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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내지선교

07

2003-May

생태마을의 구성원리

작성자: 무익한 종 IP ADRESS: *.183.152.96 조회 수: 4872

(Eco-village Challenges)



현재 생태마을에 대해 일반적으로 정리된 개념은 없지만, 이 글의 전개를 위해 우리는 생태마을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자 한다.
- 인간적 규모(human-scale)의 공동체
- 생활요소가 완결적으로 갖추어진 (full-featured settlement) 공동체
- 인간의 활동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공동체
- 건강한 인간성이 개발되는 공동체
- 무한한 미래로 지속가능한 공동체

이 정의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1. 인간적 규모(human-scale)의 공동체

'인간적 규모'란 공동체 안에 있는 구성원이 서로를 쉽게 알 수 있는 정도의 규모이며, 서로 긴밀히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규모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규모는 대략 500명 정도라고 현실적으로 증명되어 있다. 전형적인 산업사회라면 100명 정도로 더 낮게 판단하기도 하고, 안정적이고 조금 고립된 조건에서는 높이 잡아 1,000명 정도도 좋다고 한다.

예를 들어, 세계의 모든 의회나 입법기관들은 500명 이하의 규모이다. 그리고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몬드라곤 협동조합과 기타 단체들도 한 부서가 500명 이상으로 커지면 지나치게 관료화되거나 파벌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인류학자들도 안정된 마을은 보통 500명이 넘지 않는 다는 것을 확인했다.

현대사회의 혼란과 문제를 극복하고자 시도하고 있는 덴마크의 공동주거운동 그룹들도 30개의 주택이나, 75명 정도의 인구규모가 친밀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한계규모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생태마을의 규모에 대해 최상의 한계가 어느 정도라고 규정할 수는 없지만, 500명 미만의 '인간적 규모'의 중요성은 강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동체를 찾아서>, 한국불교환경교육원, 1997, 'A report for Gaia Trust by Context Institute'에서 1991년에 발간한 『Eco-Village and Sustainable Communities』중에서 「Eco-village Challenges」를 번역한 글이다.

생태마을의 구성원리

2. 생활요소가 완결적으로 갖추어진 (full-featured settlement) 공동체

생활요소가 완결적으로 구비된 거주지란 주거, 노동, 생활, 사업활동 등 일상적인 생활의 모든 부분이 균형 잡힌 비율로 통합되어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산업화된 사회의 대부분의 거주지는 도시(대도시, 중소도시)와 지방으로 구분된다. 그 지역은 다시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단지역 등으로 나뉜다. 그러나 이것이 모두 포함된 지역은 대개 인간적인 규모이기에는 너무 크다.
생태마을, 생태공동체의 개념은 이 거대한 규모의 기능과 특수성을 인간적 규모에 맞게 재구조화하여 생태마을을 하나의 소우주화된 사회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생태마을이 자족적이어야 한다거나 주변사회로부터 고립되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특히 고용의 측면이다. 이상적으로 볼 때 생태마을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일자리를 갖게 되어 완전한 고용이 이루어 져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생태마을의 밖에서 일을 할 수도 있고 또는 마을 밖의 사람에게 공동체의일을 맡길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병원이나 공항 등은 생태마을 안에 만들기 어려운 특수한 일이다. 그러나 몬드라곤 협동조합이 성공적으로 보여준 것처럼, 마을간의 분배와 조정으로 큰기구와 작은 기구가 서로 네트워크를 통해 노동의 고용을 해결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생태마을이나 지속가능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내부에서 고용을 비롯하여 다양한 생활의 영역이 완결적이 되도록 계획되어야 한다.

덴마크 공동주거운동이 증명하듯이 '다양성'과 '충만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최소 15가구나 40명정도가 있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숫자를 정밀하게 규정하지는 않겠지만, 사람들이 서로 알 수 있을 만큼 적은 규모(인간적 규모)와 다양한 활동이 적절히 실현될 수 있을 만큼 큰 (완결적으로 구비된) 생태마을 강조하고자 한다.

3. 인간의 활동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공동체

세 번째 원리는, 생태마을은 진정 '생태적(eco)'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관점은 인간과 다른 생명은 동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려 해서는 안되며, 자연 속에서 적당한 위치를 찾아 조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요한 원칙으로는 자원을 파헤쳐 한번 쓰고 영원히 버리는 산업사회의 직선적인 세계관을 버리고 물질자원을 끊임없이 순환시키는 윤회적 세계관이다. 이에 따라 생태마을은 화석연료보다는 태양열이나 풍력 등, 재생가능한 에너지자원을 사용하고, 쓰레기를 매립지나 소각로, 또는 폐수처리장으로 보내기보다는 퇴비화하여 땅으로 돌려보내며,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여 재활용하도록 하고 유독성 물질의 사용으로 인해 자연에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4. 건강한 인간성이 개발되는 공동체

네 번째 원리는, 생태마을이 결국 인간공동체이기 때문에 진정한 인간성의 회복, 건강한 인간성을 찾지 않는 공동체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건강한 인간성의 개발'이란 무엇일까? 여기서 완전한 해답을 시도하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이것을 육체적, 감정적, 심리적, 정신적인 면이 통화되어 나타난 조화된 인간성이라고만 정리하고자 한다. 건강한 개발은 개인의 삶에서 구현되어야 할 뿐아니라 공동체의 삶 전반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이 원리는 경제, 통치 및 모든 사회관계속에 일관되게 녹아들어야 할 요소이다.

5. 무한한 미래로 지속가능한 공동체

'지속가능성의 원칙'이라고 달리 표현될 수 있는 마지막 원리는 생태마을의 개념에 정직성을 요구한다. 이것이 없으면,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모든 것이 갖춰진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공동체외부 사회가 축적해놓은 자본에 의존하는 것이며, 외부의 반환경적 활동에 의존한 생활이며, 또한 구성원의 유년기나 장년기를 책임지지 않고 외부사회에 맡기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간과하고 인간적 규모의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쉬울지 모르지만, 주의해야한다. 이러한 맹점이 계획공동체안에 많이 나타난다. 그러나 실제 모두 상호의존적이고 인간적 규모의 공동체가 완전하게 구비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이라는 원리는 오늘의 세계와 인간과 생명, 그리고 모든 미래의 삶에 공정함과 비착취적인 삶의 양식을 보장한다.

지속가능한 공동체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중요한 요소를 강조하고자 한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생태마을이나 생태마을군과 그들간 네트워크 또는 비지리학적 의미의 공동체를 비롯한 넓은 의미로 적용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 요소는 인간적 규모와 다양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과 통합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생태마을은 인간의 생활권역이 될 수 있는 작은 농촌마을이나, 도시마을 혹은 교외 의 마을 등에 독자적인 장소가 되어야 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도시는 생태마을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생태마을로 이루어진 도시는 지속가능한 공동체가 될 수 있다. 또한 생태마을에서 벌였던 사업은 비록 생태마을이 아니더라도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이 글의 주된 초점은 생태마을에 대한 것이지만, 단지 생태마을에 관한 지침으로서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공동체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다. 또한 지속가능한 공동체사회에서의 기제들은 생태마을을 위해서도 좋은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생태마을과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구분하기도 한다.

과거로 회귀가 아닌 미래로의 진전을 위해

'생태마을이 그렇게 좋은 생각이라면 사람들은 왜 그 안에 살지 않는가?'
이 질문은 이 글의 취지와 생태마을 운동 전체의 중심에 놓인 과제이다.
실제 지구의 많은 비율의 사람들이 생태적으로 완결적인 마을에서 그렇게 살고 있다. 생태마을의 가장 좋은 모델은 전통적인 농촌마을이다. 자연과 상호간의 조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결국 전통적인 생활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
전통적인 마을에서 얻을 수 있는 많은 점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생태마을을 완전히 실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소수의 사람들은 이러한 마을이 건강한 인간성을 발현시킨다고 믿거나 완전히 갖추어진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일은 힘들고 평균수명인 짧으며, 개인적이 발전이나 교육의 기회가 많지 않고 (여성은 거의 없다) 생활의 다양성은 없다.

더구나 전통마을에서는 낮은 인구밀도로 인해 자연환경은 잘 보존되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세계의 전통적 마을사람들은 주로 3가지의 농업형태를 갖고 있다. 화전을 일구거나, 밭이나 천수답을 하거나 혹은 관개농업을 하는 것이다. 이중에 화전은 저인구밀도에서나 가능한 농법이다. 그러나 고인구밀도를 지탱하기 위한 관개농업은 과거 그에 기초한 문명들이 그랬던 것처럼 생태적 피해를 끼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통적인 마을은 인간 사이의 조화를 이룬 사회라고 볼 수 없다. 전통마을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대단히 가부장적이었고, 마을을 내부와 마을사이, 그리고 나라사이에 배타적이었으며 서로 증오하고 불신해온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는 전통적 마을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만,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생태마을은 명백히 탈산업사회의 현상인 것이다. 생태마을은 인류의 모든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배워 만들어 가야할 미래의 비전이지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생태마을은 다음과 같은 사회적 필요와 요구를 반영하면서 성장해 나갈 것이다.

- 새로운 생태적 압박 (이는 높은 인구밀도와 과학기술의 부산물로 인한 것이다.)

- 새로운 기법과 과학기술 (생태계의 원리에서부터 다양한 의사소통 체계로, 자원재활용을 위한 인간적 기술에서 새로운 인간조직의 형태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 의식과 깨달음의 새로운 단계 (우주에서 찍은 지구사진이 상징하는 것처럼, 거대한 우주 속의 작은 행성 위에 수억년 생명의 역사가 집약된 지구적 의식과 깨달음을 요구하는 시대이다.)

생태마을이 이러한 사회적 요구와 필요로 인해 중요성이 부각되었는데도 왜 사람들이 아직도 그 속에 살고 있지 않을까? 그에 대한 답변은 간단하다. 이러한 필요와 요구는 인류에게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그에 적응한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민한 관찰자나 시대를 앞선 개척자들은 오랫동안 지속가능한 삶의 중요성을 깨달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태마을과 그에 대한 운동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 것은 불과 20년도 채 안된 상태이다.

그리고 실제 대부분은 겨우 몇 년밖에 안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참가할 수 있는 아직 다양한 방법들이 개발되지 못했던 것이다.
역사의 방향이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인식이 고양된 것은 불과 최근 3년간이었다. 우리는 기껏해야 지속가능한 시대를 찾기 시작한 첫 단계에 있으며, 많은 기법과 의식의 개발이 우리의 미래를 열 것이라고 기대한다.

산업사회는 갈수록 점점 지속불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지만, 수백 년간의 역사와 자본의 힘을 아직도 크게 갖고 있다. 엄청난 산업사회의 하부구조와 사회의 형태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지속적인 방법으로 사회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시도하고 개척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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