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좀 쌀쌀했지만 봄햇살을 받으며 냉이와 민들레를 캤습니다.
내일이 부활주일이라 채매기(? 정확한 지명을 잘 모르겠네요)와 높은점이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집에 달걀 한 줄과 삶은 달걀 두 알을 나눠드리고 내려오다가 작년에 고추를 심었다는 밭에서 냉이를 캤습니다.
그리고 다시 양계사 옆에서 아직 꽃이 피지 않은 민들레잎을 칼로 슥슥 베어왔습니다.
내일 부활주일에 어르신들을 위해 미나리와 새콤달콤하게 무쳐 반찬으로 내려구요.
우리가 심지 않았지만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생명나물들입니다.
함께 간 영우 언니는 하나님께 참 감사하다고 캐는 내내 되뇌입니다.
물론 시장에서 파는 것보다 흙이 많이 묻어 다듬고 씻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물에 담가놓으니 빛깔이 참 예쁩니다.
혼자 뜯었으면 힘들고 지루했을 텐데 언니와 함께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함께 감사의 마음을 나누며 캐니
즐거웠습니다.
냉이는 김밥에 넣어볼까 합니다. 시금치나물 대신 넣어보려구요.
햄, 맛살 넣지 않고 아직은 추운 꽃샘바람 이겨내고 자란 봄내음 가득한 냉이 넣어 돌돌돌 김밥 말아보려구요.
우인이가 먹을까 걱정되긴 하지만요.
영우 언니와 민들레 캐면서 예전에 민들레에 대해 쓴 시가 있다고 자랑(?)했습니다.ㅋㅋㅋ
제가 그때 보았던 민들레는 서울 동작 지하철역과 연결된 고가의 시멘트 사이에 핀 민들레였지만요.
아직 대원리에 들어가 살지는 않지만 이제야 조금씩 시골 향기가 내 몸에 조금씩 베어듭니다.
이제 모내기 시작하면 바빠지겠지만 당분간은 봄나물 캐러 여기저기 다녀볼까 합니다.
민들레 연가
그대, 그대를 보기 전에
그대가 얼마나 크게 내 마음속에 피어 있었던지
처음 그대를 보고
그대가 정말 맞는가 하였어요.
그대를 보고싶어하는 마음이 커서였을까요?
시멘트 바닥 사이를 비집고
노오란 고개를 쳐들고
이리저리 도리질을 하는 그대를 보고
아아, 그대 삶을 끈질기게 붙들고 살아왔구나 싶어
나, 부끄러웠지요.
얼마나 많이 놓쳐버리고 살아왔는지
정작 털어내야 할 욕심의 먼지들
끌어안고 살다가
하얀 홀씨들을 기침과 함께 날려버렸어요.
며칠 밤을 혹독한 감기로 잠못 이루다가
나, 다시 찾아갔을 때에
그대, 곱게 추던 춤사위 잊어버리고
힘 없는 팔목만 늘어뜨리고 있었지만
그대, 또 어디론가 날아가
무딘 땅에 뿌리를 내리겠지요.
이제 그대, 나만의 사랑이 아니어도
나는 행복하답니다.
나도 뿌리를 내리고 있어요.
예전에 남편이 찍은 민들레 사진이 있었는데 안 보이네요?
조만간 다시 찾아서 올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