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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선교

09

2013-Aug

생일 소감 - 아, 필리핀!

작성자: 박창수 IP ADRESS: *.101.108.78 조회 수: 885

생일 소감 - , 필리핀!

 

 

어제는 내 생일이었다. 그러나 나에게 생일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성서와 다큐멘터리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13:5 “돈을 사랑하지 말고 있는 바를 족한 줄로 알라 그가 친히 말씀하시기를 내가 결코 너희를 버리지 아니하고 너희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셨느니라.”

 

사람들은 현재와 미래의 안전 보장을 위해 돈을 구한다. 그러나 안전 보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하나님이다. 만약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면, 우리는 두려워하거나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안전보장을 위해 돈을 구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돈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와 공의를 구해야 한다.

 

2:13 “긍휼을 행하지 아니하는 자에게는 긍휼 없는 심판이 있으리라 긍휼은 심판을 이기고 자랑하느니라.”

 

2:26 “영혼 없는 몸이 죽은 것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

 

몸에서 영혼이 분리되면 그 몸은 죽은 몸인 것처럼, 믿음에서 행함이 분리되면 그 믿음은 죽은 믿음이다. 몸을 살아있게 하는 본질적 요소가 영혼인 것처럼, 믿음을 살아있게 하는 본질적 요소는 행함이다. 그리고 그 행함은 곧 긍휼이다. 신자들 가운데 긍휼을 행하지 아니하는 자에게는 긍휼 없는 심판이 있을 것이고, 반대로 긍휼을 행하는 자에게는 긍휼 있는 구원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긍휼은 자비뿐만 아니라 공의를 포함한다. 이 점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에서 분명해졌다.

 

밤늦게 KBS 2TV <세상의 모든 다큐>에서 또 다른 세상 - 3편 사탕수수 농부들의 희망 노래를 시청했다. , 필리핀! 땅 없는 필리핀 농민들의 고통과 저항이 고스란히 담겼다. 저작권 문제로 다시보기가 안 되어, 기억을 더듬으며 몇 자 적는다.

 

아시엔다(hacienda). 채무 노예의 노동력으로 경작하는 대농장. 필리핀 농민들은 돈이 없기 때문에 농장주가 건네는 매우 적은 일시불 급료를 받고, 사실상 채무 노예로 전락하여 사탕수수밭에서 몇 개월 동안 일해야 한다. 공장에서 사탕수수가 설탕으로 제조되어 팔리면, 설탕의 총 가치 중 30%는 공장주가 가져가고, 나머지 70%는 대지주가 가져간다. 농민들은 대지주가 가져가는 그 70% 가운데 단지 2%만을 나눠 받는 셈이다. 아시엔다에서 농민들은 대지주를 직접 만날 수 없다. 대지주는 중간에 마름을 세워 농민들을 관리한다. 이는 마치 대기업이 중간에 하청 기업을 두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것과 같다. 대지주나 대기업이나 모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는 것을 회피한다. 직접 만나 그 얼굴을 보면 자신의 양심에 가책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일까?

 

수도 마닐라에 사는 인구 가운데 빈민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40%가 넘는다. 마닐라의 노른자위 땅을 갖고 있는 아얄라 가문은, 사유지라면서 번화한 도심의 길거리에 권총으로 무장한 사설 경비원들을 세워 촬영을 금지하며 위협했다. 필리핀에서는 대지주의 경비원들이 대지주의 땅을 침범한 사람을 총으로 쏴서 죽인다는 말이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마르코스 독재 체제 하에서 토지 개혁을 위해 나선 많은 농민들이 군경에게 살해당했다. 부모가 모두 살해당한 어린 소녀가 군인들을 향해 왜 아빠와 엄마를 죽였느냐고 절규하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맺혔다.

 

필리핀 농민들을 위해 앞장선 한 시인이 인터뷰를 했다. 나는 그가 속한 농민 단체와 그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가 가두집회에서 읽은 자작시의 마지막 내용을 이렇게 기억한다. 이 땅은 우리가 살해당하여 묻히게 될 무덤이 될 수 있지만, 그 저항을 통해 언젠가 우리 후손들이 물려받게 될 것이라고. 그는 재판 없이 28개월이나 감옥에 갇혀 있다가, 국제사회의 요구로 석방되었다. 이런 불법 감금을 자행하는 필리핀은 더 이상 법치국가가 아니다. 그는 솔직히 말한다. 암살당할까 봐 두렵고, 이 일을 그만 두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든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는 그 두려움을 이겨내며 농민 저항을 조직하며 앞장서고 있었다.

 

마르코스 독재를 끝낸 것은 민중의 봉기였다. 그러나 그 희생으로 등장한 아키노 정권은 토지개혁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았고 토지개혁의 시늉만 냈다. 농민들이 분배받은 땅은 너무나 적어서, 농민들은 그 땅으로 도저히 생계를 유지할 수 없었다. 결국 1~2년 후에 농민들은 생계를 위해, 분배받은 땅을 모두 팔수밖에 없었다. 농민들은 다시 땅 없는 상태로 되돌아갔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의 친정 자체가 대지주 가문이기 때문이다. 코라손 아키노는 자기 가문의 이해관계를 넘어서지 못했고,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대지주 가문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대로 된 토지개혁을 추진하지 않았다. 이것은 소위 민주화의 근본적 한계를 보여준다. 토지 문제를 비롯한 경제 문제를 민생을 위해 개혁하지 않는 민주화는, 토지와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기득권층의 민주화, ‘그들만의 민주화’, 거짓 민주화에 불과할 뿐이다. 민생 없이는, 민주도 없다!

 

필리핀 법률에 의하면, 농민이 어느 땅에서 10년을 경작하면 그 땅에 대한 경작권을 대지주도 빼앗을 수 없다. 그런데 대지주들은 그 10년이 차기 전에 자기 경비원들을 보내 농민들의 집을 불태우고 쫓아낸다. 인터뷰에서 한 농민이 담담히 말했다. 총으로 무장한 경비원 다섯 명이 와서 아무 경고도 없이 자기 가족들을 집 밖으로 끌어내고 자기 집을 불태우는 것을 자기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고 증언했다. 그 다섯 명 가운데 두 명은 자기가 아는 이웃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집이 불탄 농민과 그 가족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 경비원들도 모두 땅 없는 농민 가정 출신들일 것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1998년경에 서울 행당동 철거민 마을에서 한 철거민이 한 말을 떠올렸다. 그 분은 내게 재개발 조합이 자기들처럼 돈 없는 사람들을 용역 직원으로 고용해서 자기들을 쇠파이프로 때리고 쫓아내려 한다고 분노했었다. 돈 가진 놈들이 돈으로, 돈 없는 사람들을 사서, 결국 돈 없는 사람들끼리 싸우게 만든다는 말씀이었다.

 

지난 6월 희년사회 기도회에서 나눈 <오늘을 위한 대언>은 아시아 기독교 지도자 회의에서 나온 대언이었다. 이 대언에서 하나님은 가난한 아시아인들의 찬양을 받고 싶다고 말씀하시면서 예수님의 몸인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야 할 것을 말씀하셨다. 땅 없는 필리핀 농민들이 대지주의 압제에서 해방되어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도록, 교회는 필리핀 토지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내 생일의 자정을 훨씬 넘긴 늦은 밤, 잠자리에 누워, 내가 필리핀 토지개혁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했다. 필리핀 대지주들이 정부와 국회와 법원과 가톨릭교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불법 감금과 암살 등 초법적인 탄압이 자행되고 있기 때문에, 필리핀 토지 개혁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는 하나님을 믿는다. 전능하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자. 필리핀 토지개혁을 위해, 무혈(無血) 개혁을 위해 기도하자. 대지주들이 회개하고 스스로 먼저 토지개혁에 앞장설 수 있도록, 농민들과 그 지도자들을 살해하는 죄를 짓지 않도록 기도하자. 그리고 농민들과 그 지도자들의 안전을 지켜주시도록, 그들이 두려움 없이 전진하도록 기도하자. 하나님이 허락하시면 필리핀 토지개혁은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농민 단체의 그 시인이 요청한 것처럼 국제 사회가 필리핀 토지개혁을 도와야 한다. 그 길을 찾아보자.

 

마지막으로 한국도 1950년 농지개혁으로부터 6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토지소유가 양극화된 현실을 보면, 진정한 토지개혁은 토지를 평균 분배하는 방식에 지대(地代)를 공유하는 방식이 더해져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래야 토지개혁의 효과가 반()영구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필리핀 농민들은 생계를 위해 충분히 많은 토지를 분배받아야 하고, 그 수확물 가운데 일부를 지대세 방식으로 정부에 내고 나머지는 그 가족이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지대세는 예컨대 협동조합 지원 자금과 같은 형태로, 다시 농민들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여기에, 예컨대 사탕수수를 가공하여 설탕으로 제조하는 것처럼, 농산물 가공 제조업까지 농민들이 협동조합 방식으로 스스로 운영하면 그 소득 증가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 농민들은 빈곤의 질곡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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