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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노래
2008.02.03 18:02

야간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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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1931년 작품인 '야간비행'의 시작은 날이 막 저무는 시각의 풍경을 목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은 전혀 없을 것 같은 평안함으로 충만해 있다.
파비앙은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서로 만나는 남쪽 끝의 초원 파타고니아에서 우편비행기를 몰고 있었다.
그는 거리가 멀어 쉽게 만날 수 없는 곳에 존재하는 고독한 영혼들을 위한 전령이었다.
필요하다면 전해주는 편지의 내용을 읽어주기도 한다.
마치 수도원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세상을 두루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는 유랑사제처럼

주위에서는 너무 위험한 일이라고 야간비행 자체를 반대하는 소리도 많았지만
파비앙과 그의 상관 리비에르는 그 일을 멈추지 않는다.
어느날 폭풍우가 몰아친 그날 밤 파비앙으로부터 연락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리비에르는 비틀거리며 '한 인간의 생명을 희생하면서까지 우리가 이 일을 하고 있는 까닭은
도대체 무엇일까?' 라고 자문하며 비틀거린다.
하지만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긴장감과는 상관없이 폭풍우가 몰아치는 하늘에서
파비앙은 달과 별이 구름 위에서 빛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사나운 난기류가 안데스 산맥을 넘고 있었고 눈 아래 평원은 아득히 멀었다.
하지만 회오리 바람은 이미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목숨이 위급한 상황임에도 지상에서는 맛 볼 수 없는 천상의 비밀을 경험하게 된다.
'당신이 날아가는 길에는 별들이 깔려 있어요'라고 말한 아내의 말이 그때 파비앙에게 떠올랐을까?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하늘 위에서 경험한 그 고요함과 장엄한 광경들
길 잃은 자를 위해 영원히 광채를 발하며 자기 자기를 지키는 별들을 바라보며
누구도 선뜻 나서려 하지 않았던 야간비행의 선택은 그래서 결코 후회스럽지 않았다.

고요한 바다에도 폭풍우는 숨겨져 있고
파란 하늘역시 휘몰아치며 쏟아지는 폭우를 숨기고 있다.
그런 곳을 향해 가는 것은 어쩌면 자멸을 선택하는 무모한 짓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현실 앞에서도 꿈과 의지, 용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거룩한 희생이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풍요와 안정의 잊혀진 근원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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