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놀이만 하던 아이가 ‘영재’되기까지…
배정자·주부
중3인 둘째 윤이는 경기도 토평고에 수석 입학했다. 현재는 경기도 과학 영재 과학반(심화반)에 다니고 있다.
윤이는 초등학교 전까지는 한글을 전혀 몰라 입학 무렵부터 매일 한글을 가르쳤다. 하지만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단지 인형놀이를 무척 좋아했다. 매일 아침마다 인형들을 세수시키고 머리를 빗겨주고 화장을 해주고 옷을 입혀주며 3~4시간씩 놀이에 몰두했다. 나중에는 인형이 자기를 보고 웃는다고 해 병원에 가보기까지 했다. 병원에선 한 가지 일에 깊이 몰입하다 보면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데, 집중력을 키우는 좋은 놀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때는 특히 미술시간을 좋아해 인형놀이할 때처럼 그림 그리는 데 빠져들기 시작했다. 몇 시간씩 지치지도 않고 그림을 그렸다. 초등학교 3~4학년 때는 그림을 그리면서 집에서 영어, 수학을 시작했다. 다른 친구들이 학원 가는 시간에 우리는 저녁을 일찍 먹고 마을 도서관에서 7시부터 10시까지 수학공부를 했다. 10시에 집에 와서는 1시간 동안 영어공부를 했다.
나는 서점에 가서 수학에 관한 책을 여러 번 읽어 본 다음 그 중에서 아이에게 적합한 책 한 권을 선택했다. 그 책을 다섯 번 정도 정독하고 나서 어떤 방법으로 아이에게 수학공부를 시켜야 되는지 알게 됐다. 수학공부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은 따로 적어 책상에 붙여주고 공부할 때 참고하도록 했다. 공부하다가 막히는 게 있으면 내가 설명해 주기보다는 책 몇 페이지에 도움말이 있으니 직접 책을 살펴보라고 했다.
다른 공부도 같은 방법으로 했다.
윤이는 도서관 여학생실에서 공부를 하고, 엄마는 성인실에서 책을 읽었다. 책을 읽다가 감동적인 장면이 나오면 학생실로 달려가서 공부 잘하고 있는 아이를 불러내 그 책을 보여주었다. 도서관을 오며 가며 엄마가 읽은 책 중에서 감명받은 책을 이야기해주면 아이는 무척 감동스러워했다. 아이는 내가 끝까지 읽었던 책을 도서관에서 다시 빌려다가 읽었다. 때로는 아이 수준에 어려운 책이 있었지만 끝까지 책을 포기하지 않고 읽는 모습에 내가 감동받기도 했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아이가 하고 싶었던 것을 마음대로 하도록 도와주고 마음껏 놀게 해주는 것이 사고력과 집중력을 길러주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