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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내지선교

24

2003-May

2) 자연농업의 원리

작성자: 무익한 종 IP ADRESS: *.111.101.51 조회 수: 4519

  2) 자연농업의 원리

      (1) 자연의 섭리에 따른다

농사를 짓는 사람의 입장에서 농업이란 과연 무엇인가? 농업은 주어진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자연을 터전으로 삼아,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유지시켜 주는 원천인 영양분을 만들어 내기 위해 행하는 숭고한 노동이다. 또한 인간이 지닌 지혜와 노동력을 햇빛, 공기, 흙, 물 등 자연조건과 조화시켜 먹거리를 생산하는 생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현들이 이룩해 놓은 자연관과 진리를 토대로 항상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 또한 자신은 물론 타인과 다른 동식물의 생존기본권을 존중, 자연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그 지역의 환경을 최대한 활용해, 후손에게 유산으로 물려주어도 부끄럽지 않은 삶의 기반을 다져 나가야 할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자신의 힘만으로는 아무 것도 만들어낼 수가 없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자기자신 조차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니며, 죽음 또한 자신의 의지에 따라 결정하지 못한다.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주장하지만, 자기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일이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자신이 섭취한 음식을 자신이 소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위장은 자율신경에 의해 움직일 뿐, 자신의 의지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다. 인간의 무분별한 욕망에 위장이 좌우된다면, 바닷물을 다 마신다 해도 욕망을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은 욕망의 한계를 알고 있으며, 스스로 건강을 지키기 위해 위장에 절제와 질서를 부여한다. 이것은 자연의 섭리이다.
자연의 운행은 인간의 지식으로 좌우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모든 생명체가 자기 역할에 충실한 가운데 남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자타일체의 진리와 조화 속에서 생명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자 길인 것이다.
그런 섭리에 따라 땅을 갈고 가축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참된 농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얄팍한 지식인 화학이나 물리학 이론에 의해 만들어진 수많은 독극물에 물든 상업주의적, 공업주의적인 농축산학은, 생명을 존중하고 자기 이외의 존재를 인정하는 가운데 더불어 살아가려는 농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2) 필요한 재료는 주변에 있다.

내가 어렸을 때 할머니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곤 했다. "자기 대소변을 삼년동안 먹지 않으면 노랑꽃이 핀다"
내가 이 말을 이해하는 데는 사십년이 넘는 세월이 필요했다. 이 말은 자신의 배설물로 재배한 그 지역의 자연야채를 삼년 이상 먹지 않으면 당뇨병이나 황달에 걸린다는 의미이다. 이런 병에 걸리면 얼굴이나 피부가 노랗게 변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에서 배운 또 한가지 사실은 자기 몸의 일부분을 태우거나 발효시켜 만든 영양분이 건강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오이에는 오이의 곁눈, 토마토에는 토마토의 곁눈으로 만든 천혜녹즙이 좋다고 말하는 까닭도 이 이야기를 근거로 실천해 보고 좋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먹거리를 생산할 때 필요한 재료는 자기 주변에 있으며, 아울러 충분히 쓸 만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각해 보라. 우리의 건강을 유지시켜 주는 음식물이란 대체 무엇인가? 설명할 필요도 없이 인간의 지식을 이용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구약성서 창세기의 한 구절을 소개해 본다.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보라, 모든 대지에 나는 씨앗 달린 풀과 열매 맺는 나무를 모두 너희에게 주리라. 그것이 너희의 양식이니라. 땅의 짐승, 하늘의 새, 땅을 기어 다니는 것 등 모든 생명있는 것에게는 온갖 청초를 먹게 하리라."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은 없으며, 태초에 각각의 씨앗이 창조의 섭리에 따라 그 나름대로 만들어진 것을 인간이나 동물이 활용한 데 불과하다. 이들은 주변에서 가장 친밀하게 접하고 아껴운 사람들이 농민이며, 그것이 농업이었다. 그래서 "農者天下之大本"인 것이다.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왔다는 점에 농민의 주권이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생활방어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깊은 산의 울창한 나무숲은 인간의 지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하물며 물리학, 화학, 생물학, 영양학 따위가 애용하는 분석의 결과는 더더욱 아니다. 이러한 학술이론은 여러 가지 현상이나 사물을 설명하고 체계화된 데 불과하다. 분석한 결과를 모아놓았을 뿐인 "무생명"의 학문이며, 결코 생명이나 자연 전체를 해명한 것은 아니다. 인간의 지식이 간섭하지 않은 토양은 세월이 거듭할수록 심층부까지 비옥해진다. 기계를 이용해 흙을 갈아엎지 않아도 뿌리는 땅 속 깊은 곳까지 뻗어갈 수 있다. 이것이 생명체가 그 지역이나 환경에 적응해 생명을 유지하는 자연의 섭리이다.

우리는 막대한 영농비와 무한에 가까운 노고를 강요하는 물리학적 사고방식의 무생명적 분석영양학이나, 상업주의적 탁상농학에 더 이상 속아야 할 이유가 없다. 자연농업은 친애의 정으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농심과 자연과의 조화를 기본으로 이루어지는 농업이다.

      (3) 과정을 즐긴다

우리는 미래를 향해 살아가고 있다. 과거의 고정관념에 얽매여 목표를 설정하면 힘만 들 뿐이다. 농민이 평생을 농사일에 매달린다 해도 불과 40~50회의 경험을 쌓는 데 불과하다. 이 경험들조차도 동일한 환경과 조건하에서 얻어진 것들은 없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늘 새로운 모습으로 동식물과 함께 미래를 열어가며, 상부상조·공존공영하는 자연의 큰 흐름을 따르는 데 참된 농민의 길이 있다. 결과 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 농작물은 생장과정에서 계절의 영향을 받아가며 그 씨앗나름대로 타고난 특성을 충분히 살려 결실을 맺는다. 근대 농축업은 목표만을 앞세운 나머지, 이러한 섭리에서 벗어나 무조건 모든 것을 틀에 끼워 맞추기 위해 허덕이고 있다.

참된 농민은 과정을 즐기고 서로 신뢰하며, 친애의 정을 갖고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데서 기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친애의 정이란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 건강하게 자라도록 지켜보아 주고 거기서 기쁨을 느끼는 마음이다. 이것이 만물의 영장이자 동식물의 어버이인 농민의 마음일 것이다.

자연농업에서는 닭을 키울 때, 부화기에서 갓 나온 병아리 때부터 딱딱한 현미를 먹이로 준다. 또 섬유질이 많은 대나무 잎을 줌으로써 장을 단련시킨다. 돼지 역시 생후 나흘째부터 풀을 먹인다. 아기돼지는 즐겁게 풀을 먹는다. 기생충이나 설사 등의 질병은 전혀 없다. 현재의 돼지사육 상식으로는 상상이 안되는 일이다. 땅도 기계로 갈지 않고 그대로 파종한다. 깊이 갈면 뿌리가 깊이 뻗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와 달리 얕게 갈면 갈수록 뿌리는 깊이 뻗어 나간다. 그와 동시에 가축이나 작물이 타고난 능력을 최대한 발휘되어, 그 일생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된다.  처음에는 열악해 보여도 자신의 존재를 자신의 힘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그 지역에서 살아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주는 일이야말로 올바른 애정의 표현일 것이다.

      (4) "0"의 위치에서 관찰한다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있어 관찰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 전에 관찰하는 주체인 자신은 누구고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으며, 무엇을 기본으로 판단력을 갖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자신이 지닌 능력의 원천은 자연 속에 존재하는 동식물과 햇빛, 공기, 물, 흙 등이다. 의지표현이나 판단능력 역시, 지구가 형성된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존재했던 자연계로부터 유형무형의 영향을 받아 생겨났다. 혼자 힘으로 만들어진 것은 단 하나도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작물의 뿌리에 대해서도 지금가지는 땅을 깊고 부드럽게 갈수록 뿌리에 좋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실제로 깊이 간 밭에서 자란 작물은 잡아당기면 쉽게 뽑히고 만다. 반면에 갈지 않고 심은 작물을 뽑으려 하면 줄기가 부러져 버린다. 어느 쪽이 뿌리가 깊이 뻗었는가? 작물에게는 어느 쪽이 좋은가? 다시 말해 지금까지 농학이나 농업기술이 상식으로 여기던 것들을 버리고, 자신을 "0"의 위치에 놓고 식물이나 동물을 볼 때만이 그 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태어난 자신을 역사 속에 현재라는 시점에 놓고 살아가려는 자세, 자신을 "0"의 위치에 놓고 상대를 존중하는 상부상조의 정신을 기본으로 할 수 있어야만 공정한 관찰이 가능해진다. 그때 비로소 농민은 물론 그가 키우는 동물과 식물, 미생물 그리고 자연자원인 빛, 공기, 물, 흙까지고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의 관찰력이나 판단도 이러한 자연과의 조화 속에 존재할 뿐, 우리가 독창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밖을 보기 전에 자기 내부를 보고, 꽃을 보기 전에 그 뿌리를 생각하며, 대상을 평가하기 전에 자신의 판단기준을 것0겄의 위치에 놓고 올바로 파악할 수 있는 자세, 그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5) 상부상조를 기본으로 한다

서로의 신뢰가 기본이다. 동식물과 인간의 관계도 자연의 섭리를 무시한 약탈과 협박이 아니라, 상부상조에 바탕을 둔 공존공영이어야 한다.  파리가 성가시면 구더기가 끓지 않도록 해야 하고, 풀 뽑기가 고생스럽다면 풀이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구더기가 생길만한 장소를 제공하고, 잡초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든 자신의 잘못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잘못과 불신이 누적될 때 농민은 고생스러워 진다. 잡초는 잡초끼리 경쟁을 시키면 뜻밖에 안정을 찾고 풀이 나지 않게 할 수도 있다. 풀은 농민을 괴롭히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도움을 주는 종류도 있다.

자라는 주체는 닭이나 돼지이고, 따라서 그것은 그들 스스로에게 맡겨두어야 한다. 이런 역할을 인간이 빼앗고 있다. 동물의 생명력을 무시하는 기계공학적인 사육방식을 택함으로써 추위에 약하고 병에 잘 걸리는 돼지를 길러낸다. 그 결과가 약물에 절어있는 축산이다. 결국 농민 스스로 그 고통을 떠 안아야 하는 것이 근대 농축산이다.

현대과학은 무엇이 잘못돼 이런 엄청난 과오를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조장하고 있는가? 이제, 막대한 생산비를 요구할 뿐 아니라 농민의 주체성을 빼앗는 근대의 기계공학적 농축산 기술에, 소멸되어 가는 농촌을 맡겨서는 안된다. 자연을 사랑하고 후손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대로 둘 수 없다. 나와 내가 사는 고장은 물론, 우리의 생명인 식량을 생산하는 농촌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힘을 합쳐야 한다. 서로 신뢰하고 사이 좋게 사는 것이 번영으로 이어지고, 번영하면 사이좋게 지낼 기구와 정신이 필요해진다. 이것이 자연농업이며 농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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