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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노래
2003.10.12 23:16

가을 비

조회 수 2461 추천 수 23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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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시리도록 푸르디 푸르던 10월 초순의 하늘이
오랜 만에 구름으로 가득하였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잠시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물끄러미 구름이 몰려오는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불순한 여름 일기와 태풍 매미로 인해
수확량이 급감하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들녘은 누런 황금빛으로 물들어
여기저기 콤바인의 분주한 몸놀림을 따라
알곡들이 부대에 담겨지고 있습니다.

붉게 물들었던 고추들도 이제는 다 사라지고
앙상한 가지에 붙은 고추잎들은 만지면 바삭바삭 소리가 날 정도로
마르고 볼품없는 모습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콩은 콩대로, 기장은 기장대로
열매를 맺는 것들마다
아낌없이 제가 힘써 맺었던 것 모두를 다 나눠주고
그렇게 가을 바람을 따라 꺽이고
바스라져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앞산 낙엽송 끝자락이 예쁘게 물들어가는 10월 중순에 하늘은
제 할일을 다하고는 꺽이고 사라지는 것들을 애도하듯
그렇게 소리없는 비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후일 내 삶이 다하는 날에도
바스라지는 낙엽들처럼
내님 예수의 피빛 붉은 흔적으로 가득하기를
마침내 내 주님 나를 부르실 그날에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아 주시던
주님의 따스한 손길만으로 만족하리니....

하늘에서는 주 외에 누가 내게 있으리요
땅에서는 주밖에 나의 사모할 자 없나이다(시73: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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