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농민들은 이리도 신음하는걸까
내가 밟고 서는 땅들은 어쩜 이리도 지쳐있는 것일까
생기잃은 식물들의 신음소리는 또 어찌된 영문일까
시골에 살면서 나는 참 행복하지만
문득 마음을 열고 눈을 감을 때면 들려오는 이 신음소리들로 인해
나는 참 괴로운 나날들을 보낸다.
이 신음소리들은 비단 이곳 대원리 골짜기에만 가득찬 것이 아니다.
중국의 농촌에서도
네팔의 후미진 골짜기에서도
황량한 서남아시아의 고개 너머에서도 어김없이
이 신음소리는 동일한 음폭으로 내 귀를 자극한다.
바울도 바로 이 소리를 들은 것일까?
죽음들은 다 땅으로 돌아가는데
죽어가면서도 차마 눈을 감지 못한 이들
그들이 이루지 못한 꿈들의 편린들이 대지의 가슴을 찌르는 까닭일까
보시기에 좋았더라 얼씨구나 춤을 추시던 하나님의 손길에서 벗어나
망가질대로 망가져버린 만물들이
화상으로 일그러진 자신의 얼굴을 거울로 처음 대면하며 토해내는
고통의 절규처럼
하늘이 푸르른 날이면 그 하늘에 비취는 자신의 처참한 몰골로 인해
저 대지 위의 모든 것들은 신음을 토해내는 것일까.
늦은 밤에 눈이 내린다.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을 물끄러미 보노라니
내 눈에 눈물이 흐른다.
만물을 위로하시며 어루만지시는 주님의 손길이리니
저 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