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섬에서의 열대야

덥다고요?

그래도 ‘열섬’만큼이야 하겠습니까? 이 섬에는 흙이라고는 없습니다. 왜냐고요? 비가오고 땅이 질어지면 예쁜 구두에 흙이라도 묻을까 걱정되어서 모조리 콘크리트며 아스팔트로 포장을 했으니까요. 물론 멋진 자동차가 잘 운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요. 아울러 이곳은 많은 주택과 건물들로 정글을 이루고 있습니다. 건물숲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그럼 한번 각 가정을 살펴볼까요? 거의 모든 가정이 편리한 가전제품으로 완비되어 있군요. 물론 냉장고와 에어컨은 필수이지요. 무한정 공급되는 전기는 얼마든지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전기만 있으면 인터넷과 전화 등을 이용해 사시사철 밖에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물도, 음식도, 세탁도, 그리고 그 어느 것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물론 돈으로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함은 당연하지요. 이 섬에는 특별히 밤낮의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밤이 더 화려하며 더 환한 것 같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저마다를 존중한다고 서로를 알려하지 않기에 집집마다 독립적으로 잘 나누어져서 저마다의 이웃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상식입니다. 자기 능력의 양만큼 소비하고 버리면 그만이기에 쓰레기가 넘쳐나는 것이 골칫거리이기도 합니다.

위에서 설명한 섬은 어디일까요? 예 바로 도시입니다. 요즘처럼 작렬하는 태양에 도시의 빌딩숲은 햇볕으로 지글지글 달아오르게 됩니다. 흙이라고는 없는 잘 포장된 도로 역시 가공할 스팀을 뿜으며 그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도 엔진의 열기로 한 몫을 보탭니다. 여기에 각 가정과 사무실에서 뿜어내는 에어컨의 열기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타오르는 용광로로 변해가는 것이 도시의 밤입니다. 소위 열대야가 되는 것이다. 더욱이 바람도 이 도시에서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려 거대한 한증막으로 변해갑니다. 낮에 달구어진 열기를 콘크리트 건물들이 뱉어내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모든 도시는 불야성을 이루게 됩니다. 도시 전체가 잠 못 이루는 밤이 되곤 하지요. 이 열대야가 오는 이유는 거의 인간의 편리함에서 오는 것입니다. 반면 도시를 벗어난 시골은 어떠한가요? 예전에도 언급했던 것처럼 물을 담고 있는 논과 채소가 자라고 있는 밭 그리고 수목으로 가득한 산은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자연 에어컨이 됩니다. 일단 해만 지면 산과 들을 가로질러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흐르던 땀을 어느 샌가 빼앗아 달아나 버립니다. 밤이 깊어갈수록 오히려 이불이 필요할 지경입니다. 자연을 막아 인공적인 편리를 추구하면 돌아오는 것은 오히려 불편함일 따름입니다. 역으로 자연이 흐르도록 놔두면 그 순기능에 덕을 보는 대상은 바로 우리네 인 것입니다. 또한 콘크리트 집보다는 나무나 흙 등으로 지은 집은 열로 데워지지 않습니다.

오늘 한낮의 온도 역시 35도 정도였지만 밤 10시가 넘은 지금은 이미 20도 주변입니다.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는 열섬에서 열대야를 건너기위해서는 많은 노력과는 사뭇 다릅니다. 나는 이 시골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