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2.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네가 한 푼이라도 남김이 없이 다 갚기 전에는 결코 거기서 나오지 못하리라” (마5:26)
작가 한강의 노벨상 수상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듣는다. 하지만 비극적인 과거에 대한 상반된 기억과 해석으로 분열된 사회 현실이 부각되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 그녀의 작품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여러 사람의 독후감과 예전에 있었던 인터뷰 영상에서 그녀의 생각과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상처받은 이들의 고통과 슬픔을 잊거나 무시하지 않고, 아무 말없이 옆에서 보듬어 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기에, 진실한 공감만이 깊은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다는 호소이다.
폭력이 정당화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잊어지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끔찍한 아픔을 겪은 이들의 한 맺힌 상처는 여전한데, ‘잊어버려라’ ‘잊자’ ‘어쩔 수 없었다’ 등의 말로 덮을 수는 없다. 치유와 회복의 희망은 진심으로 부끄러워하고 사죄할 때 가능하다. 그래서 예수님은 한 푼이라도 남김없이 갚지 않으면 지난 과오가 사슬이 되고 화가 있을 것이라 경고하신다. 충분히 애통하지 못한 것에 대해 부끄럽고, 좌우로 분열된 이 땅에 대해 탄식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