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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소식지

20

2011-Mar

1999년 8월 보은예수마을 소식지 - 보은서신

작성자: bona IP ADRESS: *.20.187.148 조회 수: 4508


 
  보은예수마을 월간 소식지 1999.8. 창간준비2호  
 
<보은서신>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사 하늘을 우러러 축사하시고 떡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매 제자들이 무리에게 주니 다 배불리 먹고 남은 조각을 열두 바구니에 차게 거두었으며....(마14:19,20)


초봄에 씨를 뿌린 후 순한 봄바람과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곡식들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고 열매를 맺을 무렵이면 어김없이 무섭고도 심한 비바람이 불어와 곡식들을 뿌리째 흔들어 버립니다. 하지만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용케 버티고 살아남은 것은 마침내 가을의 풍성한 결실로 농부의 마음을 기쁘게 할 수 있습니다. 비바람이 없다면야 더할 나위 없겠지만 오히려 비바람이 있기에 가을의 결실은 더욱 값지고 소중한 것으로 다가오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때로는 우리의 연약함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주님께서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와도 같은 고통의 심연 속으로 친히 우리를 인도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고통을 통하여 우리의 연약한 믿음의 뿌리들과 사랑의 줄기들이 더욱 강하고 단단해지도록 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또 다른 은혜임을 깨닫게 됩니다. 고통을 통한 성숙, 고난을 통한 열매는 마침내 많은 이들을 먹이고도 열두 광주리 가득히 남을 거룩한 열매로 농부이신 주님의 손에 드려지게 되는 것이지요.

칠월의 하루하루는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나날들이었습니다. 초순에는 두란노 바이블 칼리지 팀이 내려와 이곳 보은의 목회자들과 사모님들 그리고 교회 지도자들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였습니다. 첫날에는 홍보가 제대로 안돼서 좀 어려움이 있었지만 둘째 날부터는 소문이 나면서 보은의 거의 대부분의 교회 목회자들과 사모님들이 참여하셨고 참여하신 분들마다 도전과 회복의 시간으로 함께 은혜를 나누었습니다. 사실 농촌 목회자들이 농촌에서 목회를 하시면서 겪는 고통 중의 하나가 도시에 비해서 재교육의 기회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거리도 멀고 재정도 넉넉하지가 못하니 도회지에서 사흘이 멀다하고 열리는 각종 세미나들이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이와 같은 두란노의 세미나 사역은 이들에게 위로요 은혜요 하나님의 격려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칠월 하순에는 서울지역 IVF 학생들 150여명이 대원리를 비롯한 4개 마을로 들어와 농활을 하였습 니다. 학생들은 피사리에 잡초제거, 호별 방문과 마을 청소에 이르기까지 자기 일처럼 땀흘리며 늦은 밤까지 열심히 일하였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시던 마을 어르신들은 남의 집 귀한 자식들에게 험한 일시킨다고 안쓰러워 하시면서도 얼마나 흐뭇해 하시든지 마지막날 저녁 마을 잔치를 하는 날에는 온 마을 주민들이 다 모여 풍물패 소리에 맞추어 강강수월래를 하면서 신명나게 놀았습니다. 늦은 밤까지 장구소리와 꽹과리 소리가 온 마을에 울려 퍼졌고 잔치가 다 끝날 무렵에는 다 함께 하나님께 감사의 박수를 올려 드렸습니다. 그리고 8월 초순인 이번 주에는 고려대학교 의대 기독학생회가 산외면 전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를 실시하고 있는 중입니다. 화요일에 도착하여 수요일에는 호별 방문으로 기초 검진을 실시하고 오늘과 내일은 서울에서 선생님들이 내려오셔서 진료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젊은 날에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고 주님의 말씀을 따라 잃어버린 주님의 양들을 찾고 어려운 이웃들을 섬기는 일을 위해 땀흘리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주님께 영광을 올려드리며 그분의 이름을 찬양합니다.

이곳 대원리로 들어오면서 하나님 앞에 약속한 것 중의 하나가 약 3년 동안은 교회를 세우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전도를 3년간 보류하겠다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학생들도 작년과 올해 마을에 와서 열심히 일은 했지만 전도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성경에 나타난 우리 주님의 모습을 닮아보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사실 예수님은 3년간 사역을 하시고 하늘로 돌아가신 단기 선교사셨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 3년을 위해 30년을 사람으로 사람들과 더불어 사시면서 갈릴리에서 준비하십니다. 목수라는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시고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30년은 못하더라도 한 3년은 말로 전도하지 말고 그냥 이들과 더불어 먼저 살아보리라 마음먹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때가 오면 이곳 보은에도 주님의 말씀이 흥왕케 되고, 주님의 의로운 해가 떠오르게 될 것을 확신합니다. 그리고 그 날이 오면 주를 알지 못하던 자들이 주님의 이름을 부르며, 주님께 감사치도 않던 이들이 주님을 찬양하며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 불신과 사망이 가득 찬 속리산 골짝 골짝에서 우리 주님을 찬양하며 그분의 이름을 높여드리는 소리가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그 거룩한 꿈이 이루어지기까지 나의 삶이, 우리 공동체의 모든 모습들이 주님의 손에 올려진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처럼 주님의 거룩한 생명의 도구로, 사랑의 도구로 쓰임 받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주후 1999. 8. 5 오후에
무익한 종 강동진 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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