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바람이 몹시도 심하게 붑니다. 제법 키가 큰 나무들의 허리가 휘청거릴 정도로 바람이 붑니다. 바람을 따라 흙먼지가 하늘로 날아오르고, 빠르게 움직이는 구름 사이로 간혹 보이는 하늘이 정말 푸릅니다. 바람이 불기 전에는 우두커니 서서 하늘만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하고 옆에 누가 있는지 전혀 관심이 없는 듯이 살아가던 나무들이 바람을 따라 가지를 뻗어 옆에 서 있는 나무들을 쓰다듬기도 하고 손을 마주 잡기도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하나님과 사람 사이를 거룩하신 성령님께서 이어주시고 교통함이 있게 하시듯 바람이 무뚝뚝한 나무들을 하나로 교제케 하는 듯하여 바람부는 창밖을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지루한 장마와 무더위 속에서 지치지는 않으셨는지 염려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오랜만에 편지를 올립니다.
지난 5월 초순에는 작년부터 기다리던 자재가 드디어 도착을 하여 공동체 식구들이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릅니다. 양계장 옆에 있는 고추 말리던 하우스 안을 꽉 채운 자재들은 이제 곧 장마가 끝난 후부터 하나님의 거룩한 전을 위한 자재로 사용되기 위해 기다리는 중입니다. 논에 가기위해 혹은 양계장을 오가면서 하우스에 가득찬 자재들을 볼 때마다 마치 출발선에 서 있는 경주마들이 입김을 품으며 달리고 또 달리기 위해 크르렁 거리는 소리를 내는 듯하여 콧노래가 저절로 흘러나옵니다. 저 자재로 지어질 집은 크게 4가지 기능을 감당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충청도 첫 마을인 이곳 대원리에서 하나님을 향한 찬송과 예배가 드려지는 집, 선교사님들과 한국의 농어촌 교역자들을 위한 농업교육이 이루어지는 집, 그리고 삶에 지친 사람들이 축 늘어진 어깨로 찾아와 쉬어갈 수 있는 집, 그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성도들의 아름다운 교제가 이루어지는 집이 될 것입니다. 성령님께서 교통하게 하시듯, 바람으로 나무들이 서로의 손을 붙잡듯이 우리에게 허락하실 집이 성도의 코이노니아와 선교를 이루는 아름다운 집으로 사용되기를 소망합니다.
논과 밭에 자라는 식물들은 지금까지 병도 없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논에 풀어놓은 우렁이들이 워낙 열심히 풀들을 먹어치워 풀 뽑을 일이 없어서 자매들이 좋아라 합니다. 고추밭에도 봄마다 괴롭히던 진드기가 올해는 왠일로 한 마리도 보이질 않아 고추들이 무럭무럭 잘 자라는 중입니다.
양계장에는 지난 겨울부터 6월 말까지 쉼없이 선교사님들을 위한 교육이 진행되었습니다. 헝가리 집시들을 위하여, 인도네시아 람풍족을 위하여, 중앙아시아 이슬람교도들을 위하여, 그리고 중국의 소수민족들을 위해 보나콤 양계법이 보급되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지난 5월에는 요녕성 심양을 잠시 다녀왔습니다. 그곳 조선동포 청소년들과 한족 농민들을 위한 농업학교를 세우는 일로 다녀왔는데 중국측에서 땅을 마련하는 일과 건물을 세우는 일을 하고 저희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으로 합작하여 학교를 세우기로 하였습니다. 이 학교를 통해 조선동포 청년들과 중국의 젊은이들이 창조섭리에 바탕을 둔 농업기술과 그리스도의 복음을 배워 중국 전역으로 흩어져 떡과 함께 복음을 전하는 예수님의 용사들로 쓰임받기를 기도해 주십시오.
그리고 저희가 생산해서 판매하는 농산물 중에서 유정란의 가격을 개당 3백 원에서 4백 원으로 조정하기로 하였습니다. 일반란에 비해서는 비싸지만 다른 유정란에 비해 값이 너무 싸다는 회원님들의 지적과 인근 양계 농가들의 항의, 실재 양계장을 운영하고 계란을 유통하는데 드는 비용을 현실화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값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가격을 올리면서 저희 식구들 마음에 큰 부담이 있습니다. 이 부담감을 마음에서 지우지 않고 더 좋은 양계, 건강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계란, 양계를 통한 선교를 이루어나가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하동에서 친환경으로 재배한 녹차 몇 가지를 판매목록에 올렸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가장 귀한 식품 중의 하나라고 하는 녹차를 저희가 잘 아는 분이 친환경으로 재배한 것이라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어 마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권합니다.
고추는 올해 태양초로 약 5백 근 정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꼭 필요하신 분들은 저희에게 연락을 주시면 예약을 받아두었다가 가을에 수확하여 작업이 끝나는 대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마을은 작년 9월부터 시작한 기반시설 조성사업은 마무리가 되어 예쁜 돌 담장에 길도 새로 포장을 하고, 상하수도 시설도 새롭게 단장을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마을 안에 5백 평 규모의 작은 공원이 새로 조성되고 연못도 만들었는데 연못엔 예쁜 연꽃이 피고 작은 잉어들이 물속을 유영하고 있어 방문하시는 분들마다 마을이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한마디씩 하십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어 이 말씀이 임하는 곳마다, 역사하시는 곳마다 에스골 골짜기의 마른 뼈들이 되살아나 큰 군대가 되듯이 놀라운 생명의 역사를 일으키는 것을 우리 마을에서 눈으로 목도하게 됩니다. 이와 동일한 하나님의 생명의 권능이 여러분의 가정과 인생 위에도 역사하시길 두 손 모아 기도드리며 이만 줄입니다.
주후 2007년 7월 중순에
대원리에서 무익한 종 강동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