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30.
“너희를 보냄이 어린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 (눅10:3). 어린 양들에게 이리는 위험한 존재이며, 폭력과 악을 연상하게 한다. 보냄 받은 세상에서 그런 위협을 겪으며 양들은 흩어질 것이다. 그런데 이리 가운데 양으로 사셨던 예수님은 고통을 피하지 않으시고 견디셨다. 초대교회 성도들도 이리와 같은 세상을 그렇게 마주하며 고통을 견뎌냈다.
선한 목자인 예수님이 왜 양들을 이리에게 보내시는 것일까? 그건 양들을 강하게 훈련하시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리들을 위해서 보내신다. 양들에게 이리는 두려운 대상일 수 있지만, 그 이리들도 주님께서 안타깝게 여기시는 양들이다. 거칠어질 대로 거칠고 사납고 악해 보이는 이들이지만, 실상은 참 사랑을 제대로 알지 못해 상처로 일그러진 인생일 뿐이다.
이권을 두고 다투는 폭력적인 세상에 주님은 사랑을 전하려 하신다. 그 사랑은 무시당하며 조롱을 당하지만, 도살장으로 묵묵히 끌려가고 털 깎는 자 앞에서 잠잠한 양인 예수님의 평화와 무저항의 사랑은 이리들을 불편하게 한다. 이리가 되어버린 인생들이 하늘을 두려워하며 부끄러워한다. 이리가 양 앞에서 흔들리고 무너진다. 양을 이리에게 보내시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