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온난화, 농업의 위기와 기회


  지난 100년간 한반도 평균 기온 1.5℃ 상승

이기작.생산비 감소 기회, 돌발 병해충.기상재해 위기


     (수원=연합뉴스) 신영근 기자 = 지난 100년 동안 세계의 평균기온이 0.74℃ 상승했을 때 한반도는 2배가 넘는 1.5℃가 상승했다.


   14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급격한 산업화가 이뤄진 최근 30년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0.95℃가 상승, 세계 평균 상승치보다 0.2℃ 정도 높았다.


   한반도 기온 상승으로 망고.구아바.파파야.아보카도 등 아열대 작물의 국내재배가 가능해지는 등 농작물 재배 적지가 변화하는 기회와 돌발 병해충과 기상재해의 위기 상황이 농업 부문에 공존하고 있다.


   농진청은 기온 상승에 따른 위기 요인 감소와 기회 요소 활용 방안을 찾아나서고 있다.


     ▲위기

     기온 상승과 함께 강우량 증가와 게릴라성 집중호우 등 반갑지 않은 손님도 함께 찾아왔다.


   지난 30년 동안 연간 평균 강우량은 283㎜ 증가했다. 강원 태백고냉지역의 경우 1970년대 연 평균 강우량이 1천418㎜였던 것이 2000년대 들어서는 2천21㎜로 603㎜의 비가 더 내렸으며 곡창지대인 중서부 평야지대와 차령산맥 남부 평야지대 역시 200㎜ 이상 강우량이 증가했다.


   하루 강우량 80㎜ 이상 재해성 강우도 70년대와 80년대 연간 2.1일이었던 것이 90년대와 2000년대 들어서는 3.0일로 늘어나 게릴라성 집중호우도 잦아지고 있다.


   고온과 강우량 증가로 예전에는 발생하지 않았던 병해충이 돌발하고 있다.


   '갈색여치'의 경우 기온 상승과 맞물려 2001년 처음 충북 충주에서 발생, 사과와 복숭아, 포도 피해를 발생시키더니 2006년에는 충북 전역 20㏊, 2007년에는 충청도 전역 30㏊에서 발생했다.


   동남아시아에 주로 서식하는 아열대해충 '주홍날개꽃매미'도 지난해 충청도와 경기도에서 급작스럽게 번식하면서 포도와 배는 물론 도심 가로수에도 상처를 남겼다.


   주로 남부지역에서 발생했던 '벼줄무늬잎마름병'도 기온 상승으로 발생지역이 점차 북상해 2007년 경기.충남까지 포함해 전국적으로 1만4천137㏊에서 발생했다.


   여름철 평균 기온 상승은 축산물 생산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여름 낮 평균 기온이 28℃에서 32℃로 상승하면 새끼 돼지의 폐사율은 58% 증가하고 돼지 체중도 13% 이상 감소한다고 농진청은 밝혔다.


     ▲기회

     기온 상승으로 농작물 재배 적지의 변화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충남 이남 지역에서만 재배되던 쌀보리가 경기북부지역에서도 재배가 가능하고 냉해에 약한 복숭아는 경북 경산 지역이 주산지였으나 최근에는 강원도 춘천에서도 재배가 가능해졌다.


   사과 역시 재배 한계선이 올라가면서 강원도 영월 지역에서도 재배가 가능하고 난지 과일인 한라봉 역시 제주 지역뿐만 아니라 전남 고흥과 경남 거제도에서 생산되고 있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던 망고나 구아바, 파파야, 아보카도 등 아열대 과일은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재배가 확대돼 2007년 44.1㏊에서 698t이 생산됐다.


   기온 상승의 가장 큰 혜택은 무엇보다 시설 난방비 절감에 있다.


   농진청의 분석 결과 지난 30년간 계절별 기온 상승은 겨울이 1.9℃로 여름 0.3℃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당연히 겨울철 비닐하우스 등 시설재배 난방비 절감이 가능해졌다.


   또 남부지역의 경우 겨울철 기온 상승으로 벼농사를 1년에 두 번 지을 수 있는 이기작도 가능할 것으로 농진청은 전망했다.


     ▲온난화 대처 방안

     농진청은 한반도의 기후 역시 우리에게 주어진 자원으로 인식, 기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농업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농업 자체가 지니고 있는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한반도 온난화에 적응한 신품종 개발에 나서 벼의 경우 고온 적응성 품종인 '영덕44호'를 육성했으며 아열대 과일의 국내 재배기술도 보급하고 있다.


   또 각 작물별로 재배 한계선 이동에 따른 지역별 기술 보급에 나서고 있으며 온난화에 따른 병해충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예찰 강화와 발병 환경 분석에 착수했다.


   고온기 가축의 적정 사육 관리법과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시설을 개발, 보급할 계획이다.


   농진청 기후변화생태과 이덕배 과장은 "기후변화 대책의 출발은 적응성이 뛰어난 품종 개발과 돌발 병해충의 효율적인 방제라는 위기 상황의 극복에 이은 새로운 작물 재배와 농업 생산비 절감이라는 기회 요소 활용이 될 것"이라며 "농진청이 추진하고 있는 농업 부문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은 녹색기술.녹색성장과 흐름을 같이 하고 있어 앞으로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 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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