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4.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사역을 할 때였다. 한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은 풍성한 대접을 받을 때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이유는 북에 있는 가족의 굶주린 처지가 생각나기 때문이었다. 내가 편안한 삶을 누리게 된 것이 감사하지만,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이들을 알고 있다면, 내 잠자리도 음식도 불편하다. 다른 이들을 생각하게 되면 속 편하게 살기 어렵다.
가족에게도 냉정하고 인색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과 관계없는 남에게도 따뜻하고 너그러운 사람들이 있다. 예수님을 통한 사랑에 감격하고 그 사랑에 빚진 마음을 가진 사람은 속 편하게 살 수 없다. 그 사랑을 모르는 이들, 세상에서 힘들고 외로운 이들, 나그네들을 외면할 수 없다. 내게 주어진 복을 감사하게만 생각할 수 없다. 나누지 않고는 미안할 뿐이다.
아내와 일본 삿포로 지역에 3박4일 패키지 여행을 다녀왔다. 작년에 아빠 칠순잔치를 치르지 못했다고, 북미에 있는 아이들이 돈을 모아서, 우리 다녀오라고 선물해 준 것이었다. 잘 먹고 잘 쉬면서 고맙기도 했지만, 한편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하는 이들 생각이 나서, 미안해서 잘 다녀왔다는 말도 못한다. 나는 누리는 사람들이 부럽지 않다.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