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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노래
2004.08.20 22:55

왜 고추를 심니?

조회 수 3741 추천 수 29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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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다시 돌아와 고추를 심으려 하니
다들 제게 왜 고추를 심으려 하느냐고 하였습니다.
따고 말리려면 그 일이 보통이 아닌데
어찌 감당하려고 하느냐고 하였습니다.

고집스러운 전, 아무런 답도 주지 않고 묵혀져 있던 밭으로
낫을 들고 올라가 풀을 없애고, 돌을 골라내며 고추를 심었습니다.

오늘 낮에 흐린 하늘 아래 홀로 앉아 고추를 따고 있는데
문득 그 분이 제 곁으로 다가오시었습니다.
쪼그리고 앉은 제 옆에 앉으셔서 풀을 어루만지며
저를 물끄러미 바라봐 주셨습니다.

저는 고추를 따던 손길을 멈추고 주저앉아 흐린 하늘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조각을 우러러 보았습니다.
그분이 만지시던 풀도 어루만져 보았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이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주님, 이 마을 어르신들이 허리가 휘어지도록 고추농사 지으시거든요.
그래서 저도 짓는거예요.

사랑하는 내 주님도 목수일 하셨지요
바울 사도는 한 영혼이라도 더 얻기 위해
이방인에게는 이방인처럼 행하였다 하였으니
주님 저도 마찬가지예요.
지금은 아직 볼품 없는 고추들이지만
주님 만드신 멍에로 짐승들 편히 해주시고
말씀으로 사람들 멍에를 가볍게 하셨듯이
조금 힘들지만 이렇게 고추농사 지어
땅이, 사람이, 저 고추나무가 환히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오늘은 고추 따고 들어와 선교사로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자매와
말씀을 함께 나누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