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어린이 예배, 11시 예배 그리고 오후 모임까지 마치고 고추밭으로 나가 고추끈을 매는 일을 했습니다. 내리쬐는 햇살을 피하기 위해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귀에는 mp3 이어폰을 꼽고 성경을 들으며 하얀 고추줄을 잡고 밭 고랑을 따라 왔다갔다 밭이 길어 이랑 하나를 왔다 갔다 하는데 무려 23분이나 걸립니다. 올해는 물론 아직 유월이지만 고추가 참 잘 자라고 있습니다. 지나가시던 장씨 어르신이 목사님 고추밭이 참 좋아요 하십니다. 줄을 매며 고추 이파리들을 쓰다듬으면 말잘듣는 강아지 마냥 고개를 숙이며 다른 잎사귀들을 흔드는 것 같습니다. 말 없는 말로 고맙습니다. 말하는 것 같습니다.
신약성경으로 와서는 온통 사람 구원하는 이야기로 가득차 있지만 기실 구약이 말하는 내용을 잘 살펴보면 인간보다 먼저 만들어진 것이 모든 만물들입니다. 그리고 만드실 때마다 주님은 보시기에 좋았더라 시며 어깨춤을 추십니다. 모든 만물이 다 만들어진 후에는 이들을 돌보는 자로 사람을 만드시고 에덴 동산에 있게 하십니다. 사람은 청지기였습니다. 무엇이 위고 아래고를 따지는 일이 유치할 정도로 하나님과 만물과 사람은 조화의 가장 온전한 모습으로 에덴에 거하게 됩니다.
이스라엘이 타락하여 그들을 바벨론으로 쫓아내실 때 하나님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주셨던 가나안 땅이 사람들로 인해 안식하지 못하였으므로 그 땅을 안식하게 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쫓아내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사람을 위한 땅인지 땅을 위한 사람인지 여기서도 순서가 헷갈립니다.
아마도 신약으로 넘어와서는 사도들 모두가 임박한 종말론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다 보니 예수님이 곧 오실터인데 만물을 회복시키는 일보다 사람의 영혼이 더 중요하지 않는가 하고 생각하여 교회 세우는 일, 영혼 구원하는 일에 전력을 기울였고 그러다 보니 만물을 구원하는, 회복하는 이야기가 적은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만물을 온전케 하시는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하나님의 충만한 생명 하나님을 경외하고 사람들을 사랑하고 만물을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는 땅과 그 위에 사는 모든 만물들
고추밭에 방초망을 깔았지만 군데군데 풀들이 자랐습니다. 하지만 뿌리채 뽑지 않고 웃자란 부분들만 손으로 슥 잘라 고추 옆에 뉘여 둡니다. 풀에 숨어 있던 메뚜기 한 마리가 얼른 몸을 옮겨 저쪽 풀에 걸터 앉아서는 저를 빤히 쳐다 봅니다. 난 그대들로 인해 참 행복합니다. 한 마디 건네 주니 두 손을 비비며 나도 그렇습니다. 라고 응답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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