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onacom.or.kr/xe/files/attach/images/162551/b643c655310c8caf02909277b3d24e77.jpg
종의노래
2014.10.22 18:11

돈의 시험

조회 수 855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 끝에 들어간 신학교

그래도 어머님은 내게 생활비로 쓰도록 돈을 챙겨주셨다.

그 돈이 워낙 귀한 돈이었던지라 금액도 또렷이 기억이 난다.

135천 원, 하지만 학교 기숙사에 짐을 놓고 이틀 후 그 중에서 13만원은 말할 수 없는 이유로 내 수중에서 떠났다.

내게 남은 돈은 5천원이 전부였다. 당연히 교과서는 한 권도 구입하지 못했고

그때 기숙사 식당 한끼 식비가 450원이었는데 식권 10장 구입한 것이 전부였다.

그날 이후 정말 많이 굶었다.

몇 달이 지나고 어느 날 같은 반 형님이 내게 아르바이트를 하자고 하셨다.

그날 아침 일찍 나가서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하루 종일 일하고 받은 돈이 15천 원이었다. 늦은 저녁 그 돈을 호주머니에 넣고 오면서 별 상상을 다 했다.

이 돈으로 밥을 사먹으리라. 이 돈으로 사과도 한 알, 우유도 하나 사먹어야지

이런 상상을 하면서 버스를 타기 위해 동대문역 부근의 육교를 올라갔는데

육교 중간쯤에 한 아주머니가 아이를 업고 큰 애는 옆에 앉히고 구걸을 하고 계셨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겠지만 내 눈에는 그분들만 보였다.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으면서 다시 뒤로 돌아내려갈까.

그냥 지나칠까 별 생각을 다하다가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 아주머니에게 다가갔고

그 돈을 꺼내 아주머니 손에 쥐어드렸다.

기도도 감사도 나오지 않았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날 밤 학교 기도실로 주린 배를 움켜쥐고 들어가 그냥 멍하니 앉아서 울기만 했다.

한참을 울었다. 그날 주님은 내게 아주 작은 음성으로 이르셨다.

다시는 너를 돈으로 시험하지 않겠노라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0 벌써 7월이네요 1 무익한 종 2008.07.03 2625
229 비갠 뒷 날 무익한 종 2008.06.06 2968
228 다시 밭에서 무익한 종 2008.05.29 2980
227 밭에 갔다가 무익한 종 2008.05.27 3034
226 노동을 하며 무익한 종 2008.05.20 3055
225 자재 하역과 비 무익한 종 2008.05.13 3143
224 오늘 밭에서 한 일들 무익한 종 2008.05.01 3487
223 사랑하는 여러분 무익한 종 2008.04.22 3732
222 돌아와서 무익한 종 2008.04.20 3022
221 농업학교 소식 무익한 종 2008.04.17 2961
220 늦게 피는 대원리의 꽃들 무익한 종 2008.04.12 3083
219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이 길을 무익한 종 2008.04.01 3133
218 땅을 또 내놓으며 1 무익한 종 2008.03.31 2998
217 드디어 2만불이 전달되다 1 무익한 종 2008.03.27 2971
216 풀로 뒤덮인 논에서 2 무익한 종 2008.03.27 2735
215 봄보다 먼저 들려온 소식 무익한 종 2008.03.26 2737
214 누구 없나요 무익한 종 2008.03.12 2978
213 아무도 가지 않는 길 무익한 종 2008.03.09 3503
212 야간비행 무익한 종 2008.02.03 3077
211 눈이 내렸습니다 file 무익한 종 2008.01.12 345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