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석유 전쟁


1992년부터 2002년까지 10년간 중국의 석유 소비는 거의 2배 증가했고, 이에 따라 중국은 2002년에 일본을 제치고 미국 다음의 석유 소비국이 되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경우 중국은 2010년 경에 전세계 석유의 15%를 소비하고 그 중 60%를 수입하게 된다. 중국은 몇 년 전부터 자전거를 버리고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를 채택했다. 이로 인해 자동차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석유소비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만일 13억의 중국인이 미국이나 한국처럼 집집마다 한 대의 자동차를 소유하게 되면, 중국은 현재 연간 270억 배럴의 전세계 석유생산량을 모두 가져가도 수요를 조달하기 어려운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중국은 원래 석유 수출국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빠르게 산업화되고 성장함에 따라 1993년부터 석유수입국이 되었다. 석유 소비와 수입도 연간 10%에 가까운 경제성장에 맞추어서 증가해왔다. 2002년부터는 세계 2위의 석유 수입국이 되었다. 그런데 중국은 한국이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모자라는 석유를 대부분 중동으로부터 들여온다. 이로 인해 중동에서 동아시아 3국으로 가는 유조선의 수가 급증했다. 이들 유조선이 동아시아로 오려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사이의 말래카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말래카 해협은 그다지 넓지 않다. 어떤 곳은 유조선 두척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곳도 있다. 해협이 전쟁이나 다른 이유로 폐쇄되면 동아시아에서는 석유가 제때에 도착하지 않아 그야말로 극심한 석유파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말래카해협


말래카 해협은 해적이 출몰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해적과 말레이시아 군대와의 싸움에서 해적선이나 유조선이 가라앉으면 해협이 막히거나 좁아지는 일이 발생한다. 해협이 좁아지면 유조선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해협을 지나갈 수 있다. 이때도 석유가 제때에 도착하지 않아 석유부족과 석유파동이 일어날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말래카 해협에서 해적이 나타나거나 선박 충돌로 배가 다니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는 것을 가상하여 이를 대비한 시나리오까지 준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말래카 해협만이 중국의 석유 수입에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니다. 중국이 중동 석유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 자체도 문제다. 중동 석유는 주로 미국 회사가 장악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까지 점령했으니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다. 만일 미국과 중국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면 중국이 중동 석유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석유 소비는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중국으로서는 엄청난 타격을 입는 셈이다. 그래서 중국은 석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작업을 다방면에서 벌이고 있다. 러시아와는 시베리아 석유를 직접 공급해줄 송유관 건설 협상을 벌이고 있고, 카스피해 석유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석유공사는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카스피해 연안국 카자흐스탄에 진출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가자흐스탄을 지나 중국까지 오는 송유관도 건설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를 그냥 지켜만 보지는 않는다.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구실로 미국은 우즈베키스탄에 군대를 주둔시켰는데 아직까지도 철수하지 않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고 카스피해 주변에서 미국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이다.

석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 중국석유공사는 세계 곳곳에 진출하고 있다. 아프리카나 남미에서 직접투자나 합작 형태로 석유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노력이 활발해질수록 미국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회사들도 세계 곳곳에서 활동한다. 그렇다면 중국석유공사가 활동을 공격적으로 하면 할수록 미국회사와 미국의 이익에 걸림돌이 될 터인데, 이들이 가만히 보고만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석유왕 록펠러는 자신을 세계 최고의 부자로 만들어준 석유를 ‘악마의 눈물’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석유 때문에 일어나는 각종 분쟁이 그의 말을 실감나게 만드는 것 같다. 앞으로도 이 ‘눈물’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려야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