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가을엔 끝없이 펼쳐진 시카고의 하늘을 맘껏 즐기며
하늘을 보면서 걷기 운동을 했었는데
올 해는 대원리 산자락의 나무들을 맘껏 즐기게 되었습니다.
겨울에서 봄이 되면서 나무가 초록 잎사귀로 덮여가는 과정,
이 가을에 주황빛으로, 붉은 빛으로, 노오란 빛으로 물들다가 마르며 떨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등산을 하고 있습니다.
육체의 연습과 기도를 함께 섭렵하는 귀한 시간입니다.
이 자연을 보면서 일반계시라고만 하기에는 너무나 섬세하고 인자하신 하나님을 깊이 느낍니다.
멋진 단풍잎뿐만 아니라 작고 초라해 보이는 나뭇가지들의 잎도 만지셔서 물들이십니다.
모두 다 하나님의 작품이며 사랑하시고 돌보시는 사랑받는 존재들입니다.
유난히 바람이 드센 이 대원리의 봄에 산 아래에는 쌩쌩 불던 바람도 올라가다 보면 소리가 잦아들고 고요해집니다.
오를 때에는 꼭대기를 알 수도 없고 확인도 안되면서 그저 힘들게 오르지만
높이 올라가면 산 정상들이 주름진 파도처럼 펼쳐져 보입니다.
지금 내 가는 인생 길 같아 소망을 얻습니다.
수도원 성(?) 입구에 있던 고목같던 나무가 감나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름이 다 되도록 잎을 내지 않아 죽은 나무인 줄 알았는데 한참 늦게야
무성하게 잎을 내더니 빨리도 잎을 다 떨구고 몇개의 감이 매달려 있습니다.
감 농사가 잘 안된 올 해에 이 나무가 열매까지 맺을줄 상상도 못했지요.
올 해엔 50이 가까운 제게 하나님께서 산과 나무를 통해 세미하고도 풍부하게
그 분을 느끼게 하십니다.
물과 불을 통행한 자를 끌어내사
풍부한 곳으로 들이시는 하나님(시 66;12)
나의, 우리의 하나님
좋으신, 참 좋으신 하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