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 옆에는 향나무 한 그루 멀대같이 서 있습니다.
아무 하는 일 없이 우두커니 서서 가끔 바람이 불면
하늘 한번 슥 쓸어내는 일이 전부인 것 같은 향나무 한그루지만
저녁 무렵 온 마을 참새들은 이곳으로 찾아듭니다.
아침 어슴프레 낮이 찾아올 무렵까지 향나무는
어미의 품처럼 참새들에게 쉼터가 되어줍니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참새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어디론지 바쁘게 날개짓하며 날아갑니다.
온종일 먹을 것을 찾아
놀이를 즐기며 하늘을 노래하다
해질녘이 되면 어김없이 향나무 품으로 찾아들고
그 시간이면 향나무 가지마다 옹기종기 모여앉은 참새들의
지절거림으로 주변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저 우두커니 서 있는 향나무 한그루에게서
진한 어미의 채취를 느낍니다.
넉넉한 이웃의 밥짓는 연기를 봅니다.
나를 위해 높다란 십자가에 메달리신 예수님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