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onacom.or.kr/xe/files/attach/images/162551/b643c655310c8caf02909277b3d24e77.jpg
희년선교

박원순 시장의 도시철도 건설 계획이 보도블록 다시 깔기보다 더 해로운 이유

- 서울 전역이 투기장이 되고 세입자 시민들은 큰 고통을 받게 될 것 -

 

박창수(희년사회를꿈꾸는사람들 연구위원)

 

* : 이 글은 <오마이뉴스><뉴스앤조이>에 기고한 글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최근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10개 노선, 85.41km의 도시철도 건설 계획을 담은 '서울시 도시철도 종합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소요 예산은 국비 11723억 원, 시비 3550억 원을 포함하여 85000여억 원이라고 한다. 나는 박원순 시장에게 도시철도 건설 계획을 당장 백지화하라고 진심으로 충고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서울시가 발표한 해당 자료의 어디에서도 도시철도 건설 때문에 발생하게 될 부동산 투기와 부동산 가격 폭등 및 전월세 가격 폭등 문제에 대해 검토했다는 표현은 없다. 철도 수요 예측 같은 문제들만 나열되고, 도시철도 건설이 사회경제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한 고려는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미시적으로 나무만 보고 거시적인 숲은 보지 못한 것이다. 부동산 보유세가 현재와 같이 미약한 상태에서, 도시철도 사업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여 건설 예정지 주변의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킬 것이다. 덩달아 주택과 상가의 전월세 가격도 폭등시킬 것이다. 벌써부터 경전철 추진 집값 들썩?..반색 VS 신중”(MBN)이라는 기사가 포털 DaumTop뉴스로 뜨고 있다.

 

조세의 항목과 세율은 국회에서 법으로 정하게 되어 있으므로, 부동산 보유세를 대폭 강화하여 투기를 원천봉쇄하는 것은, 유감스럽지만 박원순 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도시철도 사업 계획 지역이 서울 동서남북 전 지역에 해당되니, 투기도 서울 전 지역에서 일어날 것이다. 한 마디로 서울 전체가 투기장이 되어버린다는 말이다. 지금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지 않다고 해서 부동산 투기가 영원히 종식된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부동산 투기는 약 10년을 주기로 하여 반복적으로 발작해 왔다. 지금처럼 부동산 보유세가 미약한 상태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언제든지 부동산 투기는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이 도시철도 사업은 부동산 투기라는 기름에 불을 붙이게 될 것이다. 그럼 어떻게 될까?

 

부동산 소유자들은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막대한 불로(不勞) 소득을 얻을 것이다. 이 불로소득은 부동산 보유세가 미약하니 세금으로 제대로 환수되지도 않고, 고스란히 부동산 소유자들이 가져갈 것이다. 그리고 주택에 세 들어 사는 서민과 상가에 세 들어 영업하는 상인들은, 전월세 가격 폭등으로 큰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폭등하는 전월세 가격을 감당할 수 없는 세입자들은 더 변두리로 밀려날 것이다. 이 도시철도 사업의 예정지가 대부분 서민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파괴적인 영향력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이게 박원순 시장이 바라는 것인가? 게다가 서울시도 막대한 재정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서울시 빚이 26조원이나 되는데, 이 도시철도 사업으로 국비 1조원과 시비 3조원이 투입되어야 한다.

 

이런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도시철도를 건설할 필요가 있을까? 박원순 시장은 도시철도 건설 취지로 교통 혼잡을 줄이고 철도 소외 지역에 편리한 철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런데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해서는 버스 노선과 버스 대수를 더 늘리면 된다. 그리고 철도 소외 지역에 편리한 철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는 언뜻 그럴 듯하게 보이지만 그렇게 할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 것은 버스와 버스 간에, 그리고 버스와 지하철 간에 이미 교통 환승 시스템이 구비되어 있으므로, 버스를 더 늘리는 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굳이 도시철도를 건설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불필요한 것에 시의 막대한 예산을 남용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재정을 낭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이유는 서민과 영세 상인들을 위해서다. 철도 소외 지역이었기 때문에 그 만큼 부동산 가격도 낮았고 전월세 가격도 낮아서, 서민과 영세 상인들이 그나마 숨 쉬며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제발 이걸 그대로 내버려 둬라! 도시철도 사업 예정지의 교통 문제에 대해, 도시철도 외에 다른 대안이 정말 없다면, 나도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전제로 찬성해 주겠다. 그러나 버스 확충이라는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가? 그리고 부동산 보유세도 국회에서 강화될 기미도 전혀 없지 않는가? 이런 상황에서는 도시철도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항간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차기 시장 재선을 위해, 더 나아가 대선을 염두에 두고 이 도시철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비판은 아마도 박원순 시장이 최근에 정치의 즐거움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권력 의지를 드러낸 사실과 맞물려 있는 것 같다. 나는 그 비판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며, 혹시 그렇다 하더라도 이 도시철도 사업은 내가 지금까지 설명한 이유들 때문에 오히려 박원순 시장의 향후 정치 도정에서 큰 실책으로 남아 발목이 잡히고 말 것이다. 전국적으로는 주택소유자와 무주택 서민의 비율이 60:40으로 주택 소유자가 더 많기 때문에, 세입자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하면서 집 가진 사람을 위해 주택 가격과 전월세 가격을 올려주는 비윤리적인 정책이 득표와 당선에는 유리하다고 일부 부도덕한 정치공학자들처럼 강변할 수 있지만, 서울은 그 비율이 정반대이다. 서울시민 가운데 자기 집을 가진 사람들은 40%에 불과하고, 세입자로 사는 서민들은 60%에 달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더구나 도시철도 예정지는 대부분 서민 지구 아닌가? 부동산 가격과 전월세 가격을 폭등시키는 공공사업은 윤리적 측면에서 부도덕할 뿐만 아니라, 무주택 서민이 더 많은 서울에서는 정치공학적 측면에서도 득표와 당선에 해롭다.

 

서울시의 이 도시철도 건설 사업은, 지방정부 재정 낭비의 상징인 보도블록 다시 깔기보다 더 해롭다. 왜냐하면 둘 다 예산 낭비라는 공통점이 있으면서 동시에, 이 도시철도 건설은 그 낭비하는 재정이 막대할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세입자로 살아가는 가난한 시민에게 전월세 가격의 폭등이라는 큰 고통을 안겨 주는 데 비해, ‘보도블록 다시 깔기는 그 낭비 재정이 도시철도 건설보다는 훨씬 적을 뿐만 아니라 적어도 사회경제적 약자 계층에게 피해는 주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박원순 시장에게 부탁한다. 하지 않아도 되고 또 하지 말아야 할 대형 건설 사업에 서울시의 막대한 재정을 쓰지 말고, 그 대신 가난한 서민들을 위해 복지 재정을 대폭 확충해 달라! 도시철도 건설 예산 8조원 가운데 시비 3조원은, 서울시의 가난한 시민 백만 명에게 3백만 원씩 생활 보조금으로 나눠줄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이다. 그러면 국내 소비도 촉진되고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3조원은 주거 극빈층 십만 명에게 3,000만 원씩 주거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이다. 서울시가 장기안심주택을 무주택 서민에게 주택 전세 가격의 30%를 최대 4,500만원까지 무이자로 대출해 주고 있는 것은, 잘 하는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수혜대상이 지난 2년 간 약 3,000명에 불과하며, 기간도 최대 6년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무주택 서민이 신청했다가 탈락했을 것이며, 당첨된 서민들도 6년이 지난 다음에는 다시 집주인이 슈퍼 갑인 약육강식의 정글로 던져지게 될 것이다. 원인은 한마디로 그 예산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또한 무주택 서민 가운데 전세 서민보다 월세 서민이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계층인 점을 감안하면, 월세 서민에 대한 지원도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 만약 박원순 시장이 3조원을 이와 같이 무주택 서민의 주거 복지를 위해 사용하는 시정을 펼친다면, 얼마나 꿈같은 일이 되겠는가?

 

 

 

(가칭)주거권기독연대()

 

- 참여 교회: 개혁교회네트워크(교회다움, 너머서교회, 더작은교회, 더함공동체교회, 디딤돌교회, 무지개교회, 새들녘교회, 새맘교회, 아름다운양지교회, 언덕교회, 예인교회, 징검다리교회, 함께여는교회), 내수동교회 청년부 희년윤리팀, 들녘교회, 뜨인돌교회, 예수가정교회, 한뜻교회

- 참여 단체: 교회개혁실천연대, 생명평화연대, 성서한국, 평화누리, 희년사회를꿈꾸는사람들, 희년함께

- 개인 회원: 고석동, 김근주, 김영준, 박세영, 박창수, 신소웅, 오세민, 정무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0 (공지) 주거권기독연대 창립총회 및 창립 기자회견 박창수 2013-09-11 1642
139 넝마공동체 주민과 함께 드리는 희년실천주일 연합예배 박창수 2013-09-11 1489
138 경전철 관련 박원순 시장과의 간담회 참석 후기 및 서울시의 답변서 박창수 2013-09-06 1599
137 (제안)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나라를 위한 연합예배> 개최 박창수 2013-08-29 1592
136 노(老) 목사님의 삭발 사진을 보고 떠 오른 그 날의 기억 file 박창수 2013-08-24 1684
135 천지 창조에 담긴 ‘뜻’ 박창수 2013-08-20 2340
134 길목 협동조합 희년사회 공동 희년 강좌 file 박창수 2013-08-12 1776
133 박원순 시장이 필패할 수밖에 없는 경전철의 딜레마 박창수 2013-08-09 835
132 생일 소감 - 아, 필리핀! 박창수 2013-08-09 885
131 새누리당은 ‘부동산을 가진 자들만의 정당’ 노릇을 중단하라! 박창수 2013-08-06 671
130 개인과 교회와 민족을 향한 예수님의 말씀(통일318기도회, 1995년) 박창수 2013-07-30 661
» 박원순 시장의 도시철도 건설 계획이 보도블록 다시 깔기보다 더 해로운 이유 박창수 2013-07-28 744
128 세입자의 주거권 ≧ 집주인의 소유권 박창수 2013-07-20 793
127 무주택 서민을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혁하라! 박창수 2013-07-12 699
126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의견(요약문) 박창수 2013-07-12 1620
125 구약 성서 희년(禧年)의 만민 주거권 보호 정신 박창수 2013-07-01 972
124 2007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 - 너무 늦은 합의 박창수 2013-06-27 892
123 지공주의 없는 진보적 자유주의는 앙꼬없는 찐빵 박창수 2013-06-24 1032
122 세입자 주거권 유린 사회 박창수 2013-06-19 779
121 노태우 비자금, 세입자의 피와 눈물 박창수 2013-06-14 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