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극심한 반대 끝에 들어간 신학교
그래도 어머님은 내게 생활비로 쓰도록 돈을 챙겨주셨다.
그 돈이 워낙 귀한 돈이었던지라 금액도 또렷이 기억이 난다.
13만 5천 원, 하지만 학교 기숙사에 짐을 놓고 이틀 후 그 중에서 13만원은 말할 수 없는 이유로 내 수중에서 떠났다.
내게 남은 돈은 5천원이 전부였다. 당연히 교과서는 한 권도 구입하지 못했고
그때 기숙사 식당 한끼 식비가 450원이었는데 식권 10장 구입한 것이 전부였다.
그날 이후 정말 많이 굶었다.
몇 달이 지나고 어느 날 같은 반 형님이 내게 아르바이트를 하자고 하셨다.
그날 아침 일찍 나가서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하루 종일 일하고 받은 돈이 1만 5천 원이었다. 늦은 저녁 그 돈을 호주머니에 넣고 오면서 별 상상을 다 했다.
이 돈으로 밥을 사먹으리라. 이 돈으로 사과도 한 알, 우유도 하나 사먹어야지
이런 상상을 하면서 버스를 타기 위해 동대문역 부근의 육교를 올라갔는데
육교 중간쯤에 한 아주머니가 아이를 업고 큰 애는 옆에 앉히고 구걸을 하고 계셨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겠지만 내 눈에는 그분들만 보였다.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으면서 다시 뒤로 돌아내려갈까.
그냥 지나칠까 별 생각을 다하다가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 아주머니에게 다가갔고
그 돈을 꺼내 아주머니 손에 쥐어드렸다.
기도도 감사도 나오지 않았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날 밤 학교 기도실로 주린 배를 움켜쥐고 들어가 그냥 멍하니 앉아서 울기만 했다.
한참을 울었다. 그날 주님은 내게 아주 작은 음성으로 이르셨다.
다시는 너를 돈으로 시험하지 않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