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28.
“그들이 여리고에서 떠나 갈 때에 큰 무리가 예수를 따르더라” (마20:29). 큰 무리는 대단한 영향력이 있다. 애굽의 바로가 노예였던 히브리족의 번성을 우려했듯이, 내가 속하지 않은 그룹의 숫자가 크면 절대권력자라도 긴장한다. 사람들도 혼자가 아니라 무리 가운데 있을 때 힘을 얻고 용기를 낸다. 큰 무리가 예수님을 따르고 있으니 제자들도 힘을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수님은 한때 환호하지만 쉽게 선동되어 ‘십자가에 못박으라’ 외치는 무리의 허상을 알고 계셨다. 고난과 죽음의 십자가를 향해 걸으시는 길에 결국 혼자가 될 것인데, 그 절대 고독을 이해하고 동지가 되어 줄 사람이 없다는 것도 아셨다. 그래도 괜찮았다. 소명을 따르는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걸어야 할 길, 도움이 없어도 가야 할 길이기 때문이다.
내가 혼자가 아니라 공동체에 속해 있고 뜻을 함께 품은 동지가 있다는 것은 기쁘고 감사한 일이지만, 우리의 소명은 무리를 벗어나 혼자가 되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벗어나 혼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무리 가운데 있어도 혼자임을 잊지 않고 오직 주님을 바라보고 변함없이 내 길을 걷는 것이다. 무리에게서 힘을 얻을 이유도 없고, 혼자라고 해서 힘이 빠질 이유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