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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내지선교

07

2003-May

귀농과 생태마을 만들기

작성자: 무익한 종 IP ADRESS: *.183.152.96 조회 수: 4633




1. 농적 문명과 현대산업문명
농촌과 농업의 위기는 산업문명의 위기이다.

6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농으로 인해 이제 농촌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1995년 현재 총인구 4,479만명으로 이중 농가인구는 484만명으로 총인구수 대비 농가인구는 10.8%(90년 15.5%)에 불과할 정도로 농가인구 감소가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또한 이농은 주로 젊은 사람들 중심으로 이루어져 농촌인구의 고령화도 빠른 속도로 전개되었다. 1985년 60세 이상의 비율이 13.8%에서 94년 25.3%로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농촌인구의 고령화는 현대의학의 승리가 결코 아니라, 정부의 농촌 정책의 부재를 말할 따름이다. 이와 같은 농촌인구의 절대적 감소와 고령화는 농촌 사회의 붕괴를 가져 왔다.

이와 같은 이농으로 인한 농촌사회의 붕괴 현상은 사회, 문화, 교육,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각각의 현상으로 발현되고 있다. 15세 이상 이촌인구의 연령별 구성을 보면 15세에서 19세 사이가 65년부터 85년까지 31.0%로 제일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농촌과 농업에 투자를 하지 않고 희망을 두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청소년들이 교육을 받기 위해 도시로 떠나는 것은 농촌지역의 교육의 부실을 초래하였으며, 이렇게 희망과 관심으로부터 버려진 농촌의 청소년들은 관심과 희망으로부터 소외된 도시의 청소년들과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취학 아동의 급감으로 폐교되는 초등학교가 늘어가고 있다.

농촌인구의 고령화는 노동력의 고령화로 이어지고 이는 기계의 도입을 필연화한다.
그러나 농기계 도입은 농가의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고, 그것의 관리시스템의 부재는 농촌의 새로운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또한 식량 이외에 필요한 모든 것을 시장으로부터 구입하여 해결하고 있기 때문에 이전과 같은 생태적 순환고리는 이제 끊긴 상태이다. 또한 도시처럼 폐기물에 대한 시책도 없어 오히려 농촌의 폐기물 오염은 도시보다 어떤 측면에서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이농으로 인해 여기저기 버려진 농가가 폐가가 되어 농촌의 모습을 흉하게 만들고 있으며, 농민의 복지 욕구와 그것의 반영이라는 미명하에 농촌의 자연 조건과는 동떨어진 주택들이 들어서 농촌의 경관을 망치고 있으며, 도시 못지 않은 편의시설을 갖추고 생태계와 가계에 부담을 지우고 있다("주택과 사무실의 건축 및 운영은 세계경제의 10%를 차지한다.

그리고 똑같이 1달러의 가치를 창출한다고 할 때, 그밖의 모든 경제활동보다 7배나 많은 목재·광물·물·에너지를 사용한다. 전세계 자원의 6분의 1내지 2분의 1을 건물이 소비하고 있다. 삼림과 강의 파괴, 공기와 물의 오염, 기후의 불안정화 등 오늘날 환경피해의 큰 부분이 현대적인 건축물에 의해 유발된다. … 현대의 건물설계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와 환경을 고려하기 보다는 일시적인 소비자의 기호에 영합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니콜라스 렌센(외), [보다 나은 건축을 위하여], {지구환경보고서}, 따님, 1996).

우리는 이러한 농촌 사회의 총체적 분해와 위기는 현대산업 사회의 발전과 물질문명의 진보에 맞닿아 있기 때문에 몇몇의 정책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새로운 대안문명과 그 대안문명을 창출할 새로운 진지와 주체, 운동양식이 필요하다. 현대의 산업문명의 발달은 그 모순과 부담을 농촌과 농업, 농민, 생태계, 제3세계에 전가시키는 방식을 통해 이루어졌다. 모순을 외부로 전가시켜 성장하는 방식은 생태계와 농업, 농촌, 제3세계가 수용한계에 도달함으로써 막다른 곳에 다달았으며, 이제 그 모순들은 위기라는 형태로 발현되고 있다. 그 위기는 현대산업문명이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 아무도 보장할 수 없는 상태로 증폭되고 있다.

시멘트, 아스팔트속에서 생명은 움트지 못한다.

우리는 지금 불안하다. 물질적 풍요와 삶의 편리함, 그리고 감각적 쾌락의 추구속에서 갈수록 건강과 생존에 대한 불안과 위기는 가중되고 있다. 반자연적인 산업문명과 쓰고버리는 생활양식 속의 물질 중심주의와 생명 경시 풍조는 환경 생태계의 파괴로 인한 생존 위기의 절박성과 인간성, 공동체성의 파괴라는 사회 병리 현상으로 날로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 바 문명의 진보, 물질적 풍요가 인간의 실존적 불안에 대한 해답 제공에 실패한 가운데 모두 병들어가고 시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도시 문명, 그 화려하고 편리함 속에서 안심하고 마실 한잔의 물조차 구하기 어렵고 마음껏 숨쉴 공기조차 위태로울 뿐아니라 생명의 양식인 한그릇의 밥마저 오염되고 병들어 있다. 물질적 풍요로움과 편리함의 대가로 우리의 심신이 얼마나 병들고 황폐화 되고 있는지를 직시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와 있는 것이다. 이제는 오염된 공기가, 병든 밥이 우리의 몸을 병들게 할 뿐 아니라 우리의 정신까지 황폐화 시켜 심각한 사회 병리 현상을 낳는 원인이 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청소년 비행 문제와 음식물의 관계: 페인콜드, 버너츠 웨이츠/공기 오염과 범죄 유발 관계: 로저 매스터스 등). 아스팔트, 시멘트속에선 생명이 싹트지 못한다. 거기엔 생명의 모태인 흙이 없기 때문이다. 생명의 근원인 흙과 자연에서의 분리로 인한 불안은 불신을 낳고 그 불신으로 인한 대립, 경쟁은 삶의 의미와 목적 자체를 상실케하여 그 결과로서 자신의 존재 의의와 정체성 상실로 인한 정신 신체 질환의 유발은 결국 사회 병리 현상의 심화와 생명을 편리와 욕망을 위해 쓰고 버리는 한갖 수단과 도구로 만들어 버리게 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여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게 되는 것이다.

상생과 순환의 양식을 일구어 내어야 한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대안은 무엇인가
분명한 것은 지금 이대로의 삶은 건강하지 못할 뿐 아니라 지속가능하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에 기초한 현대 산업문명과 물질적 욕망과 편리에 바탕한 쓰고 버리는 반생태적 도시의 생활양식은 에너지와 식량, 자원 그 모두를 소모고갈 시킬뿐 아니라 폐기물의 형태로 양산함으로써 인류의 생존기반 자체를 스스로 위협하고 있으며, 이제 더이상 이 상태로는 지속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이 위기는 자연 생태계 파괴와 유한한 자원의 소모고갈 및 폐기물 양산을 기본축으로 성립되는 생산양식과 쓰고버리는 파괴적인 생활양식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없이는 극복 될 수 없는 것임은 분명하다.

결국 우리의 가치관과 생산양식과 생활양식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를 바꾸는 것, 그것이 유일한 대안인 것이다.
물질가치 중심에서 생명가치 중심으로, 대립과 분열, 그 경쟁 갈등의 구조에서 조화와 일치, 협동과 화해의 구조로, 쓰고 버리는 삶이 아니라 한 물건을 소중히 여기며 다시 쓰는 삶으로 그래서 죽임과 단절의 문명에서 상생과 순환의 문명으로 새롭게 바꾸어 내어야 하는 것이다. 곧 상생과 순환의 가치관과 그 원리가 인간과 인간간의 사회적 관계 뿐아니라 인간과 자연간의 문명적 관계에서 새롭게 정립되어야 한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자연을 약탈하는데 그 기반을 둔 반생명적이고 대립, 경쟁적인 도시산업문명의 유일한 대안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생조화하는 유기 순환적인 농적(農的)문명임은 자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농촌은 새로운 문명을 잉태하고 있는 어머니인 것이다.

그러므로 농촌으로 돌아간다 함은 도시산업문명 속에서 지치고 병든 우리의 심신을 건강하게 회복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공업적 관점에 의해 상품생산중심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여 화학비료, 농약, 비닐 등으로 죽어 가는 땅과 밥상을 살리는 길이며, 젊은이가 없어 생기를 잃고 시들어 가는 농촌에 다시 신명과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땅의 농촌, 농업이 산업사회에서의 버림받은 땅, 천시 받고 외면 당하는 천업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생명을 낳고 기르는 생명의 터전이자 생명산업으로서의 그 본래의 의미와 가치를 실현하도록 하는 것이다.

흙을 살리고, 개울을 살리며 풀벌레와 어울리는 유기 순환적인 생태질서 속에서 생명의 양식을 생산하고 함께 나누는 삶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도시와 농촌이,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울리는 새로운 대안문명, 그 상생 순환의 농적문명을 창조해 내는 것이 우리자신의 건강한 삶과 그 삶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며 우리 아이들과 겨레와 인류의 건강한 내일을 준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2. 어떤 귀농인가

날로 심화되는 도시산업 문명의 위기와 폐해 속에서 새로운 가치, 새로운 삶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반자연적인 도시에서 벗어나 농촌에서 흙과 더불어 농업적 생산양식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꾸려가려는 젊은이들이다. 따라서 농촌으로 돌아가는 것, 귀농의 의미는 단순히 농촌에 산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삶을 자연 친화적, 생태적으로 새롭게 바꾼다는 의미 곧 새로운 삶의 선택인 것이다. 그러므로 농촌에 살면서 도시에서와 똑같은 생활양식을 고집한 다면 그것은 바른 의미에서의 귀농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시멘트, 아스팔트에 적합한 삶이 아니라 흙에 적합한 삶의 양식을 추구하지 못한다면 귀농의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태적 귀농을 위하여

농촌에 돌아와 사는 삶이 가치 있고 보람된 것이어야 함은 당연하다. 귀농을 통해서 추구하는 새로운 삶이 그 의미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건강한 귀농, 생태적 귀농을 위한 조건과 내용은 무엇인가.
농촌에서 튼튼히 뿌리내리며 살아가기 위해선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할 것이다. 우선 농사를 지을 땅을 마련하는 것에서부터 농사짓는 방법, 살집장만, 농촌에서의 살림살이, 자녀교육문제, 생산한 농산물의 판매, 농촌에서의 문화생활 등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일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삶 전체가 새로운 과제들임에 틀림없다. 이 같은 여러 조건, 과제들 중에서 튼튼한 귀농을 위한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 생각해 보자.

- 흙을 살리는 농사 / 유기 순환의 생명농법

모든 귀농자에게 있어서 농업은 적어도 생계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기본적인 생산수단 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귀농의 일차적 과제는 농사를 어떻게 지을 것인가에 있다. 모든 농업은 본질적으로 흙을 바탕으로 성립한다. 때문에 이 농사법의 기본은 흙을 살려서 그 생명력에 의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데 둔다. 그러므로 지금과 같은 상업적 목적에 의해 흙을 죽이고 자연을 수탈하는 화학농법, 살생농법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순환, 공존하면서 흙을 살리고 그 생명력을 활성화시켜 건강한 농산물-생명의 먹거리를 기르고 가꾸는 유기순환의 생명의 농사법이어야 한다.

절기에 따라 씨뿌리고 우주의 운행에 맞춰 호흡하면서 생명의 양식을 기르고 가꾸는 일과 그 삶을 통해 흙을 살리고 자신을 살리고 밥상을 살리며 이를 바탕으로 모두를 살리는 공생의 농사법이어야 하는 것이다.
상생순환의 생태문명이란 이처럼 생명의 농업을 중심으로한 문명체계와 그 양식에 다름 아니라면 새로운 ㅡ농업관의 실현이 곧 새로운 문명건설의 실천적 대안이기 때문 이다.

- 단순소박한 살림살이 / 재생과 순환의 원리에 따른 삶

지금과 같은 도시중심의 자연에 거슬리는 삶과 그냥 쓰고 버리는 식의 물질소비 중심의 생활양식이 환경생태계뿐 아니라 우리 자신을 어떻게 병들게 하고 황폐화시키는지 뒤돌아보아야 한다. 이제 단순 소박한 삶이란 지속 가능한 삶을 뿐만 아니라 아니라 보다 건강하고 보다 쾌적한 삶과 그 세계를 위한 유일한 선택임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농촌에서의 살림살이는 기본적으로 주변의 환경생태계와의 공존, 조화를 바탕으로 식, 의, 주의 생활에서 뿐만 아니라 생산과 소비, 문화 등 생활의 전 과정에서 보다 단순 소박한 것이 되어야만 한다. 땅에 기반한 삶만이 단순 소박한 자급자족의 삶을 실현해 낼 수 있으며 물질에 얽매이지 않음으로써 비로소 자유롭고 편리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에너지 사용, 물과 공기의 오염방지, 천연자원의 보존 등을 포함한 물질의 생산 및 소비, 생활의 전 과정이 자연 및 환경생태계와의 공존과 조화를 위한 재생과 순환의 원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테면 단순히 쓰레기 양을 줄이는 생활양식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쓰레기 발생이 없는 삶을 지향하는 것이다. 한 예로, 도시 생활에서 음식찌꺼기는 심각한 쓰레기며 오염원이지만 재생 순환의 원리에 따른 농가 살림살이에서는 다른 생명을 위한 훌륭한 먹이로써 단순한 폐기물이 아니라 새로운 생산을 위한 밑받침인 것이다. 이를 위해 스스로 물질적 소비수준을 낮추는 자발적 간소함을 바탕으로 자연환경과 조화되는 생태기술, 적정기술을 적극 활용한다.

생산수단에 있어서도 에너지 과소비 중심의 기계에 대한 일방적 의존이 아닌 인간과 도구의 효율적 결합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추구한다. 가능한 안쓰고 덜쓰고 고쳐쓰고 만들어 쓴다는 원칙 아래서 그런 삶이 가져주는 보람과 건강성을 즐기면서 생태적 삶의 풍요로움과 쾌적함을 추구한다.

- 생태적 살림집 / 자연으로 다시 환원될 수 있는 소재와 건축양식

어떤 집에서 살 것인가. 우리의 삶에 있어서 살림집의 형태와 성격 등 주거환경이 갖는 중요성은 생각보다 훨씬 직접적이다. 살림집은 우리의 생존 뿐아니라 건강한 삶과 그 문화를 위한 기본 공간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시멘트, 콘크리트와 화학소재로 만들어진 대부분의 집들은 생명이 숨쉴 수 있는 건강한 생활 공간이라 하기 어렵다. 따라서 농촌에서의 살림집은 주변의 자연생태계와 조화되면서 건강한 삶에 바탕한 자연소재 중심의 생태적 건축물이 되어야 함이 마땅한 것이다.

숨쉬는 집, 그안에 사는 사람과 그밖에 있는 자연이 하나로 이어져 함께 서로 소통하고 호흡하는 집, 사람을 포근히 감싸주면서 동시에 자연속에 열려있는 가옥구조와 양식이 농가 살림집으로 적합함은 물론이다. 그러므로 흙, 나무, 돌 등 자연소재로 지어진 전통농가 양식을 기본으로 생태기술, 적정기술을 도입하여 단순하되 편리하고, 아늑하되 넉넉하며, 주변 환경 생태조건과 어울리는 농가 살림집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건강한 자녀교육 / 자연과 함께하는 대안학교

지금까지 귀농을 가장 어렵게 하는 현실적인 장애의 하나가 자녀교육 문제였다.
참으로 수많은 농민들이 자녀교육을 위해 농촌을 떠나왔고 지금 농촌에 돌아가고자 하는 사람중에도 많은 이들이 자녀교육 문제로 인해 도시를 떠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교육을 위해서도 농촌으로, 흙으로,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불행히도 현행의 제도교육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을 건강하게 교육한다는 것은 그 한계가 너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병들고, 시들어 가고 있는가. 생명의 신비와 외경을 배우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원리를 체험하며 몸과 마음이 맑고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자연에 보다 가까운 환경과 학습이 필요함은 자명하다. 생명의 모태인 자연이야말로 가장 뛰어난 교과서이며 교사라고 하듯이 환경생태계의 위기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건강히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연과 공존, 조화할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적(知的)학습과 노작(勞作)학습이 함께 이루어지며 전인적 교육을 목표로 삶에 필요한 실제적 지식을 배우고 일깨우는 대안교육과 그 학교는 기본적으로 농촌 공동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생태교육을 중심으로 한 대안학교와 생태마을 건설은 귀농운동을 통한 대안운동의 중점 내용이라 할 수 있다.

- 도·농적 거래 / 얼굴을 마주하는 도·농 공동체

사실상 완전한 자급자족이 불가능한한 어떤 형태로든 화폐소득이 필요하다. 때문에 농사를 지어서 자체에서 소비하고 남은 것은 팔아야 한다.
어떻게 팔것인가. 제대로 생산하는 것 못지 않게 제대로 판매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폐소득이라는 면에서 볼 때 1년 농사의 흉·풍이 사실상 판매가격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정적인 생산과 더불어 농산물 가격의 제값 실현에 의한 안정적인 농가 소득을 위해서는 별도의 판매 유통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일반 시장에 의한 농산물 판매의 경우 아무리 농약과 화학비료 등을 사용하지 않고 어렵고 힘들게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알아주지 않는 한 제값을 받을 수 없다. 뿐만아니라, 일반 시장에서의 농산물 가격이란 대부분 제값을 받지 못하며, 더구나 수급조절에 따른 가격의 진폭이 너무 커서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농가 살림을 꾸려가기는 매우 어렵고 불안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가능한한 생협 등 소비자 공동체와 연대하여 직거래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형태이다. 이 경우 소비자 공동체는 가능한 귀농 후원자들을 중심으로 연대하여 단순한 생산물의 직거래에 머물지 않고 삶을 함께 나누는 도·농 공동체 운동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면서, 소비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 안전한 밥상을 책임지는 생산자와 그런 생산자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해 주는 소비자와의 연대를 바탕으로 한 도·농 직거래, 도·농 공동체 운동이 귀농운동의 한 내용으로 자리해야 하는 것 이다. 그러므로 주말이나 휴가, 방학 등을 이용한 도시 공동체의 생산지 방문과 일손돕기, 계절 생태학교 참여, 수확축제 등 도·농 공동체간의 교류와 연대는 도농 직거래를 통한 농산물 제값 받기 뿐아니라 튼튼한 귀농과 생명의 밥상마련과 생태적 삶 실현을 위한 기본조건이기도 한 것이다.

3. 생태마을 만들기

새로운 두레 공동체 마을을 위하여

귀농을 통하여 살고자 하는 삶이 보다 내용성을 갖고 안정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개별적 노력 뿐아니라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의 구체적 형태가 귀농자들을 중심으로한 생태마을만들기이다. 최소한 하나의 마을, 한 공동체가 같은 성격과 목적으로 이루어질 때 사회적 단위로서의 대안적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태마을 건설은 기본적으로 귀농자들 각 개인의 생태적 삶을 실현하기 위한 공동체적 노력이며 그 결과로써, 귀농운동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구체적 목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생태마을은 자연친화적 삶의 실현을 통해 생태문화와 그 대안문명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삶터이며, 유기순환의 농사를 통해 자연과 공존하면서 식량과 기본생계를 해결하는 생산현장으로서의 일터이며, 흙속에서 생명을 가꾸고 기르는 마음과, 사람과 자연이 상호 협력하는 상생과 순환의 원리를 익히고 배우는 생태학교, 귀농학교로서의 배움터이며, 동시에 마을 구성원 상호간에, 도시와 농촌, 생산자 소비자 사이에 그리고 노인에서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하나되어 서로 어울리며 함께 나누는 문화 마당으로서의 나눔터이다.

다시 말하면 생태마을이란 농촌으로 돌아가 농업을 통해 자연친화적 삶을 추구하는 귀농자들이 주축이 되어 자연생태계와의 조화, 공존에 바탕한 유기순환의 농법을 중심으로 농사일과 마을일을 포함한 생활상의 일들을 상부상조에 의해 함께 협동으로 이루어가는 마을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농사 지을 땅, 집 지을 땅 함께 마련하기에서 부터 농사일 함께하기, 살림집 함께 짓기, 아이들 함께 돌보기, 자녀교육 함께 시키기, 그리고 생산물의 저장, 가공, 유통, 판매 등의 공동 사업과 도농 직거래 교류활동 등을 상생과 협동의 원칙에 따라 마을단위로 함께 이루어가는 공동체인 것이다.

생태마을의 대안성

이같은 생태마을은 이중적 대안성을 갖고 있다 그 하나가 도시산업문명 즉, 자연과의 철저한 분리에 바탕한 인간과 자연간의 단절 뿐아니라 이웃과 이웃간의, 인간 상호간의 공동체성마저 단절되고 분리된 도시적 생활양식에 대한 대안성이다.

그 다음이 현재 농촌마을의 한계에 대한 대안성이다. 과거 자연환경과 공존하던 농촌마을은 새마을 운동으로 대표되는 농촌 근대화 정책과 산업문명의 생활양식 침투로 대부분 파괴되어 생태적 대안성을 갖기 어렵게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금의 농촌마을은 취락구조에서부터 농업의 내용과 방식, 마을 공동체 구성과 운영에 까지 여러 가지 한계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더구나 탈농정책을 중심으로한 농촌에 대한 정책적 소외에 따른 대량이농으로 농촌을 갈수록 황폐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생태마을은 현재의 농촌마을에 대한 하나의 대안인 것이다.

생태마을과 두레 공동체 마을

귀농운동에서 추구하는 생태마을은 특별히 새로운 개념의 것은 아니다. 이것은 전통적 의미의 두레 공동체 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두레 공동체란 농업사회에 있어서 마을단위의 공동생산을 중심으로한 경제, 사회 결사체로서 우리나라 고유의 협동조직체이다. 이 두레 공동체는 단순히 농업노동에의 협동체로 끝나지 않고 함께 일하고 함께 놀고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마을을 함께 지키는 일과 놀이와 투쟁의 생활 공동체 조직이라 할 수 있다.

농사란 본질적으로 협동적 생산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같은 두레 공동체 조직은 농업사회에 있어서 마을단위의 기본 조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두레 공동체조직 원리는 농업생산을 기본으로 하는 생태마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두레 공동체가 마을 공동체 구성원 상호간의 상부상조와 호혜 평등의 원리에 바탕한 협동의 지혜라면 생태마을에선 거기에 더하여 도시와 농촌, 사람과 자연의 생태적 관계를 고려한 공존과 조화의 원리를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생태마을 구성과 운영의 원칙

생태마을의 구성과 운영은 기본적으로 생명가치에 따른 생명윤리를 실현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에 대한 원칙으로 '상생순환의 원칙', '상부상조의 원칙', '자급자족의 원칙'을 들 수 있다.

상생순환의 원칙 : 생태적 삶과 공동체의 기본개념으로써 우주 대 생명계의 존재원리이자 법칙이며, 인간을 포함한 뭇생명계가 함께 공존하면서 지속가능한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본 원칙이다. '상생'이란 존재의 목적이며 그 원리이고, '순환'이란 생명을 위한 작용의 원리이며 관계의 법칙이다.

상부상조의 원칙 : 공동체의 원리로서 마을 공동체 구성원사이, 도시와 농촌, 생산자와 소비자사이, 인간과 자연 생태계의 사이의 공존과 협동의 원리이며, 특히 두레 공동체의 기본 원칙이다.

자급자족의 원칙 : 지속가능한 생태적 삶을 위해서는 가능한 마을 단위로 생산과 소비의 자급자족을 지향한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자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양식과 소비 생활양식의 전환을 통해 자급자족에 의한 삶 전체의 건강한 자립성을 추구한다.상생순환의 원칙이 생태적 삶과 그 사회를 위한 이념적 원칙이라면 상부상조와 자급자족은 이를 위한 실천적 원칙이라 할 수 있다.

생태마을의 모습

생태마을의 모습은 공동체 구성원들인 귀농자들의 여건과 지역환경의 조건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태마을 구성의 원칙에 따른 최소한의 모습은 다음과 같이 단순화시킬 수 있다.

유기순환의 농사 : 오리 농법, 우렁이 농법, 무경운 농법, 유축복합 농법 등 흙을 살리고 환경생태계를 보존하며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한 다양한 농법에 의한 농사와 재래종, 토종 등 지역 원산종의 복원, 재배 및 다품목 소량생산에 의한 환경적 변화와 사회적 변화에 적응, 안정성확보

두레 공동체에 의한 노동 : 모내기, 김매기, 추수하기 등 농산물의 생산에서부터 농기계, 농업시설 이용, 농산물 가공 저장 유통 판매에 까지, 그리고 집안 대소사에서 마을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함께하기

생태적 취락구조 : 흙집, 나무집 등 전통가옥을 개량한 살림집과 마을환경을 고려한 취락구조

저에너지 소비 환경시스템 :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태양, 바람, 물 등 자연에너지와 동 식물 등 생물학적 시스템을 적극 개발이용

자연경관, 자연자원의 보존 : 훼손된 자원의 복원, 삼림의 조성, 산지 하천 등 지리환경 조건의 적절한 활용

도농의 교류 순환 : 소비자 공동체와 연대, 직거래 운동을 통한 인적 물적 상호교류

생태학습장 운영 : 소비자 공동체 가족, 귀농 희망자 등을 대상으로 흙과 농사, 생태적 삶의 체험을 위한 생태학교, 귀농학교의 개설 운영

마을잔치, 마을문화 : 일과 놀이가 함께 어우러지고 공동체 구성원의 집단 신명과 활력이 넘치는, 소비자 공동체와 함께하는 마을 공동체 축제와 문화만들기

생태 공동체 문화를 위하여

귀농운동은 개인의 삶에 대한 새로운 전환일 뿐아니라 반자연적 산업문명이 결과한 위기와 한계에 대한 사회적 대안이다. 그러므로 귀농운동을 통한 생태마을 건설은 자연과의 조화와 이웃과의 협동을 통해서 생태적 균형과 공동체적 삶을 실현하기 위한 생태 공동체 운동의 구체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생태마을을 통해 버려졌던 농촌 곳곳에 새로운 생태 공동체가 건설되면 이를 바탕으로 생태적 지역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속에서 상생과 순환의 원리에 따른 조화와 협동의 새로운 문명, 지속가능한 새로운 생태 공동체 문화가 꽃피어 날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꿈-푸르게 채워진 들녁과 무성한 숲과 향기로운 바람과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맑은 시내에서 버들치와 피리의 그 활기찬 은빛 몸짓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맨발로 온 들녁을 뛰어다니는 우리 아이들의 그 맑은 웃음소리와 함께 귀농-농촌으로 돌아가기는 이제 보다 상쾌한 삶과 지속가능한 푸른문명을 열기위한 구체적 시작이다.


* 보나콤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5-29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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