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도 봄이 오는 게 힘든가보다.
한낮 온도는 꽤 올라갔는데도 아침 기온은 여전히 영하를 맴돈다.
일교차가 24-25도가 된다.
아이들의 목감기로 시작해서 자매들의 독감으로 내리 앓아온 지난 몇 주간이다.
그토록 튼튼해 보이고 일을 잘 해내는 자매들이 몸져누워 끙끙대는 모습을 보니 참 미안한 맘이 든다.
일하고, 돌보고, 쏟고 하면서 정작 자신들을 추스르고 챙기지 못하는 사이에 약한 곳이 생겨 벌어지게 된 틈이다.
나의 빈틈을 부단히 메꿔 준 고마운 지체들이기에 이들이 아파 샐쭉한 얼굴을 할 때 난 참 미안하다.
나는 내 딸들에게도 참 고맙고 미안한 맘을 가지고 있다.
내가 돌보고 약한 틈을 메꿔 줘야 하는 엄마의 위치인데 오히려 딸들이 나를 돌봐주는 때가 더 많다. 집안일에 서투른 그 때로부터 제법 익숙해진 지금 까지도,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곧 잘 힘들어 하는 때에도 아이들은 내 형편과 안위를 살피며 따스함과 든든함으로 나와 함께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집을 떨어져 나와 지내 온 나는 홀로 있는 시간이 매우 많고 그래야 했음에도 외로움을 힘들어 한다.
이렇게 내 전공을 살리는 나만의 날(?)인데도 혼자 저녁을 먹고 아무도 없는 이 연구실에 있는 게 늘 낯설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런 외로움이 나로 주님을 더 갈망하게 했다.
내가 고마움을 느끼는 이유는 그들이 내 외로움을 달랬기 때문은 아니다.
한참을 고독한 시간을 달려와 주님과 가졌던 친밀함을 그들과도 가질 수 있고 공감할 수 있게 된 때문이다.
사람들과 함께 느끼고, 함께 있는 것, 살아있는 대화를 하는 것.. 등은
나의 숙제들이었었다.
난 그리스도 안에서 약속을 누리고 있다.
‘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로 서로 화답하고..’
그러하기에 난 지금 행복하고, 기쁘고, 그들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