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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나눔

08

2025-Dec

덩치값 - 써니

작성자: bona 조회 수: 0

2025.11.24.
(아내의 글을 공유합니다. 지난 주 너무 바빠서 여유가 없었습니다. 종종 보내지 못해도 양해해 주세요.)

우리말에 ‘덩치 값도 못한다’는 말이 있다. ‘덩치 값’… 그 말이 무슨 의미로 쓰여 지고 있는 지는 알지만 우리는 우리의 외모가 그 값을 내포하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에 맞추어 매일을 살아간다. 어른이 되면 다른 사람들이 매겨 놓은 그 값 때문에 숨기고, 아닌 척 그리고 아는 척을 하며 지낸다.

예전에 분명 한글을 모르시는 할머니라고 알고 있었던 분과 함께 교회에 간 적이 있다. 성경을 읽는 시간이 왔는데 이 분이 입을 벙긋 벙긋하시며 마치 글을 읽으시는 것같이 보였다. 그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이 분은 성경의 내용이 아니라 들키고 싶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읽고 있구나”

평택 포승에 길벗 다문화센터를 열었다. 이 땅에 꾸역꾸역 밀려 들어오는 다양한 사람들을 돕고 싶었던 것이 남편과 나의 단순한 동기였고 외국에서 살아본 우리의 경험은 방향을 정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결국 방향은 “소통” 이었다. 우리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그렇게 길벗 다문화센터의 한글반이 만들어졌다.

지난 몇 달간 한국어를 배우러 왔던 창징이 한 사람을 데리고 왔다. 아는 동생이라 불리는 쉬창은 얼굴에 개구장이 모습이 아직 남아 있는 중년의 남자였다. 한국에서 15년을 살았다는데 한국말을 “안녕하세요” 이상은 하지 못하는 밝은 성품의 아저씨였다. 또 다른 덩치가 큰 아저씨 한 분이 누나의 성화로 반은 끌려온 것 같이 교실에 들어왔다. 수줍어 하는 이 아저씨는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애꿎은 교과서에 이것저것 쓰고 있었고, 노트에는 낙서인지 필기인지가 빽빽 히 채워져 있었다.

이렇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중국 아저씨들과 아주머니의 한국어 교실이 시작되었다. 중년의 덩치 큰 아저씨들이 말을 새로 배우는 아가들의 모습으로 교실에 앉아있는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가장 내 마음에 남는 모습은 그들의 ‘낮아짐’이었다.

강한 중국 액센트로 더듬더듬 ‘나는 ooo입니다, 중국 사람입니다.’ 라고 교과서에 있는 대로 자신들을 소개하는 모습을 보며 ‘어떻게 저렇게 낮아질 수 있을까?’ ‘어쩜 저토록 귀여울 수 있을까?’며 감동한다 그리고 또한 나를 돌아보게 된다.

어린아이와 같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 갈수 없다고 했던가? 길벗에서 만나는 상처받기 쉽고 이 사회에서 내세울 것 없는 어린아이들을 그들에게서 본다. 예수님이 왜 어린아이의 비유를 말씀하셨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덩치 값이란 어떤 외모를 가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큰 마음을 가졌느냐 하는 것이 아닐까? 천국의 주인이 될 것이라 약속 받은 사람들,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나는 인생 후반전 여정의 길에서 그들을 만난다. 길벗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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