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와 원자력으로부터 벗어나서 재생가능 에너지로 넘어가는 것을 에너지 전환이라고 한다. 에너지 전환의 목표는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재생가능 에너지로부터 얻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앞으로 닥칠 에너지 고갈에 대비하고, 기후변화를 막자는 것이다. 화석연료와 원자력만으로 에너지를 조달하던 사람들은 재생가능 에너지로 넘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들은, 우리가 에너지를 이렇게 많이 쓰는데, 재생가능 에너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충분하다 해도, 그걸 제대로 이용할 기술이 있느냐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기술이 있다 하더라도 재생가능 에너지가 화석연료나 원자력보다 훨씬 비싸서 경제성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재생가능 에너지는 지구상에 골고루 존재한다. 태양에서 일년 동안 지구로 오는 에너지는 인류가 일년간 사용하는 에너지의 1만 5천배나 된다. 사하라 사막에는 햇빛이 아주 강하게 내리쬔다. 일년 동안 내려오는 햇빛이 제곱미터당 2100킬로와트시(kWh)에 달한다. 사하라 사막 4만 제곱킬로미터, 그러니까 가로, 세로 각각 200킬로미터(남한의 절반 정도의 면적)에 일년간 비치는 햇빛에 담겨 있는 에너지는 전세계 인류가 일년 동안 사용하는 에너지와 같다. 거기에 들어오는 햇빛의 10%만을 전기나 열로 바꾸어 쓰면 면적은 가로, 세로 각각 700 킬로미터가 된다. 재생가능 에너지원이 충분하다는 것은 부정할래야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한반도에 비치는 햇빛은 제곱미터당 연간 1300kWh 정도 된다. 사하라 사막보다는 적지만 잘만 이용하면 충분한 양의 에너지를 뽑을 수 있는 양이다. 이것은 석유로 환산하면 130리터나 된다. 한반도에는 1제곱미터의 땅에 일년에 130리터의 석유가 쏟아져 들어오는 셈이다. 남한의 면적은 99,313 제곱킬로미터이다. 그렇다면 일년에 남한 땅에 쏟아지는 석유의 양은 약 800억 배럴에 달한다. 우리가 일년동안 사용하는 석유가 거의 8억 배럴이니까, 이것의 100배도 넘는 석유가 우리 땅에서 나는 셈이다. 그러므로 이것만 잘 이용하면, 우리도 중동 같은 곳에서 석유를 들여올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도 태양 석유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재생가능 에너지원을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은 아주 많이 나와 있다. 햇빛으로 전기를 만드는 기술, 햇빛을 이용해서 열을 얻거나 냉방을 하는 기술, 바람으로 전기를 만드는 기술, 흐르는 물을 이용하는 발전기술은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지열과 바이오매스를 이용해서 전기와 난방열을 얻는 기술, 바이오매스로 가스나 기름을 만들어서 전기를 생산하고 자동차나 난방용 연료로 쓰는 기술도 개발되어서 퍼져가고 있다.
재생가능 에너지원이 풍부하게 존재하고 기술도 나와 있다면, 에너지 전환의 성공은 우리가 마음먹기에 달린 셈이 된다. 많은 국민이 화석연료의 고갈과 기후변화에 대해서 염려하는 나라에서는 이미 1990년 초부터 에너지 전환을 준비해 왔다. 대표적인 나라는 유럽의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등이다. 덴마크에서는 2003년에 전체 전기 소비의 거의 20%를 풍력발전으로 생산했고, 2030년에는 전기의 절반을 풍력전기로 공급하게 될 것이다. 독일에서는 2003년에 풍력발전만으로 전체 전기 소비의 6%를 공급했다. 이것은 원자력발전소 4개에서 생산하는 전기와 맞먹는 많은 양이다. 10년 전인 1992년에는 독일의 풍력발전은 걸음마 단계였다. 그런데 10년 안에 그렇게 크게 성장한 것이다. 발전단가도 그 동안 절반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추세로 풍력발전이 성장하면 2010년에는 독일의 풍력 전기 비율이 10%를 넘을 것이다. 2030년이면 이 비율은 25%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다. 독일, 덴마크,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지에서는 태양광을 이용하는 발전시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나무 찌꺼기를 이용하는 발전시설과 난방시설도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석유가 아니라 식물성 기름을 넣고 달리는 자동차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