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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살이게시판

밭 만들기

2007.09.27 09:40

무익한 종 조회 수:13317 추천:1

농사짓는법 1.밭 만들기
흙밭 만들기에서 제일 고려해야 할 것은 배수성과 보수성이다. 곧 물이 잘 빠지게 고랑을 파면서도 가물 때를 대비해서 물기를 어느 정도 머금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논의 경우는 보수성이 더 중요하지만 밭은 배수성이 더 중요하다.

배수성을 높게 하는 밭 만들기는 이랑 만들기인데, 여러 작물을 골고루 심는 밭농사는 특히 이랑식 밭 만들기가 중요하다. 이랑이란 두둑과 고랑을 합친 것을 말하는데, 이렇게 밭을 만드는 것은 바로 배수성을 높게 하기 위해서이다. 배수성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제초를 위해서인데, 고랑이란 기본적으로 물길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오가며 풀을 매는 길이기도 한 것이다.

이랑을 만들 때에는 배수성을 일차적으로 고려하여 고랑을 파되, 장마 때 비에 두둑의 흙이 유실되거나 거름이 유실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요령이다. 곧 보수성을 배려하는 것인데, 예를 들면 비가 올 때 물이 흘러나가는 방향에 직각되게 두둑을 만든다. 물이 흘러나가는 방향으로 두둑을 만들면 두둑의 흙과 거름이 물에 씻겨 내려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밭 전체적으로 큰 물길을 위한 고랑은 깊게 파두고, 두둑과 두둑 사이에는 작은 고랑을 파두어 이랑에 고인 물이 큰 고랑으로 흘러가도록 한다.

이랑은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두둑의 폭을 작게 하고(약 30-50cm) 단면으로 볼 때 삼각형 모양으로 만들어 작물을 한 줄로 심는 이랑이 있고, 두둑의 폭을 대략 1m에서 1m 20cm 정도로 만드는 평이랑이 있다. 작은 폭의 이랑은 특히 배수성이 좋아야 잘 되는 작물을 심는데 고추나 고구마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되도록 평이랑을 권하고자 한다. 이는 되도록 한 번 만든 밭은 매년 로터리를 쳐서 다시 만드는 수고를 덜고 반영구적으로 쓰고자하는 목적에서이다. 대신에 고랑을 깊게(30cm 정도) 파서 흙이 적게 메워지도록 하는 게 요령이다. 물론 배수성을 높이고자 하는 게 중요한 목적이다.


다음으로 밭을 만들 때 중요한 일은 흙을 부드럽게 만드는 일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흙이 부드러워야 작물이 뿌리를 잘 내릴 뿐만 아니라, 뿌리에서 열매를 맺는 근채류(고구마, 감자, 홍당무 등)들은 특히나 흙이 부드러워야 제대로 열매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흙이 딱딱하게 굳어 있으면 흙 속의 열매가 제대로 자라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작물이 열매를 맺기 위해 힘을 주느라 열매 속에 딱딱한 심이 맺혀지게 된다.

지금은 흙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로터리 치는 것(경운)인데, 되도록 로터리 치지 않는 것을 권하고 싶다. 작은 텃밭에서야 기계를 써가면서까지 로터리 치지 않더라도 쇠스랑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지만, 이른바 무경운 농법에 따르면 밭을 기계로든 손으로든 갈지 않아도 흙을 충분히 부드럽게 할 수 있다.

물론 기존에 농약과 제초제로 지은 밭이라면 처음에는 기계로 로터리를 쳐 주는 게 좋다. 그리고 나서는 다음 해부터는 흙에다 거름을 넣어주고 계속 풀이나 볏짚 등으로 덮개를 씌워주면 흙은 절로 부드러워진다. 흙이 거름져서 미생물과 여러 가지 벌레들이 살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흙을 부드럽게 만드는 요령으로는 풀이나 볏짚 등으로 덮개를 씌워 절대 맨 흙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는 일이다. 아무리 거름을 주었더라도 맨 흙이 공기 중에 드러나게 되면 흙은 굳기 마련이다. 특히 겨울동안 맨 흙으로 있게 되면 눈이 쌓였다 녹고 얼고 마르고 해서 흙은 굳게 된다. 풀이 덮혀 있으면 그것을 서식처로 삼아 각종 미생물과 벌레들이 번성하고, 다음 해에 태어날 알들까지 맺혀 놓아 그야말로 풀은 흙을 살아있는 생태계로 만들어주는 훌륭한 보호막이 되는 것이다.

또한 흙 위의 덮여있는 풀은 다른 풀들의 씨앗이 발아하는 것을 막아주는 훌륭한 제초 역할도 해준다. 풀 속의 풀 씨는 햇빛을 보지 못해 발아하지 못하고 풀 위의 씨앗은 흙을 밟지 못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죽고 마는 것이다. 덮개용으로 쓰인 풀은 삭아서 좋은 거름이 되는 효과도 갖고 있다.

흙덮개용으로 쓸 수 있는 재료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제일 기본적인 것은 흙에서 절로 자라나는 잡초들을 베어서 버리지 않고 흙 위에다 계속 깔아 놓는 것이다. 작은 풀은 뿌리까지 뽑아내서 뿌리가 흙에 닿지 않도록 방금 전에 뽑은 풀 위에다 뿌리부분을 겹쳐서 쌓는 게 요령이다. 뿌리가 흙에 닿으면 다시 풀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풀이 아주 커버려서 뿌리까지 뽑기 어려울 경우는 낫으로 바로 흙 위의 줄기 부분을 베어 깔아놓으면 된다. 잘려진 뿌리는 흙 속에서 좋은 거름이 되는데, 설사 뿌리부분에서 다시 풀이 자라나더라도 이 때쯤 되면 작물이 꽤 큰 상태라 그 정도에는 별로 해를 입지 않는다. 작물에 해가 될 정도로 금방 자라버리면 다시 낫으로 베어 주는 정도의 수고는 감수해야 한다.

다음으로 흙덮개용으로 훌륭한 것은 볏짚과 왕겨, 쌀겨 등 벼농사로 나온 부산물들이다. 볏짚은 다른 잡초들과 달리 섬유질이 질겨 금방 삭지 않고 수명이 오래가는 장점이 있다. 볏짚은 제초를 위한 흙덮개용으로는 제일 질긴 것으로 구하기도 쉽고 효과도 제일 좋다. 풀의 발아를 막기 위해선 흙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덮는 게 요령이다. 볏짚 정도의 제초 효과를 갖고 있는 것으로는 갈대가 있는데, 바닷가가 아니면 구하기 쉽지 않은 것이 흠이다.

볍씨의 겉껍질을 벗긴 왕겨는 볏짚 다음으로 제초 효과가 뛰어난 재료인데 낟알로 되어 있어서 볏짚보다는 내구성이 약한 게 흠이다. 볏짚은 논농사 짓는 곳에 가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왕겨는 정미소에 가서 돈을 주고 사야하는 것도 흠이라면 흠이다. 80kg짜리 한가마에 2-3,000원이면 살 수 있다.

쌀겨는 제초효과도 있지만 거름 효과가 더 뛰어난 덮개 재료이다. 쌀겨는 인산과 가리 비료가 풍부하여 질소비료 과다로 인한 작물의 도복(쓰러짐) 현상을 막아 줄 수 있고, 열매를 튼튼하게 맺게 해준다. 또한 쌀겨는 탄소질이 적어 발효 때 유기산이 잘 발생하여 풀씨 발아를 막아준다. 쌀겨 또한 정미소에 가서 구할 수 있는데, 왕겨보다는 1천원 정도 비싸게 살 수 있다. 요즘은 백화점마다 쌀을 직접 찧어 파는 곳이 많아 잘 부탁하면 공짜로도 구할 수 있다.

다음으로 덮개용 재료로 뛰어난 것은 산에 풍부한 부엽토이다. 덮개용 목적으로 쓰려면 되도록 낙엽이 많은 윗 부분이 좋고, 거름용으로 쓰려면 많이 발효된 밑 부분이 좋다. 부엽토는 병해충도 적고 풀씨도 적어 아주 깨끗한 재료인데다, 발효를 일으키는 미생물들이 아주 풍부한 재료이다. 구하기는 쉬워도 일일이 퍼 오는 것이 번거로운 흠이라면 흠이다.

덮개용을 목적으로 쓴다면 늦가을마다 수북이 쌓이는 도시의 가로수 낙엽도 괜찮을 듯 싶다. 미화환경원들이 낙엽을 쓸어모아 푸대 자루에다 담아 놓기 때문에 힘들이지 않고 갔다 쓸 수 있다. 물론 산의 것보다는 깨끗지 않은 것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 말고 덮개용으로 쓸 수 있는 것은 우리 주변에 많다. 톱밥이나 대패밥도 좋고(그러나 되도록 본드를 사용한 합판 톱밥은 좋지 않다.), 신문지나 상자용 종이도 좋고, 비료 푸대자루도 좋다.

마지막으로 좋은 밭을 만들려면 좋은 밑거름을 넣어주어야 하는데, 밑거름은 덮개용 재료를 흙 위에 씌우기 전에 주어야 한다. 거름이 햇빛에 노출되면 빛에 질소질 비료가 타버려 비료효과가 떨어진다. 거름은 흙에 섞여 있거나 풀 등 탄소질 재료에 가리워 있어야 미생물들이 제대로 발효시킬 수 있다. 흙과 잘 섞어주면 좋지만 그것이 힘들면 흙에 뿌려주고 덮개용 재료로 잘 덮어두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