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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Jun
『이머징 교회』 서평작성자: 박창수 IP ADRESS: *.179.34.254 조회 수: 2628
『이머징 교회』 서평
박창수
1. 논지
에디 깁스와 라이언 볼저가 함께 지은 『이머징 교회』(김도훈 옮김, 쿰란출판사, 2009)는 5년 동안 영국과 미국의 이머징 교회의 리더들 50명을 인터뷰해서 이머징 교회의 실천적 특징을 9가지로 분류하여 정리한 책으로서, 한 마디로 ‘이머징 교회에 대한 귀납적 소개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논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등장과 더불어 위기에 처한 서구 기독교계에서 그 대안으로 등장한 이머징 교회는, 1) 예수님의 삶을 따르고, 2) 세속 영역을 변화시키며, 3) 공동체로 살아가는 등 3가지 실천적인 핵심 특징들이 있으며, 여기에서 파생된 6가지 실천적인 특징들이 있는데 그것은 4) 낯선 사람들을 영접하고, 5) 관대한 넓은 마음으로 섬기며, 6)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서 예배에 참여하고, 7) 창조성을 지닌 존재로서 적극적으로 창조하며, 8) 1인 리더가 인도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한 몸으로 인도하고, 9) 고대 영성과 현대 영성을 융합하는 것이다.
2. 성찰
필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필자 자신과 한국 교회를 깊이 성찰하게 되었다. 성찰하게 된 점들 가운데 특별히 한국의 교회 개혁 운동을 위해 깨닫게 된 점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두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서구 교회에 대해, “현재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진단하면서, “교회가 포스트모던 문화 속에서 교회의 메시지와 삶을 구현하지 못한다면, 교회는 점차 주변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며, “결국 서구의 교회의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두 저자는 이와 같은 서구 교회의 위기 상황에 대한 해결 대안으로 이머징 교회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두 저자의 이런 언급을 읽으면서 서구 교회에 대한 깊은 염려와 뜨거운 사랑이 두 저자의 마음에 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교회개혁 운동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 마음일 것이다. 이 마음을 한국의 교회 개혁 운동에 적용한다면, 개혁자들은 교회 개혁의 동기와 과정과 결과 모두에서 교회를 염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언제나 품고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두 저자는 교회 제도 개혁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답은 교회의 구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가 보여 주신 삶의 방식에 있으며, 그러한 삶이 오늘날 우리의 상황 속에서 어떤 삶일까 하는 것에 있다”(97쪽)고 강조한다. 한국의 교회 개혁 운동이 모범정관운동 등을 통해 교회 제도의 개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고 옳은 것이다. 그러나 만약 교회의 제도 개혁에 치중하느라 예수님이 보여 주신 삶의 방식을 오늘날 교회 안에 구현하는 것을 간과한다면, 그것은 본질을 놓치는 교회 개혁 운동이 되고 말 것이다. 두 저자의 깊은 통찰들 가운데 하나는 “신앙 밖에 있는 사람들은 그리스도인들의 교리보다는 윤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203쪽)는 것이다. 교회가 선교적 사명을 효과적으로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예수님이 보여 주신 삶의 방식을 교회 안에 구현하는 것을 힘써야 한다.
셋째, 두 저자는 서구 교회가 처한 상황에 대해, “오늘날의 문화 내에서는 모더니티와 포스트모더니티가 공존하고 있다”(193쪽)고 지적하면서 책 전반에 걸쳐 모더니티를 비판하고 교회의 대응 방향에 대해 교회의 포스트모더니티 수용을 제시한다. 그런데 필자는 한국 교회가 처한 상황은 서구 교회와 달리, 전근대성(프리모더니티)과 근대성(모더니티)과 탈근대성(포스트모더니티)이 모두 공존하고 있는 문화라고 생각한다. 이 가운데 근대성과 탈근대성은 서구와 공통되고 자명하므로 따로 설명하지 않고 전근대성에 대해서만 대표적인 예를 든다면, 삼성 같은 세계적 규모의 대기업이 불법과 편법에 의해 경영 수장의 자리를 세습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의 전근대성을 교회도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데, 중대형 교회의 담임목사직 세습과 중대형 기독교단체의 대표직 세습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교회 개혁 운동은, 근대성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탈근대성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동시에 전근대성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건전한 근대성을 강화해야 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서구 교회의 상황에서 나온 이머징 교회를 한국 교회의 상황에 맞게 토착화하는 것이 될 것이다.
넷째, 두 저자는 이머징 교회의 한 리더의 말을 인용하여 영적 훈련과 사회 운동의 결합을 강조한다(230쪽). 이것은 성령님의 임재 가운데 가난한 자에게 희년을 선포한다는 예수님의 나사렛 메시아 선언의 핵심 내용과 일맥상통한다(누가복음 4장 18-19절). 한국의 교회 개혁 운동은 교회 안의 개혁만 아니라 교회 밖의 개혁, 곧 사회 개혁도 그 과제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는데, 필자는 그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부족한 점도 있는데 그것은 영적 훈련과 사회 운동을 제대로 결합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의 교회 개혁 운동은 나사렛 메시아 선언에 비추어 본질적인 차원에서 영적 훈련과 사회 운동의 결합을 시도해야 한다.
이 외에도 필자는 이머징 교회의 예배와 전도에 대해 깊은 감명을 받았다. 고대 영성과 현대 영성을 융합한 이머징 교회의 예배 묘사(368-369쪽), 그리고 기독교 카페의 기도 장비와 이콘(icon)을 통한 전도의 실제 사례(381-382쪽)가 그것이다. 이와 같은 것을 비롯한 이머징 교회의 ‘모험’을 한국 교회가 상황에 맞게 창조적으로 수용하여 스스로를 개혁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