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으로 돌아가사 저희 회당에서 가르치시니 저희가 놀라 가로되 이 사람의 이 지혜와 이런 능력이 어디서 났느뇨. 이는 그 목수의 아들이 아니냐 그 모친은 마리아, 그 형제들은 야고보, 요한, 시몬, 유다라 하지 않느냐. 그 누이들은 다 우리와 함께 있지 아니하냐 그런즉 이 사람의 이 모든 것이 어디서 났느뇨 하고 예수를 배척한지라 예수께서 저희에게 말씀하시되 선지자가 자기 고향과 자기 집 외에서는 존경을 받지 않음이 없느니라 하시고 저희의 믿지 않음을 인하여 거기서 많은 능력을 행치 아니하시니라(마13:54~58)
요즘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제가 정착하면서 자기 지방의 생산품을 판매하는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문화를 상품화 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힘든 세월을 지내는 동안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옛 문인들의 고택이나, 발자취들이 이제는 발굴되고, 복원되어 사람들의 발걸음을 유도하고 있는 것을 봅니다.
이곳 보은 역시 동학 농민들의 피가 뿌려졌던 곳입니다. 그 당시에야 반역도의 무리라 하여 사람들이 쉬쉬해야만 했던 곳이었겠지만 이제는 동학의 흔적들이 문화적 상품이 되어 선전되고 있는 것을 봅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묵상한 말씀 속에서 예수님의 고향 사람들은 철저하게 예수님을 배척합니다. 물론 예수님이 사시던 시대가 요즘이 아닌 이유도 있었겠지만, 예수님은 고향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너무도 자기들과 다를 바가 없는 너무도 평범하디 평범한 사람이었다는데 있습니다.
저 사람은 내가 잘 알지
목수의 아들이야
암, 마리아의 아들이지
그의 형제들이 저기서 살고 있잖아
누이들은 우리 마누라의 친구들이고....
그랬습니다.
그들에게 예수님은 너무도 평범하게만 보였고, 자기들처럼 보였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경험했던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들을 떠 올리며 이렇게 말합니다.
이 사람의 지혜와 권능이 어디서 났느뇨?
이 의구심은 긍정적인 호기심에서 난 것이 결코 아닙니다.
부정적인, 비아냥대는, 조롱하는 그런 말투입니다.
조용히 말없이 그 마을을 떠나 오시던
주님의 축처진 어깨가 눈에 선합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제자들을 보내시며 이방인의 고을들로 가지말고
차라리 잃어버린 이스라엘의 어린양에게로 가라시던 예수님이셨기에
고향 정든 사람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은 남다르셨을터인데
분명 남다르셨을터인데
가시면서는 어쩌면 아파서 평생을 고생하며 살던 사람들을 떠 올리시며
내 돌아가면 그분들을 고쳐주리라
눈을 뜨게 하리라 마음먹었을지도 모르는데
내쫓기듯
서둘러 배척하는 무리를 피해 어둠이 몰려오는 먼 길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나가시는 주님의 어깨
씁쓸한 미소를 지으시며
선지자가 고향과 자기집 외에는
존경을 받지 못하는 곳이 없지
혼자말을 되뇌이셨을 주님
질병으로 고통하던 자들을 만지시려다
빈손으로 돌아나와
허한 손을 자꾸만 부비시며
한숨이라도 쉬셨나요 주님.
믿지 않음을 인하여 능력을 행치 못하셔서
부른 젖을 먹이지 못한 어미처럼
애타는 마음으로 뒤돌아 보시고
또 뒤돌아 보시며
쓸쓸하게 어둠 속으로 걸어가셨을 나의 주님.....
배를 타고 떠나사 따로
빈들로 가셨던 나의 주님
주님은 빈들에서 얼마나 많는 눈물을 흘리셨나요
눈이 퉁퉁 부어
홀로 계신 바닷가
그 바닷가로 사람들은 모여들고
병들고 아픈 자들이 모여들고
주님은 그들을 바라보시며
불쌍히 여기시며 병든자들을 고쳐주셨다고 하셨지요.
주님
고독하셨던 나의 주님
나 또한 여기서 울고 서 있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