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에서 안식 기간 동안 산책 겸 걷기를 하다 돌아온 이후 지난 해부터 수도원을 올라가며 등산 겸 산책을 해왔다.
올해 유난히도 봄이 오기 힘든 긴 시간을 지나 급기야 낮에는 이상 고온까지 오른 4월동안 시들한 나뭇가지에서 초록 잎사귀들이 마술처럼 덮어버리는 것을 즐기며 산책을 하고 있다.
특히 이 봄엔 우인이, 세은이, 세준이와 함께 나들이를 다니며 꽃망울이 터져 아름다운 색깔을 내는 야생화들을 꺽어 와 유리병에 담아 집을 장식하는 재미에 빠져있다.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애기 똥풀, 각시 붓꽃, 민들레.....
다들 아주 멋들어지게 갖춘 모양은 아니고 소박하지만, 이들은 한데 뭉쳐 놓으면 잘 어우러져 보인다. 각각은 똑부러지진 않지만 서로를 빛나게 하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며칠 전부터는 마을 온 길마다 철쭉이 피어나고 있다. 가지가 좀 단단하지만 한두개 슬쩍 꺽어 함께 유리병에 담아 놓으니 여간 색깔이 곱지 않다.
꽃을 꺽는 비도덕성(?)을 아이들에게 보이는 게 아닐까 은근 살피는데 세은이가 이렇게 말한다. “ 꽃들아 내가 네게 물주려고 꺽는거야.”
‘휴우 잘 넘어가게 됐다.’
샬롯 메이슨의 가르침대로 ‘자연이 스승이다’ 를 적용해 보려 시작한 아이들과의 나들이에서 내가 더 즐거움을 가지게 되었다. 두 아이가 어린이집으로 복귀하는 바람에 이젠 이 시도도 막을 내리게 된 것 같다.
다시금 혼자 걸어 올라가는 이 길에서 아이들이 대상이 아닌 나 스스로가 학생이 되어 자연에게서 가르침과 지혜를 듣고 본다. 하나님의 숨결과 능력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