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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Feb
한미FTA와 영어교육(이강훈)작성자: 박창수 IP ADRESS: *.39.227.146 조회 수: 3890
영어 광풍, 한미FTA 그리고 뉴하트 은성이의 눈물
이강훈(101hoon@hanmail.net)
향린교회한미FTA대책위원회 회원
고등학교 교사
영어 권하는 사회
광풍이라 일컬을 만큼 영어교육 바람이 일고 있다. 인수위의 영어몰입교육 발표가 있자 백화점 문화센터에 영어 강좌가 발 빠르게 개설되고, 자동차 구입에 어학교육 상품권이 등장했다고 한다.
영어의 위력은 대단하다. 단순한 쓸모 이상으로 대한민국 모든 사람을 줄 세우는 거의 ‘번호표’ 역할을 할 정도이다. 심지어 부의 대물림이 교육을 통해 이뤄진다고 할 때 그 핵심 고리를 영어가 차지할 정도가 되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저소득층․중산층 가정의 초등학생 학업성적’ 결과를 보면 저소득층과 중산층 사이의 학업 성적에서 가장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바로 영어였다. 비싼 전자기기 등은 할부 구입을 통해 손에 넣지만 조기유학, 단기 어학연수, 원어민 강사 등 고비용의 영어교육은 저소득층 부모로서는 넘을 수 없는 '벽‘이다. 지금처럼 ‘영어만이 살 길’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앞으로 영어에 드는 시간과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인수위의 영어몰입교육이 여론의 비판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주장에 누가 선뜻 동의하고 나서겠는가. 그러나 한미FTA가 추진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한미FTA가 실시된다면 한국 사회에는 영어 광풍 정도가 아니라 영어 태풍이 몰아칠 것이다. 한미FTA 자체가 우리 사회를 완전히 미국적 사유와 가치의 사회로 만들기 때문이다. 법률, 교육, 방송, 서비스 등 미래 사회의 일자리마저 미국과 관계된 기업과 자본이 투여된다면 영어에 대한 성찰과 반성은 뒤로한 채 한국 사회는 양분될 것이다. 당신은 생존을 위해서 영어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한미FTA와 공교육의 황폐화
한미FTA 협상에서 교육 부분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진행되었는지 현재로는 밝혀진 바가 없다. 한국 정부가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간 미국이 체결한 FTA의 내용을 보거나 지금까지 진전된 교육개방의 상황을 보면 한미FTA로 인한 공교육의 황폐화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가뜩이나 취약한 우리 교육현실에서 교육의 시장화, 영리 산업화가 노골화되면 학문의 기반 자체가 붕괴되고, 대학서열체제의 강화, 평준화 해체, 공교육의 붕괴는 먼 일이 아니다.
한미FTA 실시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부분은 대학이다. 그 변화는 대학들 간의 학문 경쟁이 아닌 돈 벌기 경쟁이다. 최근 외국대학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아시아 지역의 분교 설립에 적극적이다. 한미FTA가 성사되면 미국 내의 고등교육 분야, 원격교육 분야 및 영리목적의 단기 교육 훈련과정 등도 한국에 적극 진출할 것이다. 이들 외국자본들은 각종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애를 쓸 것이고 한국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한 잉여금을 미국에 송출할 것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국내대학의 등록금 폭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현재 사립학교법상 영리법인이 불가능한데 외국교육기관에 학생들이 몰리면 국내 사립대학들도 형평성을 요구하면서 기여입학제 허가나 등록금 인상을 강하게 주장할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대학과 국내대학과의 경쟁 과정에서 한국 학생들의 외국유학은 줄어들까? 당연히 아니다. 외국교육기관이 들어오면 초중학교도 명문대를 가거나 외국유학을 가기위한 준비기관이 되어 도리어 외국유학이 증가할 것이 뻔하다. 아니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이비외국교육기관의 학위 장사가 기승을 벌일 것이다.
결국 한미FTA로 인한 모든 혜택은 미국과 국내 사학 재벌들에게 돌아간다. 특히 이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이 15조에 달하는 영어 및 유학을 위한 사교육 시장이다. 정부는 한미FTA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의 교육서비스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협상대표인 웬디 커틀러는 분명히 “인터넷 등을 통한 교육 서비스와 SAT 등 테스트 서비스의 시장접근에는 관심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평가가 교육과정을 지배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SAT와 같은 테스트 서비스의 개방은 한국 교육과정의 독자성을 파괴하며 한국 사교육 시장을 완전히 잠식할 것이다. 실제로 나프타 체결 이후 캐나다 일부 주에서는 교육 평가권을 미국의 서비스 회사에 맡긴 바 있다. 이처럼 미국의 학력인정을 받기 위한 테스트 서비스로 인해 영어 사교육시장이 더욱 확대되고 미국으로의 유학진출시도가 증가하면서 한국의 교육은 미국의 하위 또는 열등한 과정으로 추락할 것이다.
뉴하트 은성이의 눈물은 누가 닦아줄 것인가
교육의 사회적 역할 중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바로 편견과 차별을 없애는 일이다. 교육에는 서열이 있을 수 없다. 모든 아이들은 저마다의 빛깔과 향기가 있으며, 각각의 능력과 재능이 다양하다. 출발선 환경이 모두 다르기에 공정하고 따뜻한 기회를 통해 각각의 가치와 능력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육인 것이다.
이는 예수님의 가장 큰 관심이기도 하다. 예수님은 늘 가난하고 병들고 연약한 자에게 일차적인 관심을 두셨다. 가장 연약한 사람들과 생명이 그 존재를 인정받고 그 권리를 누릴 수 있을 때 생명이 존속 가능하다는 것을 역설하셨다. 그러나 새로운 정부의 교육정책은 차별과 배제를 낳을 뿐이다. 영어몰입교육에다가 고교평준화를 해체하는 일류고 300개, 대학 서열은 유지한 채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를 실시하는 대입자율화의 결과가 어떠할 것인가. 상위권 대학에 많이 가는 돈 많은 사람들이야 등록금 걱정 없지만, 서민들에게 1000만원이란 돈은 장난이 아니다. 은행 대출을 받는다고 하지만 88만원 세대들이 그 돈을 언제 다 갚을 것인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뉴하트’의 주인공 은성은 고아 출신이자 지방대 출신이다. 그는 광희대라는 명문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무시와 차별을 당하면서 통한의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꼴통’소리를 들어가면서도 그는 의사로서 학벌보다 더 중요한 건 먼저 인간에 대한 뜨거운 마음에 있다는 소중한 진리를 일깨워 준다.
영어 광풍이나 한미FTA를 추진하기에 앞서 우리는 교육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15살의 꿈과 희망을 앗아가 버린 대~한민국에 지금 필요한 것은 교육혁명이다. 더욱 단단해진 입시경쟁체제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교사, 학생, 학부모, 지식인들의 각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마태복음 18장 3절에서도 예수님께서는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생각을 바꾸어 어린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아이들은 나라의 보배요 미래의 기둥이라고 립서비스만 하고 있지, 그들을 위한 보육과 교육의 공공성, 인권과 복지는 나 몰라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사회 전체의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교육의 목표는 다시 정립되어야 한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차별당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행복한’ 국민”으로. 활기에 넘쳐야 할 아이들이 학원에 지쳐갈 때 아일랜드에서는 높은 교육열 속에서도 1년을 쉬고 놀며 자신의 꿈을 키우는 것처럼,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 1위를 놓치지 않은 핀란드가 아예 등수와 시험에 의미를 두지 않는 것처럼 새로운 전망이 필요하다. 한미FTA는 그 대안이 될 수 없다. 결단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