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계장의 하루는 “얘들아 잘 잔니?”로 시작된다. 우리 계공(닭)들은 아침 6시 반이면 어김없이 아침을 먹는다.
비가 온건 눈이 오건 바람이 불건 상관없이 제시간을 지켜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난리가 난다.  조금이라도 늦었다 싶으면 소리소리 치며 야단법석이다.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 듯 한데 혼자 듣기에는 1500여 마리의 소리가 그러하다.  먼저는 양쪽의 천막 커튼을 올리고 천창을 열어 주어 아침공기를 마시게 해준다. 아침 먹이를 주면서 저마다의 상태를 살펴보고 물공급이며 지난 밤사이의 무슨 변화나 사건은 없었는지 돌아본다. 경우에 따라서는 왕따 당한 닭을 보기도 하고 과도한 스트레스 등의 원인으로 집중적으로 쪼임을 당하여 죽은 닭을 발견하기도 한다. 아침을 먹기에 여념이 없는 사이에 계란을 낳는 곳을 열어 주면 급한 암탉은 서둘러 자리를 잡고 용을 쓴다. 산고를 치루면서도 밖의 동정을 살피는 것을 보면 본능적인 약자의 주변감시를 엿볼 수 있다. 그러고 나서는 라디오방송을 틀어준다. 다시 집에 들어가 민생고를 해결하고 9시에서 10시쯤 다시 양계장으로 오면 다음 날 줄 먹이 준비를 한다. 먼저는 남해안에서 가져온 굴 껍질을 잘게 빻는 작업을 한다. 굴 껍질은 칼슘 공급원이기도 하지만 모이주머니안의 저작을 돕기 위한 모래 등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고 나서는 기름을 짜낸 깻묵을 가루로 준비하고 비지를 혐기 발효시킨 것과 왕겨, 황토, 쌀겨 그리고 톱밥을 적당한 물과 섞어서 호기 발효시킨 것을 준비한다. 이 발효사료는 닭의 장내세균을 유익한 것들로 채우게 되어 소화율과 아울러 영양소 흡수를 돕게 되며 당연히 변에서 냄새도 않나게 하는 효과도 보게 된다. 따라서 양계장에서는 거역스러운 냄새가 나질 않는다. 위의 모든 것들에 영양을 위하여 배합사료와 청치(설미)를 잘 혼합하면 완성이다. 그러고 나면 그사이에 낳은 계란을 수거하러 간다. 그때쯤이면 하루 산란의 80%정도가 생산되어 있곤 한다. 흰장갑을 끼고 그 자리에서 1차 오염물 제거를 하고 계사안으로 들어가면 수탉들이 경계를 한다. 혹시라도 자신들의 경계를 침범하거나 암탉에게 해를 입히지는 않는지 때로는 무리를 지어서 다가오기도 한다. 처음부터 산란상자에 계란을 낳는 버릇을 가지지 못한 것들은 바닥에 낳아놓곤 하여 수거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각각의 계란을 깨끗이 하여 포장을 하게 되는데 유정란의 호흡과 신선도 유지를 위하여 계란의 뾰족한 부분을 아래로 향하게 하고 위에는 충격완화 비닐을 놓고 포장을 마무리 한다. 이럴 때쯤이면 오전 작업이 끝나게 된다. 오후 2시경에 두 번째 먹이를 주는데 이 시간 또한 귀신같이 안다. 그러고 나서는 지천에 깔린 간식거리인 잡초들을 베러 나간다. 바로 벤 청초더비를 닭들은 무척이나 좋아한다. 이 청초는 계란의 질도 향상시키며 닭의 건강상태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 닭들이 간식을 즐기고 있는 동안 수로를 정비하거나 계사안의 바닥을 점검하여 짚을 썰어서 넣어주던지 딱딱하게 굳은 부분을 괭이로 파주기도 한다. 때에 따라서 먼지가 많이 발생하거나 더울 때는 물을 뿌려주게 되는데 이것은 계사바닥에 깔려있는 짚과 나무부스러기 그리고 계분이 각종 미생물에 의해서 잘 분해해주는데 일조를 하게 해준다. 이러는 사이에 다시 저녁 시간이 되면 산란상자를 청소하고 닫아주고는 다시 한 번 계공들의 필요나 상태를 점검하고 “싸우지 말고 잘 자라” 하며 커튼 등을 내리고 문단속을 하고 라디오를 끄면 양계장의 하루가 끝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