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성을 거쳐 리짱에 도착한 이튿날 오촌장과 함께 차를 타고
한 마을로 들어갔다. 여명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작은 마을인데
늘 지나치던 마을인데 무슨 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그냥 따라 들어갔다.
차에서 내리는 오촌장의 손에는 공책 5권, 연필 4자루가 들려 있었다.
앞서 가면서 애가 학교에 가고 없으면 어쩌나는 말을 연이어 하면서
조금은 걱정하는 투로 종종걸음으로 걸어갔다.
나는 영문도 모르고 따라 한 집으로 들어갔는데
오 촌장이 몇 번 아이의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다.
막 돌아서 나오려는데 인기척이 나서 안으로 들어가니
아이가 침대에 누워있었다. 아파서 학교를 못갔단다.
오촌장은 그 아이의 이마도 만져보고, 손도 잡아주면서
조근조근 이것저것을 물었다. 공부는 잘하냐. 지난번 시험을 잘 보았느냐
너 공부안하면 혼난다. 오늘 정말 아파서 안간거냐 등등
그리고 나를 가리키며 훌륭한 분이라며 너스레를 떨다가 기도를 해달란다.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기도를 하고 그 집을 나오는데
100위안을 그 아이의 손에 들려주며 아껴써라 라고 말한다.
이렇게 돌보는 아이들이 정말 많다.
그런데 이런 모양으로 아이들 생활비와 학용품을 사주면서 관계를 갖게 되면
중학교로 들어오면 자연스레 주말마다 농장으로 찾아오게 되고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해서 형제들이 변하고, 가정이 변하고 마을이 변한다.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고 하셨는데
오촌장은 참 잘한다. 귀하다. 훌륭하다.
머리가 저절로 숙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