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올 것이다.
하루 종일 마른 흙 만지작거리며
소 목덜미 함께 젖어들고
내 발잔등 부어올라 오래 고될지라도
문득 땅 아래에서
수천 수만 눈뜨는 것이 저마다
씨앗 깨우고 밝혀 우주를 채우는
그 날이
오늘 세상에 필요한 단 하루의 아침에
황량한 땅을 갈면서 위엣 것을 생각한다.
이 땅 어디에도 젖어 시리지 않은 곳 없지만
하늘 아버지 사랑 머금은 순이 돋아나면
먼발치 초록의 생명으로 쑤욱 쑤욱 올라올 거라고
이미 죄의 빚으로 거덜 난 우리 몸에
기어코 희락의 옷을 입혀주실거라고
타는 목마름으로 터진 골마다 이랑마다
은혜와 진리의 강물이 출렁일거라고
그날이 있어
지금 여기 갇혀있을지라도 소망이 있어
조막만한 하루 삶일지라도 하늘을 담고 있어
물 없는 구덩이 마른 땅에서도 막막하지 않다
지금 우리 곁에 말씀이 살아 수고의 밭을 함께 갈며
그날로 가는 은밀한 통로 하나 만들고 있으니
오늘도 아버지 휘파람 소리에 늠름하게 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