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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내지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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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Feb

남북관계 '폐쇄'아닌 '자아확충'으로(펌)

작성자: 무익한 종 IP ADRESS: *.159.46.208 조회 수: 2440

중재자·당사자 위치 적극 유지하고 민족문제임을 직시해야
교류협력이 변화예측 청신호… 남북관계 '폐쇄'아닌 '자아확충'을

작성날짜: 2005/02/18
송두율교수
    
북한이 지난 10일 공식적으로 핵 보유와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한 이후 한반도 정세는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속에 놓여있다. 미·일·중·러·한국의 정책담당자들와 여론이 혼미한 정세를 분석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향후 정세를 쉽게 예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송두율 독일 뮌스터 대학교 사회학교수가 <시민의신문> 앞으로 글을 보냈다.  

그는 북핵문제 해법의 기본은 우선 북미 쌍방이 서로 요구를 관철시킬려는 자세를 벗고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또 남북관계에 있어 자아억제적 태도를 보이는 남한이 자아확장적 인식 아래 중재자이자 당사자로서의 자세 견지를 조언했다. 결국 핵으로 인한 위험에 직접 직면한 민족의 문제임을 직시하라는 호소다. 여기에 한국의 시민운동세력이 이 시기 갈등의 골을 펼칠 분명한 자기목소리를 내라고 조언했다. /편집자

지금부터 10여 년 전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나서 많은 국내의 학자들이 통일독일의 현장체험을 위해서, 또는 한반도 통일과 독일통일의 비교연구프로젝트를 위해서도 이곳 베를린을 다녀갔다. 이러한 관찰과 연구가 그 후 얼마나 우리의 통일문제해결에 기여를 했는지에 대해서 나는 아직도 궁금하다.
또 국내의 학자뿐만 아니라 옛 동독의 학자나 정치가들의 인터뷰기사도 서울에서 발간되는 여러 신문들의 지면을 하루가 멀다하고 채웠다. 이들 중에는 그후 통일부나 통일연구기관들의 고급단골손님이 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독일통일의 시점에서 북한이 짧게는 몇 년, 아니면 2000년을 결코 넘길 수 없을 것으로 보는 주장도 많았다. 90년대 중반부터, 특히 김일성 주석의 사망이후 국내외적으로 위기에 처한 북한체제의 붕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고, 오로지 언제, 그리고 어떻게 무너지는가, 그래서 이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만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부시 집권 2기가 시작되면서 비슷한 상황이 또 전개되기 시작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등장하는 북한체제의 붕괴의 가능성(때로는 '김정일 권력체제'의 붕괴로 제한적으로 해석되는 경향도 있지만)은 독일통일이후에 나돌았던 당시의 여러 전망의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악의 축'이라는 부시행정부의 정치철학이 9·11과 이라크전쟁을 거치면서 북한체제의 붕괴를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대북 정책이 분명해지고 있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6자회담이 세 차례 열렸지만 후속회담의 개최가 아직도 불분명한 상황 속에서 이미 북한 인권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북미 사이뿐만 아니라 일인납치문제의 해결을 둘러싸고 북일 사이에도 그 어느 때보다 상호불신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참여정부가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 계승을 선언했고 또 개성공단의 가동과 같은 민간수준의 중요한 남북관계개선에도 불구하고 탈북자들의 대량기획입국과 같은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남북간의 정부차원의 대화는 아직도 중단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끊임없이 나돌고 있는 북 체제의 이상증후나 균열증세에 대한 서방측의 보도나 분석은 일반사람은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도 그 신빙성을 둘러싼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김정일 초상화수거', '후계자문제', '반김 지하조직', '김경희 자살', '리비아에 핵물질 판매'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나 정보들이 꼬리를 물고 나돌고 있다.
대부분 북의 체제가 머지않아 붕괴한다는 전제를 세우고 이 전제에 따라 이른바 정보나 자료를 꿰어 맞추는 식으로 해석되고 있다. 따라서 먼저 이 같은 북한사회의 이해가 담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고 보다, 더 적합한 북한 사회의 인식, 이를 토대로 한 남북관계와 통일문제를 동북아의 맥락에서 전망해보고자 한다.
북핵문제의 해법의 기초는 북미 쌍방이 우선 현안문제의 핵심, 즉 핵포기와 체제보장을 동시에 포괄적으로 해결하는데 있다. '이중적 애매성(double contingency)' 이라고 불리는 순환논리-네가 먼저 나의 요구를 들어주어야만 나도 너의 요구를 들어 줄 수 있다-가 만드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대화와 협상은 필수적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일기예보는 가령 주식시장의 변동이나 선거결과에 대한 예측과 기본적으로 다르다. 일기예측은 이를 가능케 하는 기압, 온도, 습도 등을 비롯한 객관적으로 측정될 수 있는 자료에 의거하고 있는데 비하여 주식변동이나 선거는 예측의 '대상'인 동시에 이에 대한 '주체'인 사회적 행위자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 행위주체들은 어떤 '예측'을 접하면서 경우에 따라 자신들의 행동양식도 달리 할 수 있다. 가령 어떤 은행이 곧 망한다는 잘못된 예측이 나돌면 그 은행의 고객들이 앞을 다투어 예금을 인출, 결국 은행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처럼 예측이 행위주체의 어떤 행동을 적극적으로 촉진시킨다.
경우에 따라서 이와는 반대로 어떤 행동을 적극적으로 억제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을 '자아 확충적 예측(self-fulfilling prophecy)' 또는 반대로 '자아 억제적 예측(self-destroying prophercy)'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사회과학에서 이루어지는 예측의 불완전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 자연과학적 예측에서는 그 결과에 비추어 예측이 옳거나 아니면 틀리는 양가(兩價)적 기준이 통용되지만 사회과학적 예측에서는 반드시 그렇지 않고 오히려 다가(多價)적 기준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내일 선박이 출항하면 곧 파선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서 선장은 파선될 것이냐 또는 파선되지 않을 것이냐 라는 양가적인 기준자체를 애초부터 무시하고 제3의 해결책, 즉 아예 뱃길을 떠나지 않고 배를 부두에 정박시키는 결정도 내릴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오늘의 북한과 관련 지어 생각해보자.  

개혁과 남북협력  

밖으로는 핵문제 그리고 안으로는 경제난에 봉착한 북의 체제에 대한 바깥세계의 비판과 주문이 많이 있다. 되돌릴 수 없고 검증 가능한 핵포기를 국제사회에 약속하면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다거나 개혁과 개방을 하면 현재의 위기적 상황도 해결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뿐만 아니라 체제붕괴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예측아래서 체제붕괴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정치, 경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해야한다는 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면 북의 지도부가 이러한 바깥세계의 예측을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은행이 망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로 보고 있는가, 아니면 그러한 예측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움직일 수 없는 원칙으로까지 여겼던 것들을 과감히 수정 또는 폐기하면서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
먼저 계획경제에 시장의 기능과 역할을 접목시킨 2002년 7월의 경제개혁조처는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이미 전반적 경제생활의 기본적인 틀로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가령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지난 20년 넘게 추진되었던 경제개혁의 오늘의 결과와 단지 수평적으로 대비시켜보고 북의 경제개혁의 속도가 더디다거나 또 그 폭이 좁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물론 개혁이나 개방 자체를 외부세계가 바라는 체제붕괴의 길을 열어 놓을 수 있는 '트로이의 목마'처럼 보는 시각이 북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분명 위에서 지적한 '자아 억제적 예측'처럼 자신의 행동반경을 스스로 제한할 수 있다.
경제개혁에는 부정적 현상- 특히 빈부격차나 부정-도 뒤따르기 마련이다. 중국의 경제개혁이 안고있는 심각한 문제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부정적 현상에도 불구하고 북은 경제개혁을 위한 관계체계를 지난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세워 왔다.

북이 경제개혁을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양가적인 질문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경제개혁이 중국이나 베트남과는 여러 가지로 다른 사회적 구조를 가진 북에서 그의 우선 순위나 방법에 있어서 중국이나 베트남의 그 것과는 꼭 같을 수 없다. 그 동안 많은 제약을 받고있었던 남북의 경제교류와 협력분야도 개성공단이 보여주는 것처럼 많은 진전을 보이고 있고 남북교역은 이제 북의 전체 대외교역분야에서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남과 북의 경제교류와 협력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북의 경제개혁을 양과 질적인 면에서 지원해주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재 구축중인 남북의 경제관계체제는 북의 변화를 보다 더 예측 확실한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


이란·이라크 '타산지석'

이러한 남북간의 교류와 협력에서 민간주도가 본질적으로 바람직하다. 그러나 남북간의 특수한 현실은 중대한 정치적 결단을 자주 요구하기 때문에 당국간의 대화도 동시에 진행되어야한다. 그러나 이러한 당국간의 대화가 현재 부딪히는 장애는 이른바 '민족 공조'인가, 아니면 '한-미-일 공조'인가 라는 문제다.

이러한 양자택일적인 문제상황의 중심에 놓여 있는 것이 바로 북의 핵문제다. 북핵문제는 북미 쌍방이 핵포기와 체제보장을 동시에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나 6자회담의 테두리 안에서 북미간의 협상결과를 국제적으로 추인(追認)하고 이의 실현을 보장하는 문제가 아직 답보 상황에 있다. 이는 북미간에 여전히 상호불신의 골이 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 남쪽의 역할이 '중재자'의 그것이냐, 아니면 '당사자'의 그것이냐 라는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일고 있으나 이는 문제를 너무 단순하게 보고 있다. 중재자가 곧 '방관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또 문제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당사자로서 미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어정쩡한 태도로 문제해결에 임해서는 안된다. 북핵문제의 해결이 군사적 방법에 의거한다면 이의 최대의 피해자가 결국 우리 민족전체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에서 당사자로서, 또 바로 그 때문에 미국에 대해서 보다 더 분명하게 북미간의 중재자로서의 활동공간을 적극적으로 확보해야한다.

중재자와 당사자로서의 특별한 위치를 적극적으로 살려야만 남북간 그리고 북미간의 긴장완화를 직접 연결시킬 수 있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이러한 중재자와 당사자로서의 특별한 위상과 역할을 강하게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이라크에 이어 이란에 대한 군사적 해결까지도 모색하는 부시행정부의 제2기의 대외정책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이다. 이라크전쟁에 대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연합은 이러한 새로운 모험에 대하여 즉각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현재 북핵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있는 중국의 위상은 유럽연합이 중동에서 차지하고 있는 그 것과 비교해보면 훨씬 직접적이다. 이러한 중국은 현재 미국의 북핵문제의 군사적 해결에 강한 제동을 걸고있으며 또 중국과 국경을 나누고 있는 북의 체제가 급속히 위기에 빠진다면 이에 대해서도 어떤 형식이든지 곧 개입할 것이다.

바로 여기에 북의 체제붕괴가 자동적으로 북이 남에 흡수되는 통일로 연결될 것으로 결론짓는 예측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독일식 통일이 이루어지지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분단체제로-그것도 엄청난 혼란과 희생 속에서-이어질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고 할 수 있다.  

동북아 공동체 시험대

이제 이러한 예측이 우리 스스로를 더욱 움츠리게 만드는 '자아 억제적'인 것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어떤 형태의 분단지속의 가능성도 미리 차단하기 위한 상생의 남북관계체제를 확립하고 또 이를 공고히 다지는 '자아 확충적'인 예측이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국과 일본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해서 움직이고 있는 동북아의 질서 속에서 남북이 함께 균형과 중심을 잡으면서 새로운 동북아공동체의 기조를 다질 수 있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우리에게는 그러나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더욱 불행한 것은 아직도 과거의 냉전적 사고 틀 속에 갇혀 한치도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지 않는 세력이 우리 주위에 아직도 엄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답답한 현실이 그저 계몽의 작업으로 해결되겠느냐고 자주 되묻지만 이밖에 또 다른 해결책이 있겠는가. 이 계몽의 작업을 지금까지 보다 더 활발하게 시민사회운동이 밀고 나간다면 해방 60년, 분단 60년인 올해를 민족화해와 통일의 과정에 있어서 뜻 깊은 전기로 만들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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