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을 바꾼다신·재생에너지로 성장활기 찾은 독일 윈데·겔센키르헨
지난해 12월 18일(현지시각) 방문한 독일 니더작센주의 작은 마을 윈데(Juehnde)는 전형적인 독일의 전원 마을이었다.
빨간색 지붕의 180여채의 집들이 넓은 들판에 위에 자리잡고 있으며, 140가구 750여명이 살고 있었다. 마을 한켠에는 지름이
30m쯤 돼 보이는 동그란 돔형태의 구조물이 2개 나란히 서 있었고, 그 사이로 컨테이너박스에 열병합발전기가 있었다.
돔 구조물은 주로 축산 분뇨와 옥수수·보리 등을 절반씩 섞어 바이오가스를 만드는 발효기다. 윈데는 발효기에서 포집한 가스로 터빈을 작동시켜 전기를 만드는 것은 물론 이때 발생한 열을 회수해 난방도 하고 있다.
독일에는 바이오가스로 전기를 만드는 시설이 1천여곳 있지만, 폐열을 이용해 난방까지 하는 곳은 윈데마을이
처음이다. 이곳에서 바이오에너지시설을 가동한 것은 지난 2005년 9월.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이 마을 주민이자 방문객
안내인으로 일하고 있는 게르트 파펜홀츠(67)는 “대체로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윈데의 시도는 20분 거리에 있는 괴팅겐대학이 지난 2000년 자연으로부터 에너지를 충당할 수 있는 시범단지를
찾던 중 윈데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면서 성사됐다. 설치비 530만유로(약 64억원) 마련 문제로 몇년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28%인 150만유로를 지난 2004년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지원해주기로 약속하면서 탄력이 붙었다. 200만유로는 주민들이
출자하고 나머지 180만유로는 은행으로부터 융자를 받아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짓고 나니 호재가 예상보다 빨리 마을을 찾아왔다. 석유가 아직은 풍력·태양광·바이오가스 등 이른바
신·재생에너지보다 생산비가 저렴한 만큼 열병합 발전기를 통한 폐열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당장은 기름보일러보다 난방비가 많이 들
것으로 주민들은 예상했었다. 하지만 리터당 35유로센트하던 기름값이 몇년새 60유로센트로 급등해 있었다.
파펜홀츠는 “내집에서 올해 석유를 땠더라면 1년간 2500유로(약 300만원)는 들었을텐데 열병합발전기 폐열을
썼더니 1750유로밖에 안들었다”고 설명했다. 마을에서 수확된 보리·옥수수가 곧바로 발효기로 향하면서 경작지의 25%가 안정적
수입원을 확보했다.
정부가 전량 구매를 보장하는 전기의 수익도 전망이 밝다. 파펜홀츠는 “올해까지는 70~80%밖에 가동하지 못해
적자를 냈으나, 내년에는 거의 완전가동이 가능해 흑자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기분좋은 점은 에너지에 들어간
비용이 이제는 마을에 남아 주민들 사이에서 순환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일 방문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겔센키르헨은 과거 독일의 석탄과 철강산업 중심지였으나 이제는 손꼽히는
태양광 도시로 환골탈태해 있었다. 한국에서 광부들이 60~70년대 대거 진출한 곳도 겔센키르헨을 포함한 이곳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안의 루르지역이다.
루르지역은 라인강의 기적을 주도했지만 80년대 이후 독일의 석탄·철강보다 가격경쟁력이 앞서는 나라가 늘면서 사양산업이 된 지 오래다. 한때 60만명이었던 독일의 석탄산업 종사자는 이제 3만명으로 줄었다.
새 성장동력을 찾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신·재생에너지에 눈을 떴다. 겔센키르헨은 특히 시가 사이언스파크를 지어 직접 운영하고 있는데 산업구조 전환의 상징물이다. 과거 철강공장 터에 들어선데다,
건물 지붕에는 연간 생산량 236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이 가동 중이다. 지붕에 설치된 것으로는 세계
최대다. 이곳은 저렴한 임대료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개발업체들이 대거 입주해 있다. 겔센키르헨은 지난 2003년 연간 생산용량
25MW인 유럽 최대 규모의 태양전지 공장도 완공했다.
주 정부 또한 지난 96년 산하에 미래에너지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이를 통해 2400개의 풍력 터빈, 1만500개의
태양광 발전기, 170개의 바이오가스 시설이 주정부 지원 아래 설치됐다. 연료전지도 300개의 기업과 연구소가 한데 묶여 개발이
진행 중이다.
덕분에 주의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일자리가 지난 2000년에는 3500개에 그쳤지만 5년 뒤 4배가 넘는
1만5천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실업률은 12%에서 10%로 감소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은 이미 제2의 라인강 기적을 향해
성큼 나서고 있었다.
독일은 연방정부 차원에서도 지난 2000년 재생에너지 촉진을 위한 법을 제정하는 등 신·재생에너지를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생산비가 화력보다 더 들지만 차액을 보조해주는 차액지원제를 실시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력은 20년간 연방정부가 의무적으로 구입하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할 때도 연 2~4%의 저리로 융자를
하고 있다.
화석연료가 갈수록 귀해지는 만큼 신·재생에너지는 시장성이 충분하며 따라서 남보다 앞서 기술 개발을 해야 한다는
독일의 판단은 벌써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2005년 독일의 태양전지의 수출은 전년보다 34%나 늘었다. 풍력 설비와 관련
부품의 수출은 같은 기간 65%나 급증했다.
이미 독일 풍력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세계 1위로 46%에 이르고, 태양광 발전의 핵심부품인 태양전지의 점유율도 20%로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다.
차명제 성공회대 엔지오대학원 연구교수는 “독일의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의 확보와 확산은 환경보호 명분과 경제적 실리를 함께 챙길 수 있는 이상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윈데·겔센키르헨/송창석 기자 한
국선 갈 길 멀다 기술수준·공급비중 낮아 …2011년 1차 에너지 5% 충당 계획 고유가가 고착화되면서 환경개선은 물론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 그리고 수출증대·고용창출의 경제효과까지 ‘일석 삼조’를 누릴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문제를 깨닫고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1년까지 전체 1차 에너지의 5%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관련 예산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2005년에는 전년보다 68% 많은 3242억원을 배정했고,
2006년에는 다시 이보다 23% 늘렸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공급 증가율은 지난 15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20.5%를 기록했다. 하지만 증가율 급증은 한국이 애초 워낙 공급 비중이 낮았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공급량은 2005년 기준으로 전체 1차 에너지 소비의 2.13% 수준이다. 반면 스웨덴은 벌써 26.7%나 되며 스위스는 17.8%, 덴마크 13.0%, 독일은 10.2%를 각각 차지한다.
기술 격차는 더 벌어진다. 산업자원부는 현재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기술수준이 선진국의 50~70%”라고 평가하고 있다.
산자부는 29일 “연료전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에 기반한 에너지 시장이 정보기술(IT),
생명기술(BT)을 넘어서는 거대한 산업으로 급부상할 것”이라면서 “발전차액지원제도 등 기존의 지원 사업 말고도 상용화·산업화가
가능한 분야를 선정해 전략적 연구개발을 강화해 나가고 신·재생에너지 인증 품목을 확대하고 인력도 양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 돌아본 토마스 산드너 ‘아바쿠스’사장 “개발환경 좋은데 대출관행 걸림돌” “한국이 독일보다 태양광에너지의 발전 효율이 20~30% 높은 등 한국은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할 자연환경이 매우 좋았습니다.
” 겔센키르헨에 본사를 둔 태양광에너지 설계·시공업체 ‘아바쿠스’의 토마스 산드너 사장은 “일조량은 많되 기온은
낮을수록 태양광 효율이 높은데 한국은 독일보다 낮은 스페인과 비슷한 위도에 있으면서도 시베리아의 찬바람 영향으로 기온도
이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산이 많은 한국은 풍력발전에도 유리하고 서해의 심한 조수간만의 차이는 조력발전에도 최적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
지난 1년반 동안 4차례 한국을 드나들면서 한국전력과 지역난방공사, 그리고 광주광역시와 춘천·영광·함평 등을
돌아봤다는 산드너 사장은 “하지만 한국 업체와 태양광발전소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려 해도 은행의 대출 관행이 큰 걸림돌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은행권이 태양광 발전소 프로젝트만으로 대출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도 사업의 수익성에 대해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고 말했다. 한국도 독일처럼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통해 태양광 발전기를 통해 생산된
전력은 정부가 15년간 의무적으로 구매해 주는 등 다른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견줘 안정적인 편인데도 무조건 담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시설이 주로 오지에 터를 잡으므로 땅도 담보가치가 없고 사업에 뛰어드는 곳도 대부분 중소기업들이 많아
담보 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 담보만 우선 따지더라”며 “이런 보증 관행 아래서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전에 4명으로 출발한 회사가 해마다 매출 증가율이 두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지금은 20명으로
늘었다”면서 “외국에서는 신·재생에너지를 시작하지 않은 나라도 많고 특히 중국은 언젠가는 화석연료에만 의존할 수 없는 거대한
잠재 시장인 만큼 한동안은 안정적으로 태양광 에너지의 수출 시장이 확대되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보출처: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