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에너지를 난방.온수에 이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술은 전기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기술보다 훨씬 간단하다. 이러한 장치는 보통 태양열 장치(solarthermal facility)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태양열을 붙잡아두는 집열장치(collector)다. 집열장치는 말 그대로 태양으로부터 오는 에너지를 열로 바꾸어 모아두는 장치로, 아주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다. 집열장치도 여러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핵심 부분은 빛을 흡수하는 장치인데, 모든 집열장치에는 흡수장치(absorber)가 반드시 들어 있다. 집열장치 중에서 가장 널리 퍼진 것은 평판형 집열장치(집열판)이다. 이것은 빛을 투과하는 윗부분의 투명판(유리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이 빛을 빨아들이는 내부의 흡수장치를 덮고 있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빛이 들어오면 그 속에서 온실효과가 일어나서 뜨거운 열이 생성된다. 집열판의 아랫부분과 옆 부분은 열 손실을 가능한 한 줄이기 위해 두터운 단열재로 둘러싼다
평판형 집열판 구조
평판형 집열판
집열판 내부의 온실효과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서 일어난다. 우선 투명층을 통과한 빛 - 직광 또는 간접광 - 이 내부의 흡수판에 부딪치면 빛의 일부는 흡수되고 일부는 반사된다. 빛의 흡수율은 흡수판의 색이나 표면 구조에 따라 달라지는데, 색이 어둡고 표면에 미세하게 굴곡이 있으면 흡수율이 높아진다. 밝고 매끄러운 표면은 빛을 많이 반사하기 때문이다. 반사된 빛은 밖으로 빠져나가지만, 흡수된 빛은 유리나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투명층을 통과하지 못하는 열선인 적외선으로 바뀐다. 외부에서 빛이 계속해서 집열판으로 들어와서 흡수되어 적외선으로 변환되면 이것은 빠져나가지 못하고 내부에는 계속 에너지가 축적되게 되므로, 집열판 내부는 점점 더 뜨거워져서 온실효과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때 집열판 내부에서 얻어질 수 있는 흡수장치의 온도는 섭씨 약 200도에 달하고, 그 속을 흐르는 열매체의 온도는 90도 이상 올라갈 수 있다.
집열판으로 들어온 빛에너지의 양과 집열판 속에서 빛이 변환되어서 축적되는 열의 양 사이의 비례관계는 집열판의 효율로 나타난다. 집열판의 효율이 높을수록 집열판으로 들어오는 전체 빛 중에서 열로 변환되는 빛의 비율이 높다. 집열판 속에는 보통 열매체가 흐르는데, 흡수장치에 축적된 열은 열매체로 전해지고 열매체는 열교환기 속으로 통과하면서 난방용이나 온수용 물을 가열한다. 그러므로 집열판이 제대로 작동하여 난방열이나 온수생산이 잘 이루어지려면, 흡수장치가 가능한 한 많은 양의 열을 흡수할 수 있고 또한 이 열을 열매체로 전해주는 능력(열전도율)이 뛰어나야 한다.
흡수장치로부터 열을 전해받는 열매체로는 여러 가지 재료가 사용될 수 있다. 열매체로는 일반적으로 액체가 사용되는데, 이것은 열흡수능력(열용량)과 끓는점이 높고, 반면에 어는점은 낮아야 한다. 온도가 높이 올라가도 끓지 않고 추운 겨울에도 얼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지역에서는 보통 물을 열매체로 사용하기도 한다. 열매체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것은 에틸렌글리콜이나 프로필렌글리콜 같은 부동액이 첨가된 물이다. 이러한 열매체는 축열조로 전달되어서 그곳에 담겨 있는 물을 가열하고 다시 흡수장치로 되돌아온다. 이 과정을 통해서 열교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축열조에서 가열된 물은 최종적으로 난방용이나 온수용으로 이용된다.
흡수장치는 여러가지 방식으로 구성될 수 있다. 보통의 평판형 집열판 흡수장치는 짙은색 막이 씌워진 금속판(알루미늄, 구리, 또는 강철)에 열매체가 흘러가는 관이 부착된 형태를 하고 있다. 이 짙은색 금속 흡수판은 빛을 가능한 한 많이 흡수하고, 이것을 열로 변환하고, 이 열을 붙잡아두었다가 판 위에 부착된 열매체에 전달하는 작용을 잘 해야 한다. 판의 막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것으로는 검은색 특수 도료, 검은색 크롬막, 이산화티탄 박막 등이 있다. 도료를 분무하여 금속판에 입히는 것은 가장 간단한 방식인데, 다른 막에 비해서 효율이 떨어지고 수명이 길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집열판의 수명은 최소 20년은 되어야 한다. 지붕이나 벽에 부착한 후 20년은 그 상태로 유지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도료를 분무하여 흡수판을 만들 경우에는 20년이 되기 전에 막이 강한 햇빛에 손상되어 성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도료를 입혔을 경우에는 흡수판의 온도가 섭씨 130도를 넘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검은색 크롬은 도금을 통해서 금속판에 씌운다. 도금을 하여 단단히 부착하기 때문에 수명은 반영구적이다. 효율도 도료를 입힌 것보다 훨씬 높다. 도료의 경우 들어온 빛의 95%를 흡수하지만 80%를 다시 방출하여 흡수율이 15%밖에 안된다. 그러나 검은 크롬은 95%를 흡수하고 12%만 방출하기 때문에 흡수율이 85%이다. 이산화티탄 같은 선택적 코팅제는 진공증착 등의 방식으로 씌우는데, 이 방식은 도금보다 환경친화적이고 에너지도 적게 필요하다. 게다가 빛의 흡수율이 95%에 달한다. 수영장용으로 쓰이는 집열판의 경우는 검은색으로 된 플라스틱관이 흡수장치로 사용된다.
흡열판 코팅 종류
집열판을 둘러싼 아래와 옆의 부분은 흡수장치를 외부의 풍화작용으로부터 보호하고 흡수장치로부터의 열 방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단열성이 뛰어난 재료를 사용한다. 보통 건축 단열재로 사용하는 스티로폼은 햇빛이나 열에 약하기 때문에, 집열판에는 섭씨 160도까지도 견디는 5-8센티미터 두께의 암면, 유리면 또는 폴리우레탄폼을 사용한다. 집열판에서 햇빛을 통과시키는 투명덮개는 풍화작용에 강하고, 가능한 한 많은 햇빛을 통과시키면서 적외선의 방출은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재료로는 유리나 플라스틱이 적당한데, 이것들을 이중으로 붙여서 사용하기도 하고 유리판에 열에 강한 플라스틱 막을 씌운 것을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효율을 더 높이기 위해서 반사방지 유리를 사용하기도 한다.
집열판의 흡수장치가 햇빛을 열로 변환하는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이 효율이 집열판 전체의 효율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집열판 전체에서 어떤 형태로든 열손실이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열손실은 대류, 열전도, 열복사의 형태로 일어난다. 대류는 뜨거워진 흡수판 위에서 이것과 똑같이 뜨거워진 공기가 위로 올라가면서 차가운 공기를 밑으로 밀어내리는 것을 말하는데, 이 차가운 공기가 흡수판과 접촉하면 열의 일부를 빼앗고 이것을 밖으로 내보낸다. 열전도를 통한 손실은 집열판 속의 공기나 밖으로 이어진 관을 통해서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말한다. 열전도는 진공 속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단열을 하면 대부분 막을 수 있다. 집열판은 아래와 옆은 단열을 충분히 하지만 위의 유리는 단열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열전도로 인한 손실은 대부분 유리를 통해서 일어난다. 집열판 속의 흡수장치도 뜨거워지면 열을 복사한다. 복사는 뜨거운 물체의 경우에는 무엇이든 일어나기 때문에, 흡수판에서도 복사가 일어난다. 선택적 코팅은 열 복사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코팅은 들어오는 광선과 나가는 열선의 파장이 다르다는 점을 이용한 것인데, 즉 이 경우 짧은 파장의 광선은 흡수하고 긴 파장의 열선은 내뿜지 않는 것이다.
집열판 중에서 열손실이 가장 적게 일어나는 것은 진공관형 집열판이다. 진공관형 집열판에서는 대류나 열전도로 인한 손실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흡수장치가 진공 속에 놓여 있기 때문에, 공기로 인한 대류나 열전도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열복사로 인한 손실만 일어날 뿐이다. 진공관형 집열판은 빛 흡수판과 열매체관이 담긴 진공관이 여러개 합쳐져서 이루어진다. 진공광 집열판에서는 유리로 된 진공관이 흡수판을 보호해주고 열매체관과 진공관이 접촉하는 끝부분에서만 아주 적은 열손실이 일어나기 때문에, 다른 단열재료를 가지고 집열판을 싸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진공관형 집열판은 제작비용이 많이 들고, 따라서 가격이 평판형 집열판에 비해 비싸다는 흠이 있다. 또한 흡수판이 하나하나의 진공관 속에 들어 있어 설치면적 대비 흡수판 면적이 평판형 집열판에 비해 크게 줄어든다는 단점도 있다. 평판형의 경우는 흡수판의 면적이 집열판 전체 면적의 85% 이상을 차지하지만, 진공관형에서는 60% 정도밖에 안된다. 진공관형에서는 빛의 변환효율은 높지만 흡수할 수 있는 면적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진공관형 집열판의 제작방식도 진공관 속에 흡수판을 어떤 방식으로 집어넣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뉜다. 진공으로 만든 유리관 속에 흡수관을 집어넣는 방식, 보온병처럼 U자 형의 이중유리를 진공으로 만들고 그 속에 흡수판을 넣는 방식 등이 있다. 진공 유리관 속에 흡수판을 넣는 경우는 흡수판과 유리관의 연결부위를 완전히 밀봉하지 않으면 유리관 속으로 공기가 들어가서 집열판의 효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U자형 이중 유리관은 빛이 두장의 유리를 통과하기 때문에 투과율이 약간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유리가 깨지지 않는 한은 진공이 손상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진공 유리관 아래쪽에 파라볼 반사판을 부착하면 아래쪽으로 내려간 빛을 반사시켜 효율을 높일 수도 있다.
진공관형 집열판
진공관형 집열판은 주위의 온도와 흡수판의 온도차가 클 때 큰 효능을 발휘한다. 대류와 열전도는 내부와 외부의 온도차가 클 때 더 활발해지기 때문에, 이때 평판형의 성능은 크게 떨어진다. 그러나 진공관형의 경우에는 대류나 열전도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성능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진공관형은 겨울에 평판형보다 효율이 두배 이상 높다. 겨울 난방용으로는 진공관형이 평판형보다 훨씬 적합한 것이다.
집열판 속에서 데워진 열매체는 축열조 속에 설치되어 있는 열교환기로 이동하여 축열조 속의 물을 가열한다. 축열조 속에서는 밑으로부터 찬물이 유입되기 때문에, 열교환기는 이 물을 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축열조 아래 부분에 설치된다. 축열조에는 햇빛이 오랫동안 비치지 않을 경우 물을 데우기 위해 가스나 석유 또는 전기를 사용하는 보조 가열장치가 설치되기도 한다. 축열조는 열손실이 가능한 한 적게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 두터운 단열재로 둘러씌운다. 축열조는 보통 부식에 강한 강철이나 특수강으로 제작한다. 그 속에는 금속에 대한 부식성이 높은 뜨거운 물이 들어 있고, 이 물 속에 또한 염소 이온과 산소 등 금속을 부식할 수 있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택의 태양열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