고
억울한 일을 따지지 않습니다.
불의를 기뻐하지 않고 진리를 기뻐합니다.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딥니다." (고전 13:4-7)

마음이 이기심에서 사랑으로, '나를 위한 공동체'에서 '공동체를 위한 나',
그러니까 하나님과 곤궁한 사람들을 위한 공동체로 전이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시간과 대단한 정화 작업과 새로운 부활을 창출하는 부단한 죽음이 요구된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생각과 감정, 안위를 끊임없이 포기해야 한다.
사랑의 길은 희생으로 점철된 길이다. 이기심의 뿌리는 우리의 무의식에까지 깊숙이 뿌리 박고 있다.
우리가 처음에 드러내는 자기 방어, 탐욕 및 개인의 만족, 추구 같은 반응은 흔히 그 뿌리에서 자라나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의 감수성 통제와 극복이 망라된 의지적인 행위만은 아니다.
그것은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 사랑하는 일에는 자발적으로 상대방을 향하는 순화된 마음과 감정도 요구된다.
그리고 이러한 심오한 자기 정화는 오직 하나님의 선물을 통해서만, 성령께서 생활하고 계시는
우리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솟아나는 은총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나는 마음을 바꾸어 새 마음이 일도록 해주리라. 그들의 몸에 박혔던 돌 같은 마음을 제거하고
피가 통하는 마음을 주리라." (에스겔 11:19)

예수님은 우리에게 위로자이신 성령을 파견하시어 이 새로운 에너지, 이 힘, 이 훌륭한 마음을
불어넣어 주심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상대방을 - 심지어 그가 적일지라도- 있는 그대로 환영하며
모든 것을 견디고, 모든 것을 믿고, 모든 것을 바랄 수 있게 해주마고 약속하셨다.
사랑을 배우는 데는 평생이 걸린다.
왜냐하면 성령께서는 우리 존재의 가장 내밀한 구석구석까지, 공포감과 장벽과 질시가 자리잡고 있는
모든 곳까지 스며드셔야 하기 때문이다.

각 사람이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반갑게 맞이하고 사랑하고자 노력할 때, 공동체는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을 받아들이신 것같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서로 받아들이시도." (롬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