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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나스쿨 자료실
2010.02.06 20:09

흙과 함께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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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티아고 순례길의 아침. (사진 제공 김진하)
벌써 스무 살이라니 어색하고 낯설다. 스스로 짊어질 것들이 늘어나고, 선택의 순간 앞에서 고민하고 그 선택을 삶으로 살아내야 한다는 게 조금은 골치 아프다. 하지만 내가 내 삶을 산다는 것은 참 가슴 설레는 일인 것 같다.

초등학교 졸업 후 학교를 다니지 않은 나는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살아 왔다. 모두가 중학교에 입학할 때, 교과서를 내팽개치고 산으로 들로, 곤충을 잡고 그림을 그리러 돌아다녔다. 숲의 바람 소리, 들판의 흙냄새, 그리고 나무의 푸름과 함께 자랐다. 아침마다 무거운 책가방이 아닌 괭이와 삽을 들고 밭으로 나갔다.

가족이 먹는 야채와 과일을 키우고 풍성한 텃밭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가끔씩 음악을 들으며 사진 찍으러 돌아다니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도 일상의 한 부분이다. 지금은 중등 과정 대안학교인 민들레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농사를 가르치고 있다. 교실 수업도 하고 아이들과 농장에서 일도 한다. 직접 키운 밀로 빵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요즘은 작은 양계장을 만들어 닭 10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나는 떠나는 걸 좋아한다. 친구들이 더 좋은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 경쟁할 때, 돈을 모아 혼자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처음에는 자전거 일주를 할 생각으로 마을의 집 짓는 일을 도우며 돈을 모았는데 해외로 나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스페인과 프랑스로 무작정 떠났다. 산티아고에 순례길이 있다는 것만 알고 떠난 여행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 몇 번이나 기차를 놓치고 헤매며 산티아고에 도착했던 기억이 난다.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딛고 있는 땅, 마시는 공기, 쬐고 있는 햇볕이, 눈을 감고 있어도 내가 다른 공간에 있음을 느끼게 해 줄 때면 몹시 설레 가슴의 두근거림이 멈추질 않았다. 마음을 비우려고 떠났지만 아름다움과 그리움의 편린들이 가슴 가득 채워졌다. 그 시간은 지금도 나의 일상에 따뜻한 위로가 되어 준다. 그래서 여행은 일상을 위한 건전한 일탈인 듯하다. 꿈꾸기 위해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를 새롭게 하는 것이다. 

   
▲ 여행 중 잠깐 머물렀던 마을. (사진 제공 김진하)
무난하고 적당한 성공에 비할 수 없는 행복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배운 것도 많지만 힘든 것도 그만큼 많았다. 가축을 기르는 일은 즐겁지만 매일 돌봐줘야 한다. 여기에 묶여 일한다는 게 정말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주말에 외출을 하고 싶어도 나가지 못할 때가 많다. 밤 늦게까지 일할 때도 있고, 하고 싶은 일을 공동체를 위해 포기해야 할 때도 있었다. 또래 친구를 사귀지 못해 자유로운 만큼 외로웠다. 시골이라는 환경이 주는 제약으로 불편한 것도 많았다. 지금 와서 돌아보니 그렇게 즐거움도 아쉬움도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내 나이 스무 살,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워야 할 때. 나는 어딘가에 안주할 마음도 없지만 떠나야 할 때 그곳이 어디든 흙을 떠날 마음은 없다. 사실 식물을 가꾸고 가축을 키우는 일은 힘들고 더럽고 피곤한 일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작은 텃밭이 왕국이 되고 작은 화단이 천국이 되는 것만큼 근사한 일도 없다. 계절에 따라 씨를 뿌리고 돌보며 노력한 만큼 거두어들이는 것, 싹이 트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지켜보는 즐거움이란 비할 데 없는 기쁨이자 행복이다. 당장 핸드폰 요금과 차비, 필름 인화비가 없어 고민하는 소소한 나의 일상이지만 내가 원하고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 나는 더디더라도 그게 옳다고 생각한다.

   
▲ 겨울 작물을 위해 하우스 안에서 거름을 주고 있다. (사진 제공 김진하)
감히, 내 또래 친구들에게 덧붙이고 싶은 얘기가 있다. 좋은 대학과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 이상의 경쟁을 하지 않으면 좋겠다. 그것들만이 성공이라는 빈곤한 상상력에서 벗어나면 좋겠다. 높은 곳만을 바라보는 대신 작고 소박한 것들에 관심을 갖고 그것이 주는 아름다움과 행복을 위해 살면 좋겠다. 미래가 보장된 삶이 아닌 매일 모험을 해야 하는 삶을 살면 좋겠다. 적어도 이십대에는 그랬으면 좋겠다. 안정적인 삶이나 돈보다 나의 성장과 자유를 위해 꿈꾸고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굳이 대학에 가지 않고 취업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지 않을까. 준비 없이 대학에 가고 적당히 취업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지 않은가. 준비가 덜 되었다면 천천히 가도 되지 않을까.

무난하고 적당한 성공이 얼마나 큰 행복을 줄지는 모른다. 그러나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행복은 생각보다 쉽게 얻을 수 있다. 작은 것에 만족할 수 있다면 사소한 모든 것이 즐거움이 되는 삶을 살 수 있다. 나라고 뭐 특별한 대안이나 대단한 일상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묵묵히 살다 보면 지금 하는 고민의 답, 꿈꾸는 것들에 조금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바람처럼 살겠다는 다짐을 한 적이 있다. 한곳에 머물지 않고 자유롭게 떠도는, 어디서 부는지 어디로 부는지 알 수 없지만 확실히 불고 또 느껴지는 그런 바람처럼 살겠다는 다짐을 한 적이 있다. 나의 이십대가 이 다짐처럼 바람과 같기를 바란다. 억지로 무엇을 하려 하지 않고 흙과 함께 바람이 부는 대로 매 순간 삶의 의미를 찾으며 살고 싶다.

   
▲ 여행 중 만난 친구의 기타를 빌려 잠깐 연주. (사진 제공 김진하)

김진하 님은 경남 산청 작은 시골마을 민들레 공동체에 살고 있다. 풀, 꽃, 나무를 좋아하고 흙을 만지며 산다. 농사를 짓고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민들레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땀 흘리고 일하며 흙이 주는 즐거움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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