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에너지들 찾는 사람들::)
강원도 홍천에 사는 박웅준(39)씨와 김문희(36)씨 부부는 아침에 해 뜨는 게 여간 반갑지 않다. 여명이 밝아오는 순간부터 지붕 에 설치한 3㎾짜리 태양광 전지판으로 무공해 에너지가 마구 흘 러들어오기 때문이다. 매순간 머나먼 곳에서 오는 태양빛으로부 터 새로운 힘을 얻는 셈이다.
전기료를 꼼꼼히 챙기고 있는 부인 김씨는 청구서조차 보내지 않 는 태양에너지로 자체 전력을 해결하고도 전기가 남아 계량기가 거꾸로 도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한다.
“작년 11월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한 뒤 지난 3월에 낸 전기료가 780원에 불과했습니다. 만만치 않은 전기료 때문에 고민할 필요 가 없어졌죠. 이 태양광 발전기가 가정에 필요한 모든 전기를 공 급해주는 셈입니다. 일조량이 많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태양광 발 전이 충분히 승산있는 사업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어요.”
이들 부부의 집은 동네에서 바람개비집으로 불린다. 지난 2001년 풍력발전기를 설치했다. 논 한가운데 설치된 풍력발전기는 동네 의 명물이 되고 있다. 이들은 30평 규모의 집과 4평 규모의 정자 를 직접 못과 망치를 들고 1년 이상을 고생하며 짓기도 했다.
박씨 부부가 이처럼 혼신의 힘으로 대안 에너지 활용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스스로의 힘으로 자립할 수 있는 생활구조 를 만들겠다는 이들의 목표에서 비롯된다. 그 첫 단계가 에너지 자립이다.
“홍천 지역의 경우 바람이 흩어지는 등 바람이 썩 좋지는 않지 만 풍력발전기로 앞으로 조성할 온실에 쓰이는 전기는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 770평 규모의 땅에 텃밭과 수생식물 군락지, 야생화 단지 등을 조성해 생활 자체를 자립할 수 있는 구조로 갈 계획입니다.” 이렇게 말한 박씨는 공급 에너 지 총량을 늘리기보다 가급적 에너지를 덜 쓰는 수요 감축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겠다고 다짐한다.
고유가 시대가 가속화하면서 박씨 부부처럼 바람이나 태양을 이 용해서 전기를 스스로 만들어 사용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희망의 생태에너지의 총아인 태양광발전은 지붕 위에 태양전지판 을 설치해 태양광을 모아 발전시킨 뒤 인버터(전류변환기)를 통 해 직류를 교류로 바꿔 가정용 전기를 공급하는 원리다. 또 농촌 에서는 바이오 가스를 직접 만드는 등 곳곳에서 에너지 전환을 위 한 작은 홀씨들이 뿌려지고 있다.
충남 홍성의 농부인 이환의(40)씨도 에너지 자립을 꿈꾸는 사람 중 하나다. 오는 9월쯤 완공할 새 집에 바이오 가스, 빗물 저장 시설, 태양광 발전 등 각종 대체 에너지 시설을 갖춰 조화로운 에너지 자립구조를 갖출 계획이다. 지붕에는 태양광 발전기를 올 리고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물로는 생태연못도 만든다. 이씨는 작 년에 약 200만원의 자재비를 들여 8t규모의 바이오 가스 시설을 설치했다. 바이오 가스는 가축의 똥, 인분, 음식물쓰레기, 풀 등 유기물질이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 메탄균에 의해 발효돼 다량의 메탄가스를 발생시키는 원리를 이용했다. 그는 이 가스장치를 새로 짓는 집으로 옮기면서 인근 축사의 축분이 자동투입되는 시 스템을 갖춰 밥짓는 것은 물론 집안의 난방까지 모두 해결할 방침 이다.
“바이오 가스 시설에서 발효가 끝난 뒤 부산물로 액체 비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중요합니다. 8t정도의 시설에서 연간 12t의 액비를 얻을 수 있지요. 비싼 자재값으로 고생하는 유기 농 농가가 많은데 바이오 가스에서 나오는 액비는 빠른 속도로 뿌리와 잎사귀에 흡수되는 등 속효성까지 갖춘 뛰어난 비료입니 다.”
이씨는 흙살림연구소의 연구원인 안선희씨, 풀무학교 전공부의 실습교사인 김교일, 양홍관씨 등과 함께 ‘손수 만드는 에너지 연구모임’을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바이오 가스 보급을 위한 순수한 열정으로 뭉친 ‘손수 만드는 에너지 연구모임’ 회원들 은 생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바이오 가스 보급을 위해 각종 공동 체나 필요로 하는 농가 등에 저렴한 비용으로 바이오 가스 시설을 설 치해주고 있다.
제주와 강화 등 바람의 양이 많은 곳에서는 개인 풍력 발전이 희 망의 대안에너지다. 말과 소가 뛰노는 제주 이시돌 목장 부근 초 원에서 전통 항아리에 무공해 콩나물을 키우고 있는 오영덕(39) 씨는 생태적 순환 질서와 조화를 이루는 삶을 지향하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몇해전 귀농한 오씨는 풍력발전기로 30평 규모의 콩나물 작업장 전기를 충당하고 있으며 향후 풍력발전기 1기를 더 설치해 집안 에서 쓰는 전기를 스스로 생산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정전이 되면 엄청난 손해가 나는 양어장쪽에서 저에게 풍력발 전기를 설치하고 싶다며 사용실태를 문의해오기도 합니다. 하지 만 문제는 설치비용입니다. 대안에너지에 목숨을 거는 소수의 사 람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풍력과 태양광 발전 등 대안에너 지를 쓸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확대돼야 합니다. 지금 센 바람으로 풍력발전기가 고장난 상태인데 기술적 차원에서도 아 쉬움이 크지요.”
오씨는 정부 지원이 대형 풍력발전분야에 집중되고 있지만 근본 적인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앞으로 개인에 대한 지원폭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강화의 한 농가에서도 풍력발전기를 활용해 밭에 물을 주고 있다 . 바람이 많이 불 때 축전기에 전기를 모았다가 쓸 수 있기 때문 에 3~4일간 바람이 안 불 때도 자체 축전기로 밭에 물을 줄 수 있다.
화훼업자인 경기도 안성시 죽림리의 이광렬(43)씨 집에는 200㎡ 넓이의 대형 태양광 집열판이 가동돼 온실에 공급하는 에너지의 30% 정도를 충당한다. 온실 옆에는 10m 높이의 풍력발전기가 돌 아간다. 풍력발전기에서 생산한 전기는 난초를 키우는 온실 외등 을 켜는 데 쓰인다.
태양열 집열판뿐만 아니라 3㎾짜리 태양광발전기도 설치돼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전기는 가정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 독립을 위해 많은 개인들이 애를 쓰고 있지만 한 국에서 태양 전기 설비는 아직 비싸다.
산업자원부는 ‘태양광 주택’을 오는 2012년까지 연차적으로 모 두 10만가구에 보급할 계획이다. 가구당 3800만원이 드는 설치비 용 중 70%선인 2600만원을 정부가 무상 지원한다. 하지만 설치가 정이 부담해야 할 1200만원 역시 부담스럽다는 지적 또한 만만치 않아 이를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에너지 위기가 닥칠 때마다 미봉책으로 내놓는 대안 에너지 정책 은 절대 실효를 거둘 수 없다. 정부와 개인, 시민단체 등 모두가 에너지 위기 해결을 위한 비전을 갖고 태양과 바람 등 부드러운 에너지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