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열 냉방, 건조 장치

태양열을 이용하면 냉방과 건조도 할 수 있다. 냉방도 난방과 마찬가지로 에너지를 이용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태양에너지를 지혜롭게 이용하기만 하면 냉방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냉방장치를 설비하기 전에 건물을 설계하고 시공할 때 냉방 에너지를 가능한 한 적게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이런 경우에는 냉방장치가 거의 필요없을 터인데, 그 다음에도 냉방이 필요하면 작은 규모의 냉방장치를 설비하게 될 것이고, 냉방에 들어가는 에너지도 아주 적게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태양열 냉방에는 흡수식과 흡착식 두가지가 있다. 흡수식은 보통의 에어컨과 비슷한 방식으로 움직인다. 다른 점이라면 에어컨에서는 냉매를 콤프레서를 이용해서 기계적으로 압축했다가 팽창을 통해 증발시켜서 온도를 떨어뜨리지만, 흡수식 냉방장치에는 이러한 압축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냉방장치에는 대부분 냉매가 있는데, 흡수식에서는 보통 물-브롬화리튬 혼합용액 속의 물 또는 암모니아-물 혼합용액 속의 암모니아를 냉매로 사용한다. 물-브롬화리튬 용액을 사용하는 경우 물은 태양열에 의해 용액으로부터 빠져나와 증발된 다음 응축기로 들어가고 여기서 섭씨 27도 정도에서 응축된다. 이 물은 밸브를 통해서 거의 진공으로 유지되는 장치 속으로 전달되는데, 이곳에서 곧바로 증발하여 수증기가 된다. 진공 속에서는 물이 아주 낮은 온도에서도 끓기 때문이다. 이때 물이 주변의 온도를 빼앗아가서 온도가 섭씨 7도 정도로 낮아진다. 흡수식 에어컨은 이렇게 해서 낮아진 온도를 이용해서 냉방을 하는 것이다. 냉방을 유지하려면 물을 계속 증발시키면서 온도를 낮게 유지해야 한다. 이는 증발한 수증기를 계속 제거해야만 가능한데, 브롬화리튬이 수증기를 잘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바로 이러한 수증기 제거 기능을 한다. 그후 물과 브롬화리튬 혼합용액에서 태양열에 의해 물이 증발하여 응축되고 진공 속에서 증발하는 과정이 되풀이 됨으로써 냉방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진다. 흡수식 냉방장치는 한국에는 거의 없지만 외국에서는 조금씩 보급되고 있다. 독일의 연방의회 건물도 이러한 방식으로 냉방을 하고 있다.

흡착식 냉방장치는 개발은 되어 있지만 설치된 것이 거의 없다. 아직 상용화가 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흡착식은 흡수식보다 작은 규모로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대량으로 생산만 되면 널리 보급될 가능성은 흡수식보다 더 크다. 흡착식은 흡수식과 달리 냉매를 이용하지 않고 고체 흡착제를 이용한다. 흡착제는 공기 중의 수분을 빨아들이는 성질을 가진 것으로 보통 실리카겔을 이용한다. 여름철에 수분을 함유한 공기가 실리카겔을 통과하면 수분이 제거되면서 약간 온도가 올라가고 건조해진다. 이 공기에 가는 물방울을 분무해주면 물방울이 증발하면서 온도가 떨어지는데, 흡착식 냉방장치에서는 이 시원한 공기를 방안으로 투입해서 냉방을 한다. 실리카겔은 수분을 많이 빨아들이면 포화상태가 되어 흡착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흡착력이 유지되도록 해주지 않으면 냉방기능은 얼마 안가서 사라지고 만다. 흡착력을 유지하려면 포화상태의 실리카겔에 뜨거운 열기를 불어넣어서 계속 재생해주어야 한다. 이 재생역할을 태양열 집열판이 담당한다. 집열판 속에서 뜨거워진 공기를 실리카겔에 통과시킴으로써 실리카겔이 흡착력을 계속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흡착식 냉방은 냉장으로 확대될 수 있다. 흡착제로 수분흡착력이 좀더 강력한 제올라이트를 사용하고, 제올라이트를 재생하기 위해서는 높은 온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파라볼 태양조리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소형 냉장고의 온도를 섭씨 4도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소형 태양열 냉장고는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아프리카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특히 병원에서 의약품을 저온으로 저장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제올라이트를 이용한 냉장고는 다음과 같은 방식에 따라 작동된다. 먼저 냉장고 뚜껑에 약간의 물을 넣고 수동 진공펌프를 이용해서 냉장고 뚜껑을 진공으로 만든다. 그후 여기에 제올라이트 용기를 연결한다. 그러면 진공 속에서 끓어나오는 수증기가 제올라이트에 흡착되는 일이 제올라이트가 포화될 때까지 계속된다. 이렇게 물의 기화가 일어나는 과정 동안 뚜껑 속의 온도는 섭씨 0도 정도로 유지되고 그 아래 냉장실의 온도는 섭씨 4도로 유지된다. 제올라이트가 포화되면 새로운 제올라이트 용기를 뚜껑에 연결시키고, 포화된 제올라이트가 들어있는 용기는 파라볼 태양조리기로 섭씨 250도의 온도에서 재생한다. 이러한 냉장고는 이미 실험용이 개발되어서 보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