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해서 한동안 대안학교 만들기에 매달렸던 적이 있다. 특별히 내가 참석했던 그 모임은 독일의 대표적인 사립학교 ‘발도르프’를 모델로 삼고 있었기에, 개인적인 관심과 함께 대안학교를 만들고자 하는 분들과 힘을 합치려고 했던 것인데, 결론적으로 우리의 모임은 몇 번의 워크샵을 거치는 동안 결집력과 추진력의 약화로 실패하고 말았다. 자녀들의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님들이 주동이 되었건만, 시간이 지나면서 막연한 의지나 뜻만 가지고서는 대안학교를 만들 수 없다는 자신감의 상실이 그 주된 원인이었다.
자, 그럼 발도르프란 어떤 곳이기에 한국인들에게 관심이 쏟아지는 것일까? 간단하게 역사적으로 이 학교를 돌아보면, 발도르프는 1919년 9월 설립이 되었다. 공장을 운영하던 에밀 몰트가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자녀들을 위해서 설립한 것이 그 동기인데, 교육적인 시스템은 루돌프 슈타이너에 의해서 확립이 되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발도르프의 이념을 가지고 운영되는 학교는 약 800여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약 1,600여개가 되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본교는 독일 남부 벤츠 본사가 있는 슈투트가르트에 있으며, 나 역시 이 학교를 2003년 일주일간 방문하여 직접 수업광경을 지켜보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 준 기억에 남는 학교 중의 하나이다.
그럼 이 학교의 수업에는 어떤 특별한 점이 있는가? 사실 이 이야기를 적기 전에 미리 말하고 싶은 것은, 어떤 면은 우리나라에도 이미 존재하거나 실행하고 있기에 별의미가 없을 듯도 싶지만, 어떤 면은 우리나라에서도 한번쯤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하는 바람도 있다.
이 학교의 수업에는 다음과 같은 특별한 점이 있다.
첫째, 남녀공학이 그 특징이다. 1학년부터 12 또는 13학년까지 공부하는 동안 – 초,중,고등학교 시스템이 한꺼번에 - 이 원칙은 그대로 유지된다.
둘째, 1학년부터 2개의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이다. 국어(독일어)만 습득하는 데에도 만만찮은데 2개의 외국어를 동시에 한다는 것은 조금 무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언어를 배우는 것은 어릴수록 유리하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셋째, 유급제 폐지이다. 독일에서는 한 학년을 넘어설 때 유급제가 있어서 실력이 되지 않을 경우, 학생 당사자와 부모님 그리고 교장 선생님이 함께 면담하여 유급제를 실시하는데, 이 학교는 그런 제도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넷째, 일반교육과 직업교육의 병행이다. 결국 교육이라는 것이 직업을 위한 과정이라고 볼 때, 교육 따로 직업 따로 보다는 함께 병행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다섯째, 서술적인 성적 평가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실시하고 있기에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결국 성적이란 점수로만 평가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섯째, 테마에 따른 집중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수업은 매일 2시간 정도의 기본 교육 시간을 실시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3-4주 단위로 집중교육을 실시한다. 예를 들어서 3-4주 동안 수학만 한다든지, 아니면 3-4주 동안 집 짓기를 한다든지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수업이 이루어지는 동안 교과서는 없다. 다만 그 수업을 통해서 각자가 자신만의 교과서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만의 교과서는 졸업 후에도 자신의 자산으로 소유하게 되는데, 내가 그 학교를 방문했을 당시 세바스챤 베르크라는 의전담당자는, 이 학교를 다닐 당시 자신이 만들었던 교과서를 보여주었다.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이 발도르프는 나의 눈에 더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한 학년이 올라간다고 해서 반 구성원들이 헤쳐 모여 하지 않는다는 것과, 담임 선생님 역시 1-4학년까지는 바뀌지 않고 간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따분하기 그지 없을 교실 풍경이겠지만, 오히려 담임 선생님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인성과 장단점을 자세히 살펴서 정확한 조언과 함께 미래에 대한 컨설팅을 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을 가지고 있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해서 지난번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서 실시한 국제학력평가에서, 유럽에서는 핀란드가 최고의 점수를 받았는데, 이 핀란드의 경우 한 담임 선생님이 한 학급을 학년이 올라감에도 장기적으로 지도하면서, 오히려 학생들의 실력을 향상시켰다는 것만 보아도, 발도르프의 학급 관리와 담임 선생님 제도는 한번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3월을 맞이하면서 신입생들의 입학과 한 학년씩 상급하는 새 학기가 된다. 어린이들의 생각에는 올해 누가 우리 담임 선생님이 될까 설레임도 생길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어른들이 생각해야 할 것은 어떠한 시스템이 무궁한 미래의 잠재력을 가진 어린이들에게 득이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면에서 발도르프는 또 하나의 타산지석이 될 듯 싶다.
참고로 이 학교는 사립학교이기에 월 250 유로 – 한화로 약 30만원 정도 – 정도의 수업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어지는 글입니다.
http://blog.daum.net/kongbln/7441044
자, 그럼 발도르프란 어떤 곳이기에 한국인들에게 관심이 쏟아지는 것일까? 간단하게 역사적으로 이 학교를 돌아보면, 발도르프는 1919년 9월 설립이 되었다. 공장을 운영하던 에밀 몰트가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자녀들을 위해서 설립한 것이 그 동기인데, 교육적인 시스템은 루돌프 슈타이너에 의해서 확립이 되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발도르프의 이념을 가지고 운영되는 학교는 약 800여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약 1,600여개가 되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본교는 독일 남부 벤츠 본사가 있는 슈투트가르트에 있으며, 나 역시 이 학교를 2003년 일주일간 방문하여 직접 수업광경을 지켜보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 준 기억에 남는 학교 중의 하나이다.
그럼 이 학교의 수업에는 어떤 특별한 점이 있는가? 사실 이 이야기를 적기 전에 미리 말하고 싶은 것은, 어떤 면은 우리나라에도 이미 존재하거나 실행하고 있기에 별의미가 없을 듯도 싶지만, 어떤 면은 우리나라에서도 한번쯤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하는 바람도 있다.
이 학교의 수업에는 다음과 같은 특별한 점이 있다.
첫째, 남녀공학이 그 특징이다. 1학년부터 12 또는 13학년까지 공부하는 동안 – 초,중,고등학교 시스템이 한꺼번에 - 이 원칙은 그대로 유지된다.
둘째, 1학년부터 2개의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이다. 국어(독일어)만 습득하는 데에도 만만찮은데 2개의 외국어를 동시에 한다는 것은 조금 무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언어를 배우는 것은 어릴수록 유리하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셋째, 유급제 폐지이다. 독일에서는 한 학년을 넘어설 때 유급제가 있어서 실력이 되지 않을 경우, 학생 당사자와 부모님 그리고 교장 선생님이 함께 면담하여 유급제를 실시하는데, 이 학교는 그런 제도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넷째, 일반교육과 직업교육의 병행이다. 결국 교육이라는 것이 직업을 위한 과정이라고 볼 때, 교육 따로 직업 따로 보다는 함께 병행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다섯째, 서술적인 성적 평가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실시하고 있기에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결국 성적이란 점수로만 평가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섯째, 테마에 따른 집중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수업은 매일 2시간 정도의 기본 교육 시간을 실시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3-4주 단위로 집중교육을 실시한다. 예를 들어서 3-4주 동안 수학만 한다든지, 아니면 3-4주 동안 집 짓기를 한다든지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수업이 이루어지는 동안 교과서는 없다. 다만 그 수업을 통해서 각자가 자신만의 교과서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만의 교과서는 졸업 후에도 자신의 자산으로 소유하게 되는데, 내가 그 학교를 방문했을 당시 세바스챤 베르크라는 의전담당자는, 이 학교를 다닐 당시 자신이 만들었던 교과서를 보여주었다.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이 발도르프는 나의 눈에 더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한 학년이 올라간다고 해서 반 구성원들이 헤쳐 모여 하지 않는다는 것과, 담임 선생님 역시 1-4학년까지는 바뀌지 않고 간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따분하기 그지 없을 교실 풍경이겠지만, 오히려 담임 선생님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인성과 장단점을 자세히 살펴서 정확한 조언과 함께 미래에 대한 컨설팅을 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을 가지고 있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해서 지난번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서 실시한 국제학력평가에서, 유럽에서는 핀란드가 최고의 점수를 받았는데, 이 핀란드의 경우 한 담임 선생님이 한 학급을 학년이 올라감에도 장기적으로 지도하면서, 오히려 학생들의 실력을 향상시켰다는 것만 보아도, 발도르프의 학급 관리와 담임 선생님 제도는 한번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3월을 맞이하면서 신입생들의 입학과 한 학년씩 상급하는 새 학기가 된다. 어린이들의 생각에는 올해 누가 우리 담임 선생님이 될까 설레임도 생길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어른들이 생각해야 할 것은 어떠한 시스템이 무궁한 미래의 잠재력을 가진 어린이들에게 득이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면에서 발도르프는 또 하나의 타산지석이 될 듯 싶다.
참고로 이 학교는 사립학교이기에 월 250 유로 – 한화로 약 30만원 정도 – 정도의 수업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어지는 글입니다.
http://blog.daum.net/kongbln/7441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