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양계장 문을 열고 모이를 주는데
병아리 한 마리가 영 상태가 시원찮아 보였다.
다른 아이들은 모이를 주어먹느라 여념이 없는데
한쪽 구석에 서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손가락으로 슬쩍 밀어 보아도 바둥거리지 않고
힘없이 밀린다.
대게 이런 놈은 밤사이에 몰려서 잠드는 아이들의 특징상
동료들로부터 심하게 압박을 받은 아이다.
이 아이들 들어온지 한 달 조금 넘도록
덤으로 얻어온 아이들까지 한 마리도 죽이지 않고 기르고 있었는데
비실 거리는 병아리를 보는 순간 마음이 헝클어졌다.
조심스레 손에 올려 놓고
한참을 살펴보다가 밖으로 데리고 나와
아침 햇살이 따사롭게 비취는
아직 이슬이 마르지 않은 풀밭에 놓아두었다.
일을 다 마치고 잠시 집에 들어가서 성경을 몇 자 읽고 다시 나와서
논에 가다가 혹시나 하고 병아리 놓아 두었던 곳으로 갔는데 없다.
누가 그 사이에 채어났나? 하는데
저기서 삐약거리며 활기차게 돌아다닌다.
나를 보고도 도망가지도 않고 그새 자기에게 밥주는 사람이란걸
기억하는지 똘망해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손으로 다시 살포시 잡아 동료들 있는 곳에 넣어 주니 금새 친구들 사이로 사라진다.
생명을 기르는 일은 하나님과 동역하는 참 신비롭고 재미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